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발생하는 노동자 사고, 왜 달라지는 것은 없을까
[ 객원 에디터 4기 / 김현정 기자] 지난 15일, 삼립 SPC의 계열사인 SPL 평택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A씨가 소스 배합기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가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노동환경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무리한 밤샘 근무와 휴식 없는 업무 환경, 지켜지지 않는 2인 1조 근무 규칙으로 인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른 계열사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문제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를 관리하는 SPC 피비 파트너스의 신제품 안전사고 보고 문서에 따르면 신제품 출시 이후 1개월 동안 5명이 다쳤지만, 이 중 2명만 휴가를 사용하였다. 이는 한 사람이 휴가를 사용하면 그들의 업무가 다른 직원에게 돌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로 일한 B 씨에 따르면 “산재 처리를 해야 하는데, 내가 쉬면 다른 동료들의 일이 증가하는 구조라 산재 신청을 하지 못했다. 괜히 직원들끼리 싸우게 되는 구조이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열악한 업무환경에서 회사는 노동자들끼리의 갈등을 부추겨 산재나 휴무 처리도 제대로 신청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노동자들은 마음대로 다치기도 힘든 환경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또한 이번 사고에 대해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은 “업무량이 폭증하면 사람을 늘려야 하는데 노동 시간을 늘린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밤샘 근무는 집중력 저하로 인해 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했다.
이러한 노동자 사고는 매년 일어나고 매번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어째서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것일까?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 시행됐지만 전문가들은 산재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명확히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 실제로 기소까지 이뤄진 사례가 많지 않은 점 등을 들며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27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 15일 SPC그룹 계열사 SPL 평택 빵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사망한 이후부터 13일 동안 산재 사망사고는 총 13건 발생했다.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15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1월 27일부터 9월 30일까지 발생한 중대재해는 443건으로 사망자는 446명이었다. 법이 무용지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한 수치이다.
몇 년 전 발생한 구의역 사고도 마찬가지이다. 2016년에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설치 노동자가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도 원칙적으로 2인 1조로 진행되어야 하지만 혼자 수리를 진행하다 사망하였다. 이는 SPC 사고와 닮아있다. 두 사고 모두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인해 무리하게 혼자 일을 진행하다 사고가 난 경우이다.
이처럼 인력부족으로 인한 사고는 오랫동안 일어났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도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결국 사고는 또다시 반복되었다.
산업 재해가 발생하고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비용 문제이다. 기업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하는 노동자의 수를 줄이려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고들이 발생한다. 과징금 및 불매 운동으로 인한 타격이 있지만 이보다는 인력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다.
그렇기에 반복되는 노동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개인은 해당 기업의 상품을 불매하고 지속해서 사고에 관심을 가지는 등의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대중들에게 소비되는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의 경우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은 큰 타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삼립 SPC에 대한 불매운동이 계속되자, 현대차는 노동자들의 근무 중 지급 간식 계약을 삼립 대신 롯데제과의 자회사와 맺었다. 이처럼 불매운동은 기업에 실질적인 타격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과징금의 정도를 높이고 지속적인 감사를 통해 기업 내의 업무환경이 잘 준수될 수 있도록 살펴야 할 것이다.
계속되는 노동자 사고, 모두의 관심을 통해 이제는 끊어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