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가 말하는 한국대학과 일본대학… 지망 이유는?
일본 한국 학생이 말하는 대학 진학 이야기
[객원 에디터 7기 | 원채호 기자] 재일 한국인은 일반적으로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이전에 일본으로 와서 ‘특별영주자’ 자격을 가진 한국계 거주자들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넓은 의미에서 현재 일본에 사는 모든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중에는 일본 내 한국 학교에 다니는 한국 학생도 있는데, 일본 동경의 동경 한국학교와 일본 오사카의 오사카 문화 국제 학교가 유명하다.
흔히 사람들은 재외국민 학생들이 거주 국가에 있는 대학에 진학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학생들의 고민들은 그보다 깊다. 현지에서 산 기간과 적성, 진로 고민에 따라 거주 국가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의 재외국민전형으로 한국에 진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외국민 전형은 거주 기간에 따라 소위 3년 특례와 12년 특례로 나뉘기 때문에 입시요건이 다르다. 이번 기사에서는 재일학생들 중 6명의 인터뷰를 통해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과 선택의 이유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다음은 한국에서 살다가 중간에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 대학을 지망하는 윤 모 학생(18, 남)과 위 모 학생(18, 여)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윤 모 학생(18, 남)은 “일단 일본으로 대학을 가는 이유는 외국인 특례 때문인 것 같아요. 단순히 대학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서 한국으로 대학을 갈지, 아니면 일본에 남아서 일본 대학을 갈지 정했어요. 제 경험을 예시로 들자면, 학교에서 성적이 좋지 않고, 어차피 한국 대학 가도 취업난 때문에 고생할 것 같아서 그냥 일본에서 인정받는 명문대 나와서 그나마 한국보다는 취업 잘돼서 잘 살 수 있는 일본에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결국 일본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정했어요. 덧붙이자면, 단순히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한국에서 모든 것을 경험하는 것이 아닌, 시야를 넓혀서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경험하길 원해서 일본 대학을 가기로 결심했어요.”라고 말했다.
일본 대학에서는 재외국민과 외국인에 대하여 각 대학이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람에게 일반 학생과는 다른 방법으로 입학 전형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흔히 재외국민 및 외국인 특별전형이라고 부른다. 그 기준은 대학마다 다르지만, 많은 대학이 중고등 교육과정을 2년 이상 계속해서 일본에서 교육받을 경우, 또는 합쳐서 3년 이상 교육 받은 경우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중 해당자들은 당해 대학 입학 정원의 2% 범위 안에서(외국인 초, 중, 고등 교육과정 12년을 전부 외국에서 이수한 재외국민에 대해서는 입학 정원에 관계없이)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한 선발 기준에 따라 필기시험, 논술, 면접 등의 방법으로 선발하고 있다. 재외국민학생들은 한국에서 한국 대학을 가기 위해 봐야 하는 수학능력검정시험을 보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한국에 사는 한국인 학생들보다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
위 모 학생(여, 18)은 “일본에 살면서 한국 대학에 가고 싶은 이유는 먼저 내신의 비중이 작아요. 우선 우리 학교에서 일본 대학을 가려면 EJU(EJU란 Examination for Japanese University Admission for International Students, 일본으로의 유학을 희망하는 사비(私費)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통합 시험이다. 매년 6월과 11월, 2회 실시한다.)나 영어 전형이나 일본 수능을 보고 갈 수 있는데, 이 세 가지 전형을 갈 때 내신이 큰 영향을 주지 않아요. 그래서 비교적 대학을 가기 힘든 3년 특례이거나 내신이 잘 나오지 않았을 때 선택하면 한국 대학보다 가기 쉬워요. 또 저는 일본어나 영어에 더 강한 것 같아요. 한국 대학에 가려면 앞서 말한 대로 우선 내신 성적을 잘 받아야 하는데, 경쟁도 치열하고 한국 교육 과정을 따라가기 힘든 사람도 많아요. 그래서 일본어나 영어에 뛰어난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ILTS, SAT 같은 영어 시험 또는 EJU 같은 일본어 관련 시험을 통해 일본 대학을 가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일본대학에 가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EJU와 소논문을 봐야 한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EJU 점수가 높아야 한다. 문과면 사회, 역사와 같은 과목 시험을 본다. 이과면 수학, 과학과 같은 과목 시험을 본다. 경우에 따라 소논문을 적지 않는 학교들도 있다. 와세다 대학교는 2024년부터 입시생들 사이에 어렵기로 소문난 소논문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G30 전형이다. 일본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영어를 잘하는 인재들을 뽑는 것이다. TOEFL 110점을 넘고 SAT가 1,500점은 넘어야 합격 가능성이 있고 인기 학과에는 영어 고득점을 가진 학생들이 특히 더 몰리기 때문에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내신도 중요하지만 한국 상위권 대학에 가는 데 필요한 내신보다는 낮다.
