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코로 감염되는 ‘치사율 97%’ 뇌 먹는 아메바… 치료제도 치료법도 없다

치사율 97%, 뇌 먹는 ‘파울러자유아메바’

치료제가 없어 예방이 최우선

아메바 감염으로 국내 첫 사망자 발생

<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제공>

[객원 에디터 4기 / 박다빈 기자] 강이나 호수에 서식하는 아메바는 수영 등을 할 때 코로 감염된다. 코 점막을 통해 뇌에 침투한 아메바는 뇌 조직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괴사시켜 뇌수막염을 일으킨다. 국내에서는 지금껏 아메바성 뇌수막염으로 인한 사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는데, 26일 질병관리청이 지난 21일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50대 남성에게서 ‘파울러자유아메바’ 유전자가 검출되었다며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했음을 발표했다. 

아메바는 원생동물의 일종으로, 앞서 언급한 사망자가 감염된 원발성 아메바성 수막뇌염(primary amoebic meningoencephalitis)은 ‘뇌 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파울러자유아메바라는 종에 의한 것이다. 

이것은 따뜻한 민물이나 오염된 물에서 서식하는데, 염소소독이 제대로 안 된 수영장 물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 40도가 넘은 수온에서도 살았지만 건조하거나 산성이 강한 환경에는 취약하며 바닷물에서도 살 수 없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현미경으로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감염 예방이 어렵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세균을 먹으며 생존하는데 인체에 침투할 경우 뇌의 뉴런(신경) 세포를 먹어 뇌 조직이 파괴된다. 이 아메바에 오염된 물을 마실 경우에는 오히려 큰 피해가 없지만, 코로 들어가게 되면 감염되어 치명적이다.

최근 파울러자유아메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건 높은 치명률 때문이다. 아메바에 감염되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지만 일단 감염되면 치사율 97%로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다. 감염률이 낮은 데도 치사율이 높은 것은 감염 진단의 지체가 가장 큰 원인이다. 경상대학교 수의과대 수의기생충학 김종현 교수는 “아메바가 뇌를 직접 공격하는 단계에서야 감염 여부가 확인되는 탓에 치사율이 높다”며 “뇌에 침투한 게 아메바인지 최대한 빨리 진단해야 생존율이 그나마 높아진다”라고 알렸다. 

아메바성 뇌수막염 사례는 1937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보고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 사례는 드물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54명 중 4명이 생존한 것으로 나타나 치명률이 97.4%에 이르며 감염 후 증상 진행이 빠르고 치명적이다. 감염되면 잠복기를 거쳐 1~2주간 증상이 나타나며, 초기엔 두통과 정신혼미 증상이 발현되고 심한 두통과 발열, 구토, 혼수 증상이 동반되다 사망에 이른다. 다행히 사람 간 전파는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국내 최초 감염자이자 사망자인 50대 남성은 태국에서 넉 달간 체류하다가 귀국해 귀국 당일 두통과 열감, 언어능력 소실, 목 경직 등 뇌수막염 증상을 보였다. 다음 날 병원으로 응급이송되었지만 열흘 후 결국 사망했다. 이 환자는 국내에서 사망했지만 아메바에 감염된 건 국외에서다. 따라서 국내에서 아메바에 감염된 사례는 아직 없다. 하지만 국내 감염 사례가 없다고 해서 한국에는 파울러자유아메바가 살고 있지 않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도 국내 서식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답한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여름·가을에만 검출되고 겨울엔 검출되지 않는 양상을 보이는데 지구온난화로 높아진 수온과 짧아진 겨울로 인해 한국에도 파울러자유아메바가 살게 될 수 있고,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날 위험도 있다고 한다. 

파울러자유아메바에 감염되었을 경우에는 항생제·항진균제 등 병용해 치료를 진행하지만 현재까지는 계속된 연구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제나 치료법이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복기를 거치기 때문에 초기 진단이 어려울뿐더러 감염의 진행 속도도 매우 빨라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현재로선 생쥐 실험 단계에서 백신의 효과가 입증된 상태이지만 전문가들은 백신보다 치료제 개발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간용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데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전염이 되지 않고 감염될 가능성이 낮기에 매년 감염되는 환자 수가 적어 백신 개발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해당 생쥐 실험에 참여한 김종현 교수도 ‘아메바는 바이러스처럼 사람 간 전파되진 않기 때문에 백신보단 치료제를 만드는 게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치료를 무사히 마친다고 하더라도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 아메바성 뇌수막염. 치료제가 없고 예방이 최선인 만큼 아메바가 서식할 수 있는 야외 지역 등에서 수영을 하는 것은 절대 자제해야 함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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