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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글로벌] 아미니의 죽음… 이란 히잡 시위의 의미

<PIXABAY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전시현 기자] 지난달 이란 테헤란에서 22살의 한 여성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가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되었다. 3일 후 그녀는 사망했고, 경찰은 아미니가 갑자기 심부전증을 앓다가 바닥에 쓰러져 이틀 만에 혼수상태로 숨졌다고 전했다.의문의 이유로 사망했다. 하지만 가족과 많은 사람들은 아미니가 구타를 당하고, 머리를 경찰차 옆구리에 부딪혀 사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군다나 이란 인터내셔널에서 발표한 CT 결과는 심한 타격에 의한 두개골 골절로 나타났다. 그녀의 의문사가 알려지자 9월 17일, 이란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시위와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되었다. 여성들은 히잡을 벗어던지고 불에 태우는 등 시위를 계속했고, 결국 히잡 의문사 항의는 이란 정권 퇴진 시위로 확대되었다. 경찰이 시위 진압 중 최루탄과 실탄 등을 발사해 유혈 사태가 일어나고 200명 이상이 사망하면서 이란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의 여성들은 거리에서 춤추지 못하고, 남편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다른 나라로 가지 못하고, 머리카락을 내놓지 못한다. 이란이 이슬람 종교가 가미된 민주주의 국가, 즉 하이브리드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슬람의 양대 종파는 시아파와 수니파가 있는데, 무슬림 교도 중 수니파가 85-90%를 차지하고 시아파는 10-15%를 차지한다. 이 두 종파는 후계자 선정 방식에서 다른데, 시아파는 예언자 직계 혈통 계승을 믿고 수니파는 예언자 부족 출신 계승을 믿는다. 이란은 시아파 종주국으로 예언자의 혈통으로 계승을 해왔다.

그렇다면 이란 여성들은 평생 히잡을 착용해왔을까? 쿠란에서 언급되는 히잡은 나누고 가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종류는 4가지로 얼굴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차도르, 눈을 제외하고 가리는 니캅, 눈마저도 망사로 가리는 부르카, 그리고 이슬람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히잡이 있다. 이란 여성들은 매우 오랫동안 히잡을 착용해왔다. 현재 이란에서는 외국인을 포함해 9세 이상의 여성은 모두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1930년대부터 한동안 이란의 여성들은 히잡 착용이 필수는 아니었다. 

이란의 팔라비 왕조 창시자 레자 샤 팔라비는 1936년 서구화 정책으로 히잡 착용 금지법을 제정했다. 물론 당시 억압적으로 히잡을 벗기한다며 이란 사람들은 완강하게 반대했다. 그래서 그의 아들이자 이란의 마지막 왕 모하마드 레자 샤 팔레비는 1941년 히잡 착용을 허용했지만 점진적으로 서구식 근대화를 추진했다. 지금과는 달리 여성들은 서구식 문화를 받아들여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양한 패션으로 거리를 다녔다. 그러나 1979년, 이란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붕괴하며 이란 혁명을 주도한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히잡 강제 착용을 재시도했고, 1981년 이슬람 복식 준수 규정을 만들면서 히잡 착용을 법제화했다. 심지어 1983년에는 처벌 수위를 강화해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은 태형에 처한다는 법을 통과했다. 

현재 이란의 대통령 에브라힘 라이시는 강경 보수파로 분류되며 이슬람 율법을 강조한다. 현 정부는 한 여성이 히잡 착용을 거부하고 SNS에 영상을 올린 행동을 하자, 매춘이라며 무려 징역 24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러한 보수적인 국가에서 히잡 시위가 일어나면서 이란 정부는 이란 여성들이 히잡을 벗으면서 이슬람 체제에 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에 초강경 진압 명령을 내렸고 인터넷을 차단했다. 또한 히잡 시위의 배후가 미국과 이스라엘이라고 주장했다. 이란과 미국, 그리고 이스라엘의 관계가 매우 악화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 대통령 트럼프는 미국 CIA에 이란 임무 센터를 창설하고 이란 체제 붕괴를 위한 민심 교란 작전 등을 펼쳤다. 미국이 대이란 경제 제재를 시작하면서 1970년대에 서로의 수도로 도로명을 교환할 만큼 가까운 사이로 지냈던 이란과 한국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강경한 정부의 대응에도 히잡 반대 시위에 이란 국민들이 남녀노소로 나서는 이유는 경찰과 정부의 폭력과 구타가 남이 아닌 자신과 가족의 일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유명인들은 이란에서 발생한 정치 및 경제 시위에 관련된 의견을 내는 것을 망설였지만, 최근에는 많은 이들이 나서서 히잡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가 하나로 뭉쳐 이란 시위에 연대하면서 젊은 세대가 원하는 새롭고 다른 세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히잡 반대 시위는 과거의 시위와 다르게 주동자 없이 많은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한 시위이다. 또한 히잡 문제는 국한된 주제가 아닌 모든 이란 국민들과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문제이기 때문에 히잡 시위는 이란 역사의 분기점이 될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현 시위로 체포된 사람들의 90%가 10대일 정도로 젊은이들은 개혁과 개방의 목소리를 내면서 어느 때보다도 과감한 행동을 하고 있다. 특히 이란 여성들이 억압적인 사회에서도 과격한 표현을 서슴지 않고 하며 자유를 외치고 있다. 히잡 시위의 본질은 단순히 히잡이 아닌 이란 국민들의 고통과 슬픔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란은 국민들의 소원대로 여성의 자유를 보장하고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나라로 변화해야 한다.

 [위즈덤 글로벌] 국제관계에서 벌어지는 중요 이슈 및 글로벌 리더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칼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전시현 기자의 ‘위즈덤 글로벌’로 세상의 소식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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