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고양이는 액체일까 고체일까?

데보라 수를 활용한 고양이의 상태 변화 연구

유변학에 따르면 고양이는 일시적으로 액체

< PIXABAY 제공 >

[객원 에디터 6기 / 이채은 기자] 액체는 담는 그릇에 따라 형체가 바뀌는 물질이라고 정의될 수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어느 곳에서 형체가 바뀌면서 그 그릇을 빈틈없이 채우는 고양이도 액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주장은 오랜 기간 전 세계적으로 “고양이 액체설”이라고 주장되어 온 밈이다. 그냥 웃어넘겼던 이 주장을 2014년 파리의 유변학자인 파르딘 연구원은 진지하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마크 파르틴은 유변학을 바탕으로 “고양이의 유변학”이라는 논문을 내 큰 주목을 받았다. 먼저 유변학은 물리학의 하위 학문으로 물질의 변형과 움직임을 연구하는 과학 분야이다. 몇몇 물질들도 고양이처럼 액체와 고체의 성질을 동시에 띠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녹말 용액과 고분자 플라스틱은 만질 때는 고체처럼 딱딱하지만, 액체처럼 손에서 흘러내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파르틴 박사는 이에 따라 고양이가 자기 몸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그릇의 모양에 맞게 몸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고 고양이를 액체라고 정의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고양이의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데보라 수를 이용한 관찰 연구를 진행했다. 데보라 수는 물질이 흐르는 시간을 관찰 시간으로 나눈 값으로 데보라 수가 1보다 크면 고체, 작으면 액체이다. 예를 들어 물을 물컵에 담으면 물은 바로 물컵의 형태대로 채워진다. 즉, 변화가 빠르게 일어난다. 하지만 액체와 고체 그 중간 어디쯤인 슬라임을 컵에 담는다고 상상하면 아마 슬라임은 더 천천히 채워질 것이다. 결국 물질이 흐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므로 데보라 수는 1에 가까워진다.

파르틴은 연구를 위해 많은 고양이 영상을 보며 관찰했다. 그의 결론은 고양이는 때에 따라 액체라고 볼 수도, 고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변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고양이는 점성을 가지고 있다. 점성과 탄성은 유체와 고체를 구분할 때 쓰이는 물리학적 특징이다. 탄성은 모습을 유지하면서 물질을 튕기는 성질이다. 반면 점성은 형태가 변할 때 나타나는 유체의 저항이다. 또한 고양이가 액체 성질을 가지는 시간은 1초~1분 정도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사실은 나이 든 고양이들이 더 액체에 가까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의 유연성에는 특유의 신체 구조가 이 성질에 영향을 미친다. 고양이는 사람보다 척추뼈가 많다. 사람은 총 26개의 척추뼈가 있는 반면에 고양이는 53개나 된다. 척추뼈가 많은 것은 관절이 많은 것이고, 관절이 많을수록 유연하게 움직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 또한 고양이는 사람보다 쇄골이 작고 근육으로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움직이는 데에 큰 제한을 주지 못한다.

파르틴은 이 연구 결과로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을 패러디하여 만들어진 상이다. 모든 과학은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누군가는 고양이 액체설을 그저 웃긴 연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연구를 시작으로 세상에 중요한 과학적 사실이 밝혀질 수 있는 것이다. 개구리를 공중 부양 시키는 연구로 이그노벨상을 받은 앙드레 가임은 후에 그래핀을 연구해서 노벨상도 받았다.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과학적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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