다음은 어릴 때부터 일본에서 살면서 일본 대학을 지망하는 김 모 학생(18, 남)과 박 모 학생(여, 18)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김 모 학생(18, 남)은 ”사실 원래 저는 최근까지 저의 진로에 대해 깊게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원래부터 공부에 대한 의욕이 높았던 것도, 인생의 큰 목표가 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했어도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던 것이 아닌 그냥 주변 사람 모두 대학을 가서 가고 싶었습니다. 원래 한국 학교에서 한국 대학으로 바로 진학하기가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한국의 대학을 목표로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일본의 대학을 목표로 하게 된 큰 계기는 저의 장단점과 적성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한국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유가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생계를 유지하는데 어디가 좋을지를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대학과 일본 대학을 선택했을 때의 장단점은 분명하다. 일본에 사는 한국 학생이 한국 대학에 진학할 경우, 한국 문화에 적응하고 학연을 중시하는 한국 기업에서 취업하기가 비교적 쉬워질 것이다. 물론 한국 대학을 나와 일본 기업에 취업해 일본에 사는 일도 있다. 하지만 보수적인 일본의 분위기에서 한국 대학을 나온 학생의 취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차별을 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는 일본 대학을 나온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요즘은 어느 때보다 대학을 가는 개인의 선택과 그 이유가 중요하다.
시대에 따라 대학을 가는 이유가 점차 변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직업 준비가 목적인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대학을 가지 않아도 다양한 경로로 직업을 찾을 수 있다.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직업 분야의 등장으로 대학을 진학하지 않아도 성공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자기 개발과 교양을 이유로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은 예술, 문학, 역사,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탐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다음 이유는 인증과 사회적 기대이다. 여전히 대학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경로이고 대학 졸업장은 취업에 유리하다. 마지막 이유는 개인 목적과 선택이다.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은 살고 싶은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박 모 학생(18, 여)은 “일단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한국 대학을 갈 수도 있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본 대학에 가서 시야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었어요. 대학 진학은 새로운 발견이나,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만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 같아요. 또,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의사소통하면서 인간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자신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분야를 4년간 계속 배울 수 있어요. 대학에 가면 유학이나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니까 대학을 가면 더 쉽게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여러 활동을 하고 많은 분야를 배우는 것을 통해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이 되네요. 한국 대학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본대학에는 여러 지역이나 나라에서 오는 사람이 많으므로 저와는 다른 가치관을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저와는 다른 가치관을 알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러므로 장래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면서 여러 각도에서 자신이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일본 대학을 진학하고 싶게 되었어요.” 라고 말했다.
김 모 학생과 박 모 학생은 일본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다. 그래서 외국인 특례를 받지만 와세다대학교, 상지대학교, 메이지대학교 등 진학할 수 있는 대학에 제한이 있다.
한국에서는 만 18세부터 21세까지 사람 4명 중 3명이 대학에 취학한다. 한국리서치의 2023 한국교육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8%가 ‘한국에서는 대학에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특히 2023 전국 대학생 의식 조사에 따르면, 대학 진학 이유로 대학생들은 ‘취업에 유리한 조건 획득(48.6%)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하지만 일본은 상황이 다르다. 일본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이 많다. 고등학교와 직업 전문학교만 나오더라도 대기업, 인기 직장을 고집하지 않는 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물론 일본 역시 학벌로 줄 세우는 문화가 강하지만, 대학마다 전문성이 다르고 교육방침과 인재상도 제각각이라 일본 대학에 진학하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위해 공부하는 경향이 크다.
