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양자의 세계에도 액정이 있다고?

스핀 네마틱- 새로운 양자 물리현상

< FREEPIK 제공 >

[객원 에디터 6기 / 이지윤 기자]양자란 물리학에서 상호작용과 관련된 모든 물리적 독립체의 최소단위이다. 쉽게 말하면 양자는 아무리 나누려 해도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작은 에너지 알갱이와 같다. 이 양자의 세계는 모든 것이 다르게 동작하는 특별한 곳이다. 예를 들면, 양자물리학에서는 입자가 동시에 두 극에서 움직일 수도 있고, 어떤 상태일 때 다른 상태로 순식간에 변할 수도 있다. 이 양자적인 특성은 복잡한 세상을 물리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스핀 네마틱’이라는 양자 현상 또한 사람들이 세상을 물리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 Dakenchem 제공 >

‘스핀 네마틱’은 최근 과학자들이 새로운 발견한 양자 물리 현상 중 하나이다. 지난 14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연구팀은 양자 물질에서 액정과 유사한 상태인 ‘스핀 네마틱’을 세계 최초로 관측하고, 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이 새로운 물리 현상은 대부분의 물질이 고체, 액체, 기체로 나뉜 상태에서 벗어나, 액체와 고체의 특징을 모두 지닌 ‘네마틱’이라는 상태를 나타낸다. 이러한 네마틱 상태는 분자 배열이 규칙적인 고체와 자유로운 액체의 특징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스핀 네마틱은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분자의 배열이 규칙적이라는 독특한 특성을 가진다. 이는 양자역학적인 스핀(전자의 각운동량) 계에서 존재하며, 이론적으로는 반세기 전부터 예측되었지만 이번 연구에서 처음으로 실제 물질에서 확인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새로운 발견이 스핀 액체와 관련이 있어, 양자 정보 기술과의 연관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스핀 액체는 양자컴퓨터 등 다양한 양자 정보 기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스핀 네마틱은 이를 확인하는 핵심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구진은 새로운 실험 장비를 개발하여 스핀 네마틱을 직접 확인했다. 이를 위해 미국 아르곤연구소와의 협력을 통해 4년 동안 개발된 공명 비탄성 X선 산란 장비(RIXS)를 사용했다. 이 장비는 쌍극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었으며,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양자물리 연구에 새로운 차원을 열어주었다. 

연구진은 이리듐 산화물에서 스핀 네마틱 상태를 발견했다. 특히, 이 상태는 고온 초전도체의 발견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어, 이후의 연구에서는 전자 농도 변화 등을 통해 고온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김범준 부연구단장은 “RIXS는 스핀 상호작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엑스선 과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술 중 하나”라며 “이번 연구는 국내 방사광 X선 실험 인프라 및 활용 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양자물리학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스핀 네마틱의 발견은 양자 정보 기술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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