< Illustration by Yujin Jeon 2007(전유진) >
[객원 에디터 10기 / 최서연 기자]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청소년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로 꼽힌다. 그 핵심 원인으로는 끝없는 경쟁과 성적 중심의 교육 구조가 지적된다.
한국의 학생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원을 전전하며 밤늦게까지 공부한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도 쉴 틈은 없다. 온라인 강의와 과제, 프로젝트까지 이어지며 ‘휴식’이라는 단어는 학생들의 일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밤 10시 이후 학원 운영 제한’을 완화하자는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일부에서는 학생의 학습권 보장과 선택권 확대를 이유로 찬성하지만, 반대 측은 수면권 침해와 과도한 사교육 경쟁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 고등학생 학원 운영 ‘자정까지’ 연장 추진
서울시는 최근 고등학생의 사교육 시간을 조정하기 위해 학원과 개인과외의 교습 가능 시간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에는 고등학생의 교습 시간을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현재 초·중학생에게 적용되는 오후 10시 제한과 구분되는 조치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변경이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요구를 반영하고, 자율적인 학습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치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란이 되어왔다. 2007년과 2008년에도 서울시교육청은 심야 교습 시간 연장을 추진했으나, 여론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헌법재판소 또한 2009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학생의 수면·휴식권 보장,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이유로 현재와 같은 제한을 유지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한다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입시제도 탓” vs “학생 건강 악화 우려”
이번 논의에 대해 일부 찬성 측은 “심야 교습이 입시 구조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며 “학생이 원한다면 자율적으로 더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면 부족과 피로 누적이 학습 효율과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 남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면 시간이 줄어들고, 다음 날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사교육비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 2024년 기준 대한민국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약 52만 원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 학원 운영 시간이 늘어나면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한 고등학생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공부 시간이 늘어난다고 성적이 오르는 건 아니다”라며, “밤늦게까지 학원에 남아 있는 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고, 삶이 공부에만 묶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비공식 ‘심야 과외’ 현실화 우려
일부에서는 “이미 비공식적으로 밤 10시 이후까지 과외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차라리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자정까지 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부추겨 오히려 학생들의 심리적 압박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수면 부족은 우울감과 자살 충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학습 기회의 확대보다 학생들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 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경쟁보다 ‘행복한 배움’으로
결국 학원 심야 운영 논란은 단순히 공부 시간 연장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육이 성적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다. 더 오래, 더 많이 공부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의 정신건강, 창의성, 사회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점수와 경쟁이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행복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사회 전반이 ‘공부를 잘해야만 인정받는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길을 응원하는 문화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