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글로벌]대만을 사이에 둔 미중관계와 한반도
[위즈덤 아고라 / 전시현 기자] 최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미 상하원 의원 5명이 대만을 방문하며 미중갈등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군은 미 의회 대표단이 타이베이에 도착한 지 하루 만에 대만 주변 해상과 영공에서 전투경계초계와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대만 해협 방향으로 더 많은 순찰을 “정기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령부 공식 웨이보 계정에 따르면 동부전선사령부(Eastern Theatre Command)의 시이(Shi Yi) 중령은 “이 훈련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미국과 대만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엄숙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국가 주권과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단호히 수호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월요일 회담에서 차이잉원(Tsai Ing-wen) 대만 총통은 대표단이 “중요한 순간”에 방문하고 행동으로 대만에 대한 지지를 보여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권위주의 정권에 의한 세계 질서에 대한 위협을 강조했으며 중국의 최근 섬 주변 군사 훈련은 지역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방해”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직접적으로 통제한 적이 없지만 대만을 중국의 영토의 일부로 봐왔고, 필요하다면 무력으로 대만을 중국 본토와 “통일”할 것이라고 오랫동안 맹세해 왔다. 또한 신중국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중국몽’을 공개적으로 천명하였다.
이렇듯 양국 간의 관계는 1979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심지어 일부 학자들은 미중 간의 패권경쟁이 결국 무력 충돌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을 하고 있다.
미중 경쟁과 대립의 심화는 한반도에게 협력의 필요를 일깨워준다. 미중 관계는 70년 동안 어떤 변화를 겪어왔고, 한반도는 미중 대립에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까?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의 건국 이후, 미중관계는 크게 네 차례에 걸쳐 변화를 겪어왔다.
첫째는 대결의 시기이다. 1949년부터 1970년까지, “죽의 장막(Bamboo Curtain)”이라는 표현이 잘 보여주듯 미국 내에서 중국은 공산주의 독재체제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어 봉쇄의 대상으로 간주되었다. 이 시기에 두 나라는 한반도와 대만 해협 등에서 여러 차례 무력 충돌 위기를 겪었다.
둘째는 냉전 시대의 전략적 동반자 시기이다. 1970년대 초반부터 미국과 중국은 새로운 관계로 접어들었다. 이때부터 1989년까지 양국 관계는 대소 견제 및 봉쇄에 초점을 맞춘 ‘냉전 시대 동반자’가 되었으며, 미국은 중국과 교류를 하며 대만과 외교관계를 끊었다.
셋째는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면서도 협력이 우세에 있었던 시기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9년까지가 이에 해당된다. 양국 관계는 한편으로는 무역 확대와 고위급 인사들의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악재들로 인해 위기를 겪기도 했다. 1996년 대만 해협 위기, 1999년 중국의 미국 핵기술 절취 혐의 및 미국의 콕스 보고서 발표, 1999년 5월 미국의 중국 대사관 오폭 사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 구축 박차 및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 등이 겹치면서 미중관계는 악화되었다. 특히 이 즈음에 등장한 조지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함으로써, 불안감을 조성했다.
그러나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이후 미중관계는 협력 기조로 돌아섰다. 테러에 맞서는 것이 미국의 최대 관심사가 되었으며,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필요했고, 중국 역시 이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자국 내의 분리주의 움직임을 ‘테러와의 전쟁’의 연장선상에서 다루고 싶어 했다.
끝으로 미중 전략 경쟁 시대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임기 첫해인 2009년에 중국을 봉쇄하지 않겠다며 협력관계를 추진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2010년에 들어서며 양국 관계는 악화되기 시작했고 2011년부터는 전략적 경쟁이 확연해졌다.
2011년 11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1세기의 지정학이 아시아 태평양에서 결정될 것”이며, “미국은 반드시 그 현장에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아시아로의 회귀(혹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를 자신에 대한 봉쇄전략으로 간주하고 경계심을 더욱 강화해나갔다.
양국 간의 전략 경쟁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더욱 격화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확대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채택했고, 이후 바이든 행정부도 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로 접어든 이후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위협을 받고 있다.
중국은 급격히 부상하여 2010년 일본의 GDP를 능가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미중간의 경제력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2008년 중국 GDP는 미국의 31%였지만, 2020년에는 무려 71%에 달했다.
또한, 중국은 1990년 이래로 연평균 10%가량 국방비를 증액해 2000년대 중반부터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군사비 지출 국가가 되었다.
미중관계는 이렇게 기존의 지배국(dominant power)인 미국에 대한 신흥 부상국(rising power)인 중국의 도전, 즉 패권경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필연적으로 패권전쟁은 다수의 국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따라 많은 나라들의 정책결정자들의 뿐만 아니라 언론과 전문가들도 미중 관계 및 국제질서의 변동에 대해 다양한 분석과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의 위기: 남북한은 동맹의 체인에 연루될 것인가 >는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의 위기, 그리고 그 위기에 남북한이 연루될 가능성을 분석하면서 한반도의 위기상황은 대만해협에서 미중 사이에 무력 충돌 발생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미중간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극히 제한적이라 할지라도 대만해협에서 위기가 발생한 후에 동맹 체인에 연루되어 우리가 휩쓸려갈 상황은 재앙이 될 수 있으므로 이 문제를 신중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국제정치의 현실 속에서 위협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위협이 높아지는 흐름에 몸을 내맡길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평화 협상을 진행할 것인지는 선택과 전략의 문제다.
과거에는 중국이 대만과 무력통일을 할 가능성이 낮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 주도로 분리된 시장경제의 편입을 최대한 지연시켜야 하고, 경제적이고 외교적인 접근으로 두 강국 사이에서 살아남아 성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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