다음은 일본에 거주하지만 향후, 한국 대학에 진학할 예정인 학생들의 입장이다. 박 모 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학 왔고, 원 모 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전학 왔다. 두 사람 모두 재외국민 3년 특례를 준비하고 있다.
박 모 학생(여, 18)은 “일본에 최소 3년을 살면 일단 한국 대학에 조금이나마 더 쉬운 길로 갈 수 있어서, 일본 대학이 대학 순위나 더 나아가기 좋은 곳임을 알아도 한국 대학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인 것 같아요. 물론 일본 대학도 외국인 유학생 전형으로 다른 학생들보다는 조금 더 수월한 방법이 있으니까 보통 한국 대학과 일본 대학 중에 고민하는 거 같은 데 저는 한국 대학을 일단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원 모 학생(남, 18)은 “한국에서 살다가 중간에 일본에서 학교를 가게 되는 학생들은 3년 특례라는 특혜를 받아요. 한국에서 수능을 보고 대학을 가는 것 같은 치열한 경쟁은 아니지만 상위권 대학을 가려면 학교 성적뿐만 아니라 TOEFL, SAT, AP, IB, JLPT 등에서 고득점을 받는 게 중요해요. 내신은 한국에 있는 학교 보다는 쉽지만 한국에서 전학 온 학생들도 90점을 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울 때가 있어요. 또한, 일본에서 어릴 때부터 살며 대부분의 12년특례라는 특혜를 받는 학생들은 학업성취도가 높지 않더라도 소수인 3년 특례보다 어학능력시험이 없거나 점수가 낮고 내신이 중상위권이 아니어도 훨씬 좋은 한국 대학에 갈 수 있어요. 그리고 12년 특례 학생들을 뽑지만 3년 특례 학생은 뽑지 않는 대학들도 많아서 상위권인 3년 특례 학생들은 12년 특례에게 현실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도 많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3년 특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후배 3년 특례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한국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본에 어릴 때부터 살며 재외국민 12년 특례 한국 대학을 지망하는 학생들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오 모 학생(여, 18)은 “먼저 학교의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저희 학교는 동경에 위치한 한국 학교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수업을 한국어로 수업하고 학생들도 한국인이 대다수이고 수업 내용도 일본어 수업이 아니면 한국 교과서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배웁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져 일본 문화보다는 한국 문화에 대한 지식이 쌓이게 되어 한국 문화에 적응이 되었습니다. 또한, 저희 학교는 상대적으로 한국 대학에 가고 쉽습니다. 3년 특례, 12년 특례로 인한 특혜로 고등학교 과정에서 안정적인 성적을 받으면 한국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인서울(in Seoul) 대학들도 갈 수 있습니다. 만약에 일본 대학을 가게 되면 センター試験(일본 수능)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내신과 별도로 준비해야 돼서 버거울 것 같아 한국 대학을 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정 모 학생(18, 여)은 “저는 일본에 오래 살면서도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이 좋았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친절하고 일본이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정, 문화, 독특한 생각들이 저에겐 더 익숙하고 잘 맞았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시끌벅적한 시장,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있었을 때 같이 그 마음을 나누는 문화, 그리고 한국어로만 할 수 있는 농담 하나하나가 저에겐 좋았습니다. 예전의 일화 중 하나로는, 할머니들께서 일본에서 온 저에게 큰 관심을 주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관심이 저는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 살고 있음에도 가끔씩 한국에 여행을 갈 때 마다 설레고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또한, 한국 음식을 먹을 때면 그 어느 때보다도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런 한국에서 살고 싶어서 한국 대학을 지망합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용에서 알 수 있듯 12년 특례 학생들은 내신이 3년 특례 학생만큼 좋지 않더라도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다. 하지만 문과와 이과 상관없이 상위권 대학에 가서 교육 과정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내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들 중에서 영어로만 강의하는 수업도 있어서 TOEFL, SAT를 공부해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본에 살면 일본대학에 가고 한국에 살면 한국대학에 간다는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에서 없어진 지 오래다. 재일교포 학생들은 한국의 문화를 좋아하거나 더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거나 다른 사람들의 희망이 되고 싶어서 한국대학이나 일본대학을 지망한다. 자신이 원하고 목표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는 재일교포 학생들은 여러 각도로 사고할 수 있는 한국의 글로벌 인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