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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3연임 앞두고..중국의 공산당 반대 시위 확산

시진핑 주석 3연임 결정지을 공산당 당대회 개최…중국과 해외에서 시 주석 규탄 시위 일어나

<Illustration by Shinyoung