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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군사령관이 총리로… 또 다시 위기에 놓인 미얀마

약속했던 총선 시기 2023년 8월로 미뤄져… 비상통치 기간 늘어났다

미얀마 국민들… 군부의 약속, 신뢰안가 

‘시민불복종 운동’에 의해 의료, 교육 등 공공부문 마비상태

점차 빠져나가는 해외자본에 이어 코로나19 방역 최악의 상태… 

Illustration by Junhyeon Cho

[위즈덤 아고라 / 김규인 기자]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 쿠데타를 일으킨 지 6개월이 지난 가운데, 군부 총사령관이 총리에 올랐으며 쿠데타 당시 밝혔던 ‘1년 뒤 총선 실시’ 약속도 1년 6개월을 더 늦춰 2023년 8월까지 비상통치 체제를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이날 기존 군부 중심의 국가행정 평의회(SAC)를 과도정부로 신속히 대체하고 군부 사령관인 민 아웅 흘라잉이 총리직을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총리 취임 연설에서 “2023년 8월까지 군부의 비상통치체제가 이어질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반드시 총선을 치를 것을 약속한다”라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 총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 –  AP 연합뉴스 제공>

‘과도 정부’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미얀마 군부가 정권을 완전히 장악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국민들은 군부의 약속을 믿지 않고 있다. 인권활동가 아웅 쿄 모에는 “군부 사령관의 선거 약속은 거짓이며,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얀마 국민들은 그런 약속을 믿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고 BBC가 전했다. 

미얀마 군부가 약속을 어기고 정권 장악 절차에 속도를 내는 것은 국제사회의 무력한 대응도 한몫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얀마를 비호하는 상황에서 유엔(UN)과 미국, 유럽 등은 미얀마에 대해 적극적인 개입을 꺼리고 있다. 특히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중국은 겉으로는 “내정 불간섭”을 외치고, 안으로는 미얀마 군부에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는 등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미얀마는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시민들의 쿠데타 반대 시위는 줄었지만, 의료진과 교사, 공무원 등 상당수 국민들이 여전히 파업 등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의료, 교육 등 공공부문이 마비된 상태이다.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의 대표적인 산업은 섬유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군부가 정권을 잡고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미얀마의 봉제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군부의 계엄령 선포와 무차별 진압 등으로 노동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일부 공장들이 조업량을 줄이거나 운영을 중단하고 있는 탓이다. 

아울러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EU 등에서 경제제재를 다시 실시했으며 그에 따라 미국, 유럽 등 해외 발주처로부터 주문이 크게 감소했다. 유명 의류 브랜드이자 주요 발주처인 H&M사는 미얀마에서 7년 동안 약 45곳에서 의류를 생산했으나 비상사태 발생 이후 미얀마에 대한 주문을 일시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시민불복종운동의 영향으로 물류 시스템(체계)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서 원자재 수입과 대금 지불, 해외 송금이 중단되거나 크게 지연되면서 수출입 과정에도 문제가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비상사태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 봉제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으며 해외로부터의 주문이 감소해 8월 이후 조업을 중단하거나 폐업을 하는 회원사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교민들의 철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20분 거리에는 한·미얀마 경제협력산업단지(KMIC)도 조성돼 있는데, 공사가 중단되는 등 우리나라도 발을 빼고 있다. 

경제는 무너지고 정국이 혼란에 빠지자 코로나19 방역은 최악으로 흐르고 있다. 검사를 받는 것 자체가 어렵고 양성률이 30~40%에 이른다. 

확진자와 사망자 집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통계 자체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는 4000명이 넘고 하루 사망자만 293명이 나왔다. 

지난달 말 유엔의 비공식 안보리 회의에서는 쿠데타로 미얀마의 의료 시스템은 거의 붕괴됐으며 일부 추정치에 따르면 앞으로 2주 안에 미얀마 인구 절반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증언과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상황이 이같은 가운데 미얀마는 8일 8888 항쟁 33주년을 맞아 시위가 이어졌다. 8888 민주항쟁은 1988년 8월 8일 미얀마 전역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군부에 맞서 거리로 나왔던 시위다. 시위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을 상징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 8888 시위를 상징하는 손가락 8개를 들어 올린 채 반군부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했다. 

피터 보울스 주미얀마 영국 대사는 공식 트위터에 영상을 올려 “영국은 1988년에 미얀마 국민의 곁을 지켰고, 2021년 오늘도 그들의 곁을 지킨다”며 반군부 운동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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