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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품앗이 하실래요?

시간을 저금하는 ‘시간은행’

집수리부터 카풀, 반려동물 산책 등 일상에서 주고받는 도움

< Illustration by Jessica Li >

[위즈덤 아고라 / 전시현 기자] 현대판 품앗이로도 불리는 ‘시간은행’ 제도가 시범 운행되며, 이웃 간의 정과 공동체 정신이 싹트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5월 3일, 시간을 저금할 수 있는 ‘시간은행’이 생겼다. 내 시간과 재능으로 다른 사람을 돕고, 내가 쓴 시간만큼 ‘시간화폐’를 적립해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울시간은행’이 열린 것이다. 

서울시간은행은 1980년대 미국에서 도입된 뒤 세계 40여 개국에서 운영하는 ‘타임뱅크’ 개념을 차용했다. 타임뱅크는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화폐로 매개되지 않는 수많은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시민들을 서로 연결하는 공동체 운동이다. 예를 들어, 시간은행에 가입한 대학생이 동네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시간화폐를 적립하면, 나중에 시간화폐를 써서 다른 누군가에게 자취방 정리·정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회원가입은 5월 9일부터 인터넷 네이버 카페 ‘서울시간은행’을 통해 받았다. 14살 이상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서울 시내 4개 거점에 시간화폐 적립·사용, 이용자 연결 등을 지원할 코디네이터도 배치하였다. 코디네이터가 활동하는 곳은 국민대-정릉 지점, 방아골 종합사회복지관-방학2동 지점, 타임뱅크하우스-홍은동 지점, 서울시청 지점 4곳이다. 각각의 거점에는 대학 연계 모델(국민대 학생과 지역 주민 연결), 공간 연계 모델(전 세대 복지관 이용자 연결), 지역 거점 및 ‘노노케어’ 모델(고령층끼리 서로 돌봄), 직장 기반 및 아이 돌봄 모델이 적용됐다.

서울시는 서울시간은행 개점 한 달을 지나며 이웃·동료 간 도움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배움·코칭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간은행 서울시청지점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조사 결과, ‘줄 수 있는 도움(132건)’이 ‘받고 싶은 도움(75건)’보다 2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간은행은 현재 280명이 온라인 카페에 가입했고 카페 가입 없이 오프라인으로 지점별 활동중인 회원도 다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온라인 카페 회원수 기준으로 여성(66.2%)이 남성 회원의 두 배 가량 많으며, 회원 평균 연령은 44세로 40대(32.8%)가 가장 많고,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분포한다. 

현재까지 가장 활발한 활동 교환이 일어난 지점은 서울시청지점이며, 가장 많은 시간화폐를 적립한 회원은 정릉 지역축제에서 활동한 국민대-정릉지점 회원으로 600 타임 페이를 적립했다. 서울시청지점에서는 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어린이집 등·하원 카풀, 주말 육아 품앗이, 물품 대여 등의 도움을 나눠 안정적인 직장 공동체 문화 형성에 나선다. 시는 서울시간은행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디지털 대전환에 대응해 사회적 관계망을 회복하고 공공복지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대도시형 공동체 모델로 만들어간다는 목표다. 

서울시는 17일 개소하는 타임뱅크하우스 지점도 사단법인 타임뱅크코리아의 전문성을 살려 지역 노인 및 장애인 등의 돌봄을 중점으로 활동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서울시민뿐 아니라 타시도, 공공기관 등 서울시간은행에 대한 대내외적 관심과 요청을 반영해 현재 운영 중인 시범사업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원목 서울시 시민협력국장은 “사업 초기라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편의성, 안전성, 신뢰성에 대한 지속적 개선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이 “개개인의 고립·외로움을 해소하고 현대 대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모델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서울시간은행이 자발적이고 호혜적인 상생도시 서울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 노력해가겠다”라고 말했다. 

‘타임 페이’는 간단한 집수리부터 카풀(차량 공유), 반찬 나눔, 반려동물 산책 같이 대부분의 일상적인 도움 주고받기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간편한 시스템이고, 분리된 사회에서 사는 국민들 사이에서 다시 연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이다. 팬데믹으로 모두가 협력해야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다는 공동체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낀 만큼 ‘시간은행’ 제도처럼 

이번 판데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근본적인 교훈은, 개인의 행복이 사회 구성원 모두의 행복에 달렸다는 점이다. 우리는 모두가 행복하고, 모두가 공정하며 공통의 문제 앞에서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시간은행’ 등의 노력을 통해 연대를 만든다면 우리의 삶은 더 나아지고 더불어 사회도 더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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