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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만 만연한 ‘시체관극’, 이유는?

시체처럼 공연을 봐야 하는 한국의 시체관극 문화

오히려 관객들과 배우에게 피해를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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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unplash>

[객원 에디터 6기 / 안준서 기자] 최근 한국에서 연극을 극단적으로 조용히 관람하는 현상, 혹은 이를 남에게 강요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태도를 일컫는 ‘시체 관극’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시체 관극이란 기본적인 관람 예절을 넘어 옷자락이 부스럭거리거나 고개만 움직여도 눈치를 주는 관람 문화를 이르는 말로 극을 관람할 때 ‘시체처럼’ 가만히 앉아 관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화는 환호를 지르거나 팝콘을 먹으며 보는 영화와 다르게 뮤지컬, 연극에만 있는 문화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모든 뮤지컬, 연극에 적용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러한 문화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유독 한국에만 널리 퍼져 있다. 

이러한 시체 관극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먼저, 최근 감당할 수 없이 비싸진 뮤지컬 티켓과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극을 최대한 잘 소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러한 시체 관극 현상이 발생했을 수 있다. 혹은 극히 일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불법으로 극을 촬영해 파는 업자들이 일부러 이러한 내용의 문화를 퍼뜨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극을 잘 보기 위해 등장했던 이 문화가 이제는 뮤지컬, 연극을 즐기는 관객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를 맹신하며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면서 사람들은 큰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청각장애인이 인공와우를 착용한 채 공연을 보다가 “기계 소리가 시끄러우니 공연을 보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사례부터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잠깐 뒤척였더니 핀잔을 주더라”, “손목시계 초침 소리가 거슬려 공연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짜증을 들었다” 등의 사례가 있다. 

이러한 사례들이 속출하는 것은 극의 관람객들뿐만 아니라 극의 배우들에게도 간접적으로 피해를 준다. 뮤지컬 배우 조수정(24)씨는 “연기에 집중해야 할 장면에서 소음이 발생하면 극을 이끌어가는 데 방해가 되지만, 관객의 반응을 유도하고자 의도한 장면에서 반응이 없으면 그것대로 또 어려움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극을 극단적으로 조용히 관람해야 하는 한국의 뮤지컬, 연극계의 문화는 바람직한 관극 경험을 제공해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관객들이 불쾌한 경험을 겪게 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고 연극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더욱 많은 관람객이 유입되어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관객들 자신에게도 더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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