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 빼는 약” 혁신인가, 또 다른 논란인가

비만 치료, 주사에서 알약으로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0기 / 윤채원 기자] 전 세계적으로 비만은 당뇨병, 심혈관질환과 직결된 심각한 만성질환이다. 따라서 심각한 비만은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기존에 있던 각종 영양제와 약물 역시 미미한 결과를 주었다. 최근 몇 년간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와 ‘오젬픽(Ozempic)’,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미국명 젭바운드, Mounjaro/Zepbound)’ 같은 주사제가 큰 화제가 되며 ‘다이어트 주사’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제는 주사제를 넘어 경구용(알약) 비만약이 개발되면서 또 한 번의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초기 비만 치료는 식이 및 운동 관리나 제한적인 약물이 한계였다. 이후 위고비 같은 GLP-1 계열 주사제가 상용화되면서 환자들은 15~20%에 달하는 의미 있는 감량 효과를 경험했다. 그러나 주 1회 혹은 그보다 자주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과 심리적 부담은 비만 치료에 있어서 여전히 큰 한계였다. 최근 알약 제형이 잇따라 임상에 성공하면서 “먹고 살 빼는 약”이라는 마치 공상과학 소설에 나올법한 약이 현실화하고 있다.

GLP-1(Glucagon-Like Peptide-1)은 뇌의 식욕 중추를 자극해 포만감을 높이고, 위 배출을 늦추어 식사량을 줄인다. 또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안정시키며, 혈압과 중성지방 등 대사 지표 개선에도 이바지한다. 주사제는 펩타이드를 기반으로 하여 위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피하주사로 직접 투여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확실한 감량 효과가 입증됐지만, 주사제 특유의 불편함과 다양한 부작용이 문제이다. 알약은 저분자 화합물 기반으로 장에서 흡수할 수 있다. 감량 효과는 주사제보다 다소 낮지만, 알약 복용의 편의성, 접근성, 그리고 생산성의 이점이 있다. 기존 GLP-1 제제는 펩타이드 단백질이라 위산과 소화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되고, 장벽을 통과하지 못해 알약으로 만들기 힘들었다. 최근에는 펩타이드 대신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을 활용해 장에서 안정적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설계하면서 알약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방식은 약효를 유지하면서도 대량 생산 및 공급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일라이릴리의 오포글리프론(OpoGLP-1)은 최근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보였다. 이 회사는 오포글리프론 임상 3상 연구에 ‘어테인(ATTAIN)’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숫자는 연구 대상을 구분한다. 경쟁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알약은 13.6% 감량을 기록하며 현재 미국 FDA 심사 단계에 있다. 어테인-1(ATTAIN-1)에서는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으로, 고용량군에서 72주 후 평균 12.4% 체중 감량이 나타났다. 어테인-2(ATTAIN-2)에서는 당뇨병을 가진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으로, 고용량(36mg) 복용 시 72주 후 평균 10.5%(약 10kg)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동시에 당화혈색소(HbA1c)가 1.3~1.8% 줄어 혈당 관리에도 도움이 됐고, 혈압과 중성지방 등 주요 심혈관 지표도 개선됐다. 비교군인 위약(가짜 약) 그룹은 평균 2% 수준의 감량에 그쳤다.

GLP-1 계열 비만약은 눈에 띄는 체중 감량 효과만큼이나 다양한 부작용 논란도 안고 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위고비(Wegovy), 오젬픽(Ozempic), 마운자로(Zepbound) 같은 주사제는 복용 초기에 오심, 구토, 설사, 복통 등 위장관 증상이 흔하게 나타난다. 일부 환자들은 췌장염, 담도질환, 위마비, 망막병증 악화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겪기도 했고, 체중이 급격히 줄면서 얼굴이 홀쭉해 보이는, 이른바 ‘오젬픽 페이스(Ozempic face)’ 현상, 잇몸 질환과 충치 문제로 불리는 ‘오젬픽 치아(Ozempic teeth)’ 같은 부작용 사례도 보고됐다. 

