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이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객원 에디터 8기 / 우성훈 기자] 2024년 1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합주 위스콘신에서 승리를 확정하며 47대 대통령으로 백악관에 복귀하게 되었다. 이는 1892년 그로버 클리블랜드 이후 재선에 실패한 전직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직에 오른 역사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그의 당선은 정치적 사건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며, 특히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당선 직후, 환율과 한국 증시는 급락세를 보이며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고 코스피 지수는 2400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가 이어졌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종목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집중되며 주가 하락이 가속화됐다.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피 주식 비중은 연중 최저치인 32.3%를 기록했고, 이는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신뢰도 저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고, 대미 무역 흑자국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하겠다고 공언했다. 한국은 대미 무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산업이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권 인수팀의 발언은 이차전지와 반도체 업종의 주가에 직격탄을 날렸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를 지원하는 세액공제 폐지가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에코프로비엠, LG에너지솔루션 등 이차전지 관련 주요 종목은 하루 만에 4~15% 폭락했다.
또한, 지난 26일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지원법(CHIPS법) 보조금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 발표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했다. 트럼프 측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관련 업종의 주가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
한편,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단순히 매도로 그치지 않았다. 미국의 강달러 기조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투자 자금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미국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본이탈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글로벌 자금의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았지만, 한국 증시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편, 트럼프의 당선으로 호재를 보이는 분야가 있다. 바로 조선업 분야다. 트럼프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에 대한 한국의 협력을 요청했으며, 이는 국내 조선사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견제 기조와 맞물려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및 미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에서 한국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부각되며 조선업종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외부 충격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고 특정 산업에 편중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대외 리스크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은 이를 더욱 부각했다. 금융당국은 긴급 대응책으로 2000억 원 규모의 펀드 투입을 발표했으나,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 없이는 외국인 자본을 안정적으로 유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은 그의 취임 이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한국 증시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같은 핵심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정책적 안정성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위기를 통해 한국 경제와 증시는 보다 다양하고 안정적인 체질로 변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