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종말 시계, 역대 최고 시각 경신

현재 23시 58분 21초로 기록
핵 무기와 인공지능 확대로 인한 결과로 해석돼

[객원 에디터 8기 / 이승원 기자] 지구 종말 시계(The Doomsday clock)는 핵전쟁이나 기후 변화로 인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지구에 살 수 있는 시간이 남았는지를 보여주는 캠페인이다. 해당 캠페인은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논의한 기준인 핵무기와 기후 변화에 맞춰 분침이나 초침을 세밀하게 움직인다. 

초기 지구 종말 시계는 시카고 대학교 내 잡지인 원자력 과학자들의 불레틴(The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의 운영 이사회가 핵전쟁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하는 시점을 자정으로 둔 시계를 잡지에 기재한 것이 시초였다. 당시 시카고 대학교 과학 연구원에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로 평가받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포함됐다. 

이렇듯 지구 종말 시계는 처음에는 핵전쟁에 관한 우려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자정 7분 전인 23시 53분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2007년, 점점 커지는 기후 변화 문제의 영향으로 기후 변화도 지구 종말 시계의 고려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핵전쟁만을 기준으로 증가와 감소를 반복했다. 일례로 1963년에는 미국과 소련 간 핵 실험 금지 조약 체결과 소련의 해체를 통해 자정에서 5분이 멀어졌다. 그러나 5년 후에 프랑스와 중국의 핵 실험 시작과 여러 국가 간 분쟁이 격해지며 다시 5분 가까워졌다.

2010년대에는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한 2010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동안은 몇십 초 간격으로 자정에 가까워졌다. 결국 2020년에는 자정에서 불과 100초밖에 남지 않은 23시 58분 20초로 발표됐다. 레이첼 브론슨 핵과학자회 회장은 지구 종말 시계의 시각을 발표하며 “우리는 이제 세계가 종말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분이 아닌 초 단위로 표현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2020년에 100초로 설정된 후, 2023년은 10초가 추가됐다. 그 안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북한의 핵실험, 기후 변화와 급격한 기술의 발전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최근 미국 핵과학자회는 지난해보다 1초 앞당겨진 자정 89초 전으로 맞췄다고 밝혔다. 이 시각은 지구 종말 시계가 만들어진 이래로, 자정과 가장 가까운 시간이다. 이번 1초는 기후 변화보다는 핵전쟁을 중점으로 수정된 결과다. 

올해 러시아는 1991년에 미국과 소련이 체결했던 신전략무기감축조약(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ies)을 중단시켰다. 해당 조약은 자정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해에 체결된 조약으로, 핵무기 수의 감소는 아니지만, 핵무기를 운송할 이동수단의 수를 줄이는 조약이었다. 러시아는 해당 조약을 소련 해체 이후에 지속했다. 그러나 올해 결국 해체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발전도 1초 상승에 기여했다. 전 세계 학생들은 한 번쯤은 AI를 사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AI는 인간이 배우지 못한 것을 찾아주거나 인간의 명령을 이행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미국 핵과학자회는 이러한 AI가 개발되며 심지어 위험한 생물학 연구에 사용되거나 무기에 접목시키는 시도도 존재했다고 밝혔다. 

이제 전쟁이라는 단어는 우리와 멀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전쟁은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만든다. 이러한 전쟁을 현재 어떤 이는 겪고 있고 언젠가는 겪을지도 모른다. 전쟁을 멈추고 방지하기 위한 노력으로는 전 세계가 모여 국가 간 대립을 막을 방법을 모색하고, 국제사회에서 발생하는 것들에 대한 깊은 관심 등이 있다. 이러한 작은 노력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도움 될 것인가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물방울들이 모여 강을 이루듯이 지구 종말 시계가 자정으로부터 1초씩 점점 멀어져 가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