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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네이처] 합성생물학: 어디까지 왔고, 과연 양날의 검이 될 것인가

< PIXABAY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장석현 기자] 코로나19가 2020년을 혼돈에 빠트리면서, 전 세계의 많은 제약회사들은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아부었다. 화이자, 모더나 등 성공적인 백신을 개발한 기업들 뒤에 숨은 주역이 있었다면 믿어지겠는가? 바로 ‘합성생물학’이다. 

현재 중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합성생물학이란 21세기 생명과학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분야로, DNA 편집 등 생명과학적 이해에 공학적인 접근을 더해, 새로운 생물을 제조하고 응용하는 학문을 가리킨다. 특히, 국제적으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탄소중립과 지속 가능한 경영(ESG)이 요구됨에 따라 추후에는 농업, 제약, 화학, 에너지 등, 전 세계 산업의 약 3분의 1 이상에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미 합성생물학의 가치는 2경 원 규모를 돌파했다.

< 합성생물학이 영향을 미칠 산업 분야의 종류와 시기 – BCG제공>

현재까지 과학자들은 이미 수백만 쌍의 염기 서열의 합성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게놈을 해독한다는 목적으로 1990년 시작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2022년 마지막 약 2억 개의 DNA을 추가 확보함으로 완전한 인간 게놈 지도를 개발하게 되었으며, 이 결과는 합성생물학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동시에, 미국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완전한 ‘인공적인’ 미생물을 만들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2016년, 연구자들은 기존에 존재하는 세균의 유전체를 모방하지 않은 생명에 가장 필수적인 473개의 유전자만을 가지고 새로운 인공 세포인 JCVI-syn3.0를 개발했다. 영양분을 공급받으면 단백질을 생성하고 세포막을 형성하는 등, 자연적인 세포의 거의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5년간, 국립표준기술연구소와 MIT와의 추가적인 공동 연구를 통해 세포 분열에 관여하는 19가지의 유전자를 추가적으로 발견한 다음, syn3.0의 유전체에 삽입해 모세포와 완벽하게 일치한 세포 분열을 할 수 있는 JCVI-syn3A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유용한 기능을 지닌 인공 생명체를 자유롭게 설계하고 제작해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다음 과제로 전문가들은 ‘바이오 파운드리(Biofoundry)’ 구축을 말하고 있다. 바이오 파운드리란 AI를 이용해 합성생물학의 개발을 자동화하고 고속화한 플랫폼을 의미한다. 연구자들은 바이오연구 특성상, 생명의 다양성과 복잡성으로 인해 낮은 재현성과 표준화의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유전체를 부품화하여 설계하는 바이오 파운드리의 구축은 생산성의 향상과 동시에 저비용의 기대를 갖게 했다. 

<6800억을 투자에 구축하려는 ‘K-바이오 파운드리’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모더나의 mRNA항원 백신이 바로 바이오 파운드리로 개발된 대표적인 예이다. 모더나는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인공 mRNA를 매달 2000개씩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는 바이오 파운드리 시스템을 개발하게 되었고, 그 결과, 임상 시험 시작 10개월 만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코로나19 백신이 승인되었다. 이 작업은 미국 바이오 파운드리 기업 ‘긴코 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와의 협력이 매우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 기업은 모더나 mRNA백신의 생산에 핵심적인 플라스미드 DNA와 DNA 복제를 담당하는 중합효소 개발을 담당했으며, 이를 계기로 미국 정부로부터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받았다. 그 후로 몇 년 만에 기업가치 20조 원을 웃도는 합성생물학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긴코 바이오웍스는 바이엘(Bayer)과 같은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미생물과 폐수 처리를 위한 미생물 정화기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합성생물학을 이용해 미생물과 같은 재생 가능한 자원을 이용해 기존 화학산업 소재를 바이오 기반으로 변형하는 ‘화이트 바이오’ 분야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합성생물학은 다양한 산업으로의 응용 가능성 덕분에 많은 투자를 받으며 급격히 성장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될지도 모른다는 근본적인 윤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단편적인 예로, 2015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들은 인간의 게놈을 이용해 자유롭게 합성하기 위한 ‘제2의 게놈 프로젝트’를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는 시작 전부터 치료 목적을 넘어서 완전한 인간을 인공적으로 개발하게 될 수도 있게 된다는 지적 때문에 비밀리에 의논되어 미국 종교계는 “정당하지 못한 일이니까 회의를 비공개로 한 것이 아니냐”면서 공격하기도 하였다. 

이에 더해, 소수의 다국적 바이오기업들의 바이오 기술 독점을 지적하고 있는 시스템을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에는 현재 수십 개에 달하는 합성생물학 스타트업이 존재하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실리콘 밸리의 엄청난 투자를 받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4차 산업혁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용어인 “실리콘밸리”가 합성 생물학에도 어김없이 등장했으며, 예전과 같이 그들의 거대한 자본력과 특허를 장벽 삼아 합성생물학 기술을 독점할 것이라는 걱정 또한 만연히 존재한다.

합성생물학의 밀접한 윤리적 접점을 고려해 미국 대통령 생명윤리위원회 합성생물학 윤리 평가 보고서는 과학기술을 감독하고 기금을 지원하는 연방 기구를 설립하고, 합성생물학 같은 신생 학문에서 일하는 연구자들을 위한 윤리적 딜레마 관련 의무 교육과정을 구축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특히, 일반 대중들도 이 분야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포럼을 열어 지속적인 대화를 도모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한마디로, 다양한 사회적인 위치와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윤리적인 측면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다는 해결책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이 되면 인류는 생명을 포함한 인간이 원하는 모든 것을 창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다. 합성생물학이 단순히 인류에게 가져다줄 혜택 이면에 숨겨져 있는 윤리적인 문제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신호이다. 현재로서는 이 기술을 통해 어떤 생물을 만들지에 대한 질문보다도, 궁극적으로 어떠한 이유로 왜 만들어야 하며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미래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위즈덤 네이처] 우리 몸부터 자연까지,‘모든 곳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능력자,’ 미생물의 대한 이야기를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칼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장석현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로 미생물의 세계에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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