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왜 머리카락은 하얗게 변할까?

검은색으로 되돌릴 순 없을까?

<Illustration by Yeony Jung 2006 (정연이) >

[객원 에디터 5기 / 구아윤 기자] 우리는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머리카락 색이 바뀐다. 빠르게는 30대 후반쯤부터 점차 하나씩 하얀 머리카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검은색이었던 머리카락이 흰색으로 바뀌고 난 뒤,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렇게 점차 나이가 들면서 바뀐 머리카락의 색깔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일까?

인간의 육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노화를 맞는다. 우리의 몸이 점점 늙어가듯이 머리카락도 점점 늙어간다. 사람의 머리카락은 멜라노사이트가 합성하는 멜라닌 색소의 양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따라서 인간이 노화되면서 모낭 세포 속 멜라닌 세포의 수와 기능이 저하되어 멜라노사이트 세포가 줄어들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점점 흰색으로 변한다. 이러한 현상을 백모화라고 한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과 미국 하버드 의대 공동연구팀이 인체 모낭 조직의 색소 줄기세포를 이용한 백모화 모델을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 그동안 염색 외 치료 방법이 없던 상황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백모화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주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VIVO모델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인체 모낭 조직에서 백모화 모델을 구축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인체 유래 두피 모낭을 성공적으로 분리, 배양하고 외부 산화 스트레스 및 노화 과정으로 인한 색소 줄기세포의 비정상적인 분화의 초기 과정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마커의 규명은 백모화 기전뿐 아니라 다양한 색소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색소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이렇게 노화 때문에 백모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로 백모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첫 번째 예외는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가 흰머리를 유발한다는 직접적인 연관성과 기전은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혈액 순환의 장애를 일으키고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을 분비해 머리카락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모근의 혈관을 수축시킨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의 원인을 해결하고 나면 다시 검은 머리로 돌아올까. 안타깝게도 한번 난 흰머리가 검은 머리로 날 확률은 매우 낮다. 

두 번째는 다이어트이다. 비타민B12와 엽산이 부족하면 빈혈 증상이 생긴다. 비타민B12와 엽산은 멜라닌 색소를 형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도한 다이어트 때문에 몸속 영양이 불균형해져 모낭까지 영양이 잘 공급되지 않아 흰머리가 날 수 있다. 세 번째는 갑상선질환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몸에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멜라닌을 생성하는 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모발이 흰색으로 변한다. 갑상선 기능이 저하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체내에 호르몬이 급격히 부족해지면서 멜라닌 색소도 덜 분비돼 흰머리가 난다. 

마지막은 당뇨병이다. 뇌하수체의 기능 이상으로 체내 인슐린의 양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면 당뇨병이 생긴다. 당뇨병으로 인해 멜라닌 세포를 만들어 내는 호르몬 또한 뇌하수체의 지배를 받아 제 기능을 못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때 흰머리가 생길 수 있다.

이런 흰머리가 보기 싫다고 뽑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그대로 두거나, 뽑지 말고 자르는 게 좋다. 두피의 모낭에서 평생 생기는 머리카락의 개수는 정해져 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25~35개로, 정해진 개수를 넘어서면 더 이상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는다. 결국 새치 때문에 머리카락을 계속해 뽑으면 탈모가 생길 수 있다.

흰머리가 안 생길 수는 없지만 덜 생길 수는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들로는 습관과 마사지이다. 끝이 뭉툭하고 둥근 빗을 이용해 두피를 톡톡 두드리거나 손가락을 꾹꾹 눌러주는 마사지는 두피 혈류 개선에 도움을 준다. 손가락 끝 지문 부위로 머리를 지그시 누르고 5~10초간 유지하는 방식으로, 두피 전체를 10분에 걸쳐 시행한다. 하루 2번 아침, 저녁으로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머리카락은 부교감 신경이 활발히 작용할 때 성장이 촉진되는데, 수면 부족은 부교감신경의 기능을 떨어트린다. 하루에 7시간 이상 충분히 잠을 깊이 자야 두피와 모발 손상을 회복할 수 있다. 술과 담배는 모세혈관을 수축시키는 대표적인 물질로, 모발 건강을 위해선 금주와 금연이 중요하다. 특히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흰머리가 생길 확률이 2.5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흡연자에게 금연이 가장 효과적인 흰머리 예방책이다. 

마지막으로 검은콩이나 검은깨와 같은 검은색 음식은 두피와 모발 건강에 이로운 식품으로 모발 생성에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한다. 리놀렌산 풍부한 호두는 모발 생성을 돕고, 각종 미네랄 함량이 높은 미역과 다시마는 머리카락 주성분인 케라틴 형성에 도움을 준다.

Leave a Reply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