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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허용될 수 있을까?

저렴한 값으로 사망 가능한 안락사 캡슐 사르코

 <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7기 / 박예지 기자]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며 존엄한 삶을 사는 것뿐만 아니라 안락한 죽음도 관심을 받았다. 이에 따라 간단한 방법으로 고통 없이 죽을 수 있게 하는 방법들이 연구됐고, 스위스 안락사 인권 단체 ‘더 라스트 리조트’는 안락사 캡슐 사르코(Sarco)를 공개했다.

안락사 캡슐, 사르코

안락사 캡슐 사르코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의사 필립 니츄케 박사가 만든 것이다. 캡슐 내 산소를 질소로 바꿔 환자가 저산소증으로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기계이다. 이 기계의 사용료는 단 18 스위스 프랑(약 2,800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사르코의 사용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이용자는 정신 능력을 포함한 의학적, 법적 요건에 따른 평가를 받는다. 이후 사르코 안으로 들어가 뚜껑을 닫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버튼을 누르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등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이용자가 대답을 맞추면 사르코는 “만약 당신이 죽기를 원한다면, 이 버튼을 누르세요”라고 안내한다. 버튼을 누르면 30초 이내에 공기증 내 산소량이 21%에서 0.05%로 떨어진다.

니츄케 박사는 안락사 캡슐에 대해 “극히 낮은 수준의 산소를 두 번 호흡하면 의식을 잃기 전에 방향 감각을 잃고 조정력이 떨어지며 약간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약 5분 정도 무의식 상태에 머물다 사망에 이르게 된다”라고 언급했다.

안락사 캡슐 사용, 찬성 이유는?

안락사 캡슐 사용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안락사가 인간존엄성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전 세계 평균 기대수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노인 돌봄 복지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들은 노인들이 끝없는 고통과 싸우기보다는 편안하고 깨끗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적 주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위스는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나라이다. 1942년부터 스위스는 안락사의 일종으로 조력 사망을 허용해 왔다. 다만, 이번 캡슐 사용은 법적, 윤리적 문제 제기로 인해 일부 주에서는 캡슐 사용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락사 캡슐 사용, 반대 이유는?

안락사 캡슐 사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안락사의 합법화가 유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재 우리나라 법은 말기 혹은 임종 단계의 환자로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안락사법이 느슨해지게 된다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안락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 이주노동자,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 각종 사회적 약자들이 그렇다. 해결될 가능성이 있는 문제인데도 포기를 권하는 사회적 압력으로 죽음을 인위적으로 앞당겨 자연의 질서를 어그러트릴 가능성이 있다.

안락사 캡슐 사용의 미래는?

결론적으로, 안락사 캡슐의 사용은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부정적이다. 아무리 불치병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의 목숨을 뺏는 살인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거나, 소극적 안락사만을 지향하는 나라들이 많다는 사실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또한,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들도, 오직 불치병 환자만 허용하며,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를 시험 치르는 등의 제약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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