반면 최근 임상에 성공한 알약은 주사에 비해 위장관 증상 발생률이 다소 낮고, 주사제 특유의 주사 부위 통증이나 거부감도 없다. 덕분에 복용 편의성은 크게 높아졌지만, 여전히 오심, 구토, 설사 같은 부작용은 일정 비율로 나타난다. 무엇보다도 알약은 아직 사용 기간이 짧아 장기적인 안전성이나 드물게 발생할 수 있는 희귀 부작용은 더 검증이 필요하다.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이미 수백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앞으로 수년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은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와 미국의 일라이릴리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Wegovy)와 오젬픽(Ozempic) 같은 주사제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알약도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심사를 받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일부 신약 후보 물질 개발을 중단했지만, 기존 비만약(위고비, 오젬픽, 세마글루타이드 등)은 개발과 출시를 추진 중이다. 더불어, 세포 표면에 있는 ‘GPCR’이라는 단백질을 겨냥해 세포 신호를 조절하는 방식의 새로운 알약 신약도 연구 중이다. 이 약물은 식욕 조절과 대사 개선을 통해 비만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앞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혁신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반면 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미국명 젭바운드, Mounjaro/Zepbound)라는 주사제로 빠르게 점유율을 늘린 데 이어, 이번에는 오포글리프론을 앞세워 알약 시장을 공략할 준비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효능 면에서는 노보노디스크가 다소 우위에 있지만, 생산성과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는 일라이릴리가 강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알약 형태의 비만약이 상업화되면, 환자 접근성이 크게 높아져 시장판도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화이자(Pfizer)는 ‘다누글립론 (danuglipron)’이라는 알약으로 된 GLP-1 약물을 개발했으나, 임상에서 간 독성 우려가 나오면서 결국 개발을 중단했다.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D&D파마텍은 GLP-1과 글루카곤을 동시에 겨냥하는 신약을 개발 중인데, 임상에서 체중 감량뿐 아니라 지방간 개선 효과도 나타나 관심을 모았다. 한미약품을 비롯해 유한양행, 종근당 등 주요 제약사들도 글로벌 제휴와 연구를 통해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한국 기업들이 이 거대한 시장에서 어떤 입지를 다질지가 주목된다.

하지만 약물의 상용화가 임박하면서 사회적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우선 보험 적용 문제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여전히 비만약이 보험 적용에서 제외돼 있다. 질병 치료제로 볼 것인지, 단순 미용 목적의 보조제로 취급할 것인지에 따라 정책 방향은 크게 달라진다. 정신적 부작용도 우려된다. 약물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환자를 약에 의존하게 만들고, 복용을 중단했을 때 찾아오는 체중 재증가(요요) 현상은 오히려 좌절감과 우울감을 키울 수 있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주사제와 알약은 다른 이미지를 갖는다. 주사제는 ‘질병 치료제’로 인식되지만, 알약은 ‘생활 보조제’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비만을 보다 일반적인 질환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긍정적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남용의 위험성도 높인다. 반대로 알약의 가격이 낮아지고 보편화된다면 사회 전체의 의료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중보건적 효과는 분명하다. 나아가 주사제로 단기간 큰 폭의 감량을 한 뒤, 알약으로 체중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새롭고 다양한 치료 모델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당뇨병이나 합병증이 있는 환자에게 우선 공급해야 할지, 단순히 외모 개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한 윤리적 논의는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이 논쟁을 이해하는 데 참고할 만한 사례가 바로 여드름 치료제다. 대표적인 약물인 로아큐탄은 흔히 미용 목적으로만 쓰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아주 큰 인식의 문제로, 실제로는 심각한 여드름이 환자의 정신 건강과 사회생활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치료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보험 적용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비만약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외모 관리 차원이 아니라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같은 합병증을 예방하고 사회 전체의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중보건적 의미가 훨씬 더 크다. 결국 두 약 모두 남용 위험과 심리적 부담을 안고 있지만, 비만약은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경제적 파급력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알약으로 된 GLP-1 약물은 단순히 복용이 편한 알약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치료의 접근성과 지속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혁신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현재 오포글리프론과 노보노디스크의 알약은 모두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비만 치료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장기 복용 안전성에 대한 확실한 근거 확보, 합리적인 약값과 보험 적용 문제 해결, 약물 의존과 남용을 막기 위한 사회 윤리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 약은 혁신적 치료제가 아니라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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