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글로벌]한일 갈등에서 언급되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어떤 곳인가
[위즈덤 아고라 / 전시현 기자] 겨우 942km가량의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매우 가까운 거리와는 다르게 수백 년간 갈등의 골이 깊다. 특히 양국 관계는 과거사와 독도 문제 등을 놓고 크게 충돌을 하며 더욱 악화되고 있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며 일본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이에 일본은 ‘글로벌 코리아’를 표방하는 한국이 ICJ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신맹호 국제법률국장은 우리 정부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넘기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은 1904년부터 이미 한반도에 군사를 마음대로 주둔시키고 외교권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이처럼 독도는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전쟁 과정에서 강탈된 우리의 첫 번째 영토이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ICJ에 회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역사관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우리가 독도를 ICJ에 회부해 일본과 마주 앉아 영유권을 논의한다는 것은 바로 일본의 과거 한반도 침략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일본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영토 분쟁은 ICJ에 회부하자고 주장하지 않으면서, 오직 한국의 확고한 영토주권 하에 있는 독도 문제만 ICJ에 회부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모순된, 이중적 태도는 일본의 ICJ 회부 주장이 소위 ‘분쟁’ 조성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지, ‘법의 지배’ 혹은 ‘법과 정의’에 입각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며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를 역행하려 하는 일본의 태도를 지적하였다.
그러면 국제사법재판소란 무엇일까? 현재 국제법에 따라 국가 간 분쟁을 심판하는 기관들 중 하나인 국제사법재판소는 대다수가 공분할 범죄적 행위가 아니더라도 국가 간 의견이 갈리는 사항, 즉 영토 경계선 문제나 특정 국가의 양자·다자 조약 위반 혐의, 또는 재산권 침해 등을 심의하는 기관이다. 1945년에 창설되어 네덜란드의 헤이그에 재판소가 있으며, 크고 작은 다양한 국가 간 분쟁 이슈들이 재판소에서 다루어진다.
국제연합 총회 및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선출된 15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며, 원칙적으로 국제법을 적용하여 심리한다. 강제적 관할권은 없으며,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한쪽 당사자의 청구만으로는 재판의 의무가 생기지 않는다.
이 재판관 중 1명이 일본인이기 때문에 한일 역사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면 우리나라가 불리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법재판소는 국적재판관제도를 통해 혹시 모를 편파성을 대비하고 있다. 특정 사건이 심리될 경우 법관 중 분쟁 당사국의 국적을 가진 법관이 없을 경우 해당국에서 자국 국적의 법관을 선임할 수 있다. 따라서 한일이 분쟁 당사국이 되면 일본은 국제사법 재판관이 한 명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국적재판관을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이다.
판결은 정족수 9인 이상이 출석해 출석 재판관의 과반수로 결정된다. 가부동수인 경우 재판소장, 재판소장 대리 재판관이 결정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판결이 나면 가능한 한 이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 UN의 권고사항이고, 심각한 문제에 대해 이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면 ‘성명’ 등의 외교적 압력이 가해진다. 그러나 국내법과 같이 벌금이 부과되거나 처벌을 받는 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처벌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지향하는 UN의 정신과 부합하지 않는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UN이 강제집행의 역할을 맡기에는 강대국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 그리고 과거에 일본이 우리나라 국민들을 착취했던 것도 모두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의 영토임이 명백한 독도에 대해 소송을 받아준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며 한국의 영유권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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