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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100년 만에 극우 총리 탄생

극우 총리 탄생에 국제사회 긴장… 대러 제재 ‘균열’ 우려

<PEXELS 제공>

[객원 에디터 4기 / 임소연 기자] 이탈리아에서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파시즘 정권을 수립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올해 극우 총리가 탄생했다. 바로, 이탈리아 형제들(FdI) 대표, 멜로니이다. 

그녀는 마테오 살비니 동맹(Lega) 대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진이탈리아(FI) 대표 등과 손잡고 코로나19 봉쇄, 인플레이션, 에너지 위기, 저성장 등으로 촉발된 이탈리아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 심리를 잘 파고들어 총선 승리를 일궈냈다. 한편, 무솔리니는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일본의 도조 히데키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3대 전범으로 꼽힌다. 무솔리니는 1943년까지 집권한 후 쫓겨나 유격대원들에게 살해됐지만, 그를 추종하는 세력은 여전히 활동 중이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1일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 형제들(FdI) 대표를 총리로 지명하고 그에게 정부 구성 권한을 위임했다. 이탈리아는 의원내각제 채택 국가지만 내각을 구성하는 총리 지명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멜로니 총리는 24명의 내각 명단을 발표했고, 마타렐라 대통령은 곧바로 승인했다. 새 내각은 장관 24명 중 6명이 여성이다.

가장 큰 관심을 끈 재무장관에는 전임 마리오 드라기 내각에서 경제개발부 장관을 지낸 잔카를로 조르제티가 선임됐다. 조르제티 장관은 극우 정당인 동맹 소속이나 비교적 온건하고 친유럽연합(EU) 성향의 인물로 알려졌다. 외교장관에는 전진이탈리아 대표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최측근으로 친유럽파인 안토니오 타야니 전 유럽의회 의장, 국방장관에는 FdI 공동 설립자인 구이도 크로세토가 각각 뽑혔다. 2018년 6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지낸 살비니 동맹 대표는 내무장관 복귀를 원했으나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 장관에 선임됐다. 멜로니 총리는 대신 새 내각의 ‘키맨’인 재무장관을 동맹 측 인사로 선임해 예우했다.

정당 별로는 총리를 배출한 FdI이 장관직 9개를 가져갔고, 동맹과 전진이탈리아에는 나란히 장관직 5개가 배정됐다. 나머지 장관직 5개는 직업 정치인이 아닌 테크노크라트(전문적 지식을 가진 기술 관료)에게 돌아갔다.

멜로니는 2012년 FdI를 창당하고 2014년부터 대표를 맡았다. 멜로니는 최근 “파시즘은 지나간 역사”라고 말했지만, 파시스트를 상징하는 삼색 불꽃 로고를 여전히 당 로고로 사용하는 등 파시즘의 잔재는 남아 있다. 멜로니의 연정 파트너인 마테오 살비니,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대표적인 친푸틴, 친러시아 인사로 꼽힌다.

EU는 일단 총리 취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멜로니가 이탈리아 총리로 지명된 것을 축하한다”라며 “우리가 함께 직면한 도전에 대해 이탈리아 새 정부와의 건설적인 협력을 기대한다”라고 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트위터를 통해 “이탈리아와 EU 양쪽의 이익을 위해 함께 일하자”라며 축하를 전했다.

멜로니는 ‘여자 무솔리니’, ‘파시스트 총리’로 불리며 국제 사회의 우려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멜로니 본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거듭해 밝혔지만 연정 파트너인 살비니와 베를루스코니가 대표적인 친푸틴, 친 러시아 인사로 꼽히기에 유럽의 대 러시아 단일대오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로존 3위 경제 대국 이탈리아에서 극우 총리가 탄생하면서 유럽연합(EU)뿐만 아니라 전 세계정세에 파란이 예상된다. 

한편,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아프리카 난민 수용 정책을 둘러싸고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가 자국 항구에 정박을 거부한 난민 구조선을 프랑스 정부가 수용키로 하면서다. 이에 후보 시절부터 이민·난민 수용을 완강히 반대해 온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유럽 내 갈등의 도화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극우 성향의 멜로니 총리는 취임 전부터 해상을 봉쇄해서라도 이주민을 차단하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이주민 수용을 둘러싸고 계속 갈등을 빚을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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