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학교폭력: 스마트폰 뒤에서 남는 상처

소셜 미디어 속 학교폭력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0기 / 박주하 기자] 스마트폰 사용과 sns 사용이 전 연령대에게 일상화되면서 1995년 이후 학교폭력이 점차 줄어들던 시기를 유지하지 못하고 디지털 학교 폭력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학교폭력이 등장했다. ‘사이버 폭력’이라고도 불리는 디지털 학교폭력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포함하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타인에게 정신적. 심리적 고통을 주거나 현실에서의 피해를 유발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점점 더 어린 학생들이 게임과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활동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폭력을 낳고 있다. 온라인 특유의 익명성과 높은 접근성이 누군가를 괴롭히는 강력한 도구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익명성, 그리고 언제든 증거를 삭제할 수 있는 접근성은 가해자들의 죄책감과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결국 폭력과 따돌림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온라인 공간을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교실’로 만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 시기에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며 디지털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레 폭력과 따돌림이 일어날 확률이 증가했다. 온라인 매체 이용이 급격히 증가하며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현실에서의 스트레스와 갈등을 온라인에서 해소를 하는 학생들도 생겼다. 이들의 현실에서의 갈등은 곧 은밀하게 온라인 환경에서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 이후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청소년의 비율은 48.3%로, 코로나 이전 실시된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의 19%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자살을 생각한 청소년의 비율이 20%에 달해 2019년의 13.1%보다 크게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써 온라인 공간이 청소년들에게 또 다른 폭력과 고통의 공간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프라인 폭력과 사이버 폭력은 많은 방면에서 서로 다르다. 먼저 신체적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면하기 때문에 가해자가 분명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처벌이 더 쉽다. 확산 속도가 느리고 같은 학교 정도로만 정보가 퍼지며 어른이 개입하여 사건이 종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이버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얼마든지 서로의 신원을 위조할 수 있기에 가해자는 드러나지 않고 피해자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증거를 수집하기 쉽지만 그만큼 증거가 삭제되거나 불분명하기도 하여 처벌이 애매해질 수 있다. 

푸른 나무재단 ‘푸른 코끼리’에서 분류한 사이버폭력의 종류로는 △강요△갈취△따돌림△명예훼손△영상△언어폭력△스토킹△신상 정보 유출 등이 있다. 이 중 특히 인터넷의 게시판 또는 채팅을 통해 이루어지는 △욕설△인격모독△비방하는 ‘사이버 언어폭력’이 많이 발생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단체 대화방에 피해학생을 초대해 욕설과 모독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2024년 ’ 00 중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A양을 비방하는 글들이 익명으로 꾸준히 올라왔고 신체적 폭력을 예고하는 글까지 기재되는 등 사이버 내 따돌림은 최근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학생들은 피해가 장기화되는 특성 때문에 오랜 기간 고통을 겪는다. 특히 온라인 폭력은 비밀스럽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피해 학생 스스로도 피해 사실을 늦게 인지하는 경우가 많아 도움을 요청하거나 폭력을 중단시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폭력이 멈춘 이후에도 피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많은 학생들이 수치심과 두려움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다. 신체적으로도 수면장애나 자해 시도, 심한 경우 자살 충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23년 한국청소년정책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피해 학생들 중 60% 이상이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20% 이상이 자살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사이버폭력은 가해자들의 괴롭힘이 끝나면 끝나는 것이 아닌 피해자들 자신의 자존감을 깎아 피해자는 이후에도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등 2차 피해를 끌고 간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폭력은 명백한 범죄로,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실명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쉽게 위조하거나 조작할 수 있어 서버 기록이 남아 있지 않거나 접근을 위해 복잡한 법적 절차와 허가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증거를 미리 확보하지 않았다면 수사는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가해자를 처벌하기도, 피해자를 보호하기도 힘든 현실이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피해자를 비방하거나 모욕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억울한 피해자만 남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학교나 가정에서도 사이버 폭력의 피해자를 보호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물리적으로 분리하거나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화면 뒤에서 채팅을 통해 타인에게 수치심을 주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가해자들은 죄의식 없이 폭력을 반복하게 되는 문제점이 끊이지 않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다양한 정책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우선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의무화되어 있다. 교사들이 먼저 관련 연수를 이수한 뒤 학생들에게 교육을 실시하거나, 외부 전문 강사가 직접 학교를 방문해 강의를 진행하는 등 매년 정기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진다. 또한 정부는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공간에서 폭력적 표현이나 행위를 조기에 감지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의 사이버 폭력 감지 시스템과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교나 경찰이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피해자가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더불어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인식했을 때 쉽고 빠르게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 절차도 간소화되었다. 학생 본인이나 보호자가 직접 신고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외부 재단이나 전문 기관이 신고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사이버 폭력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온라인 환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 없이 하루도 살기 불편한 이제, 그 뒤에 숨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보다 유익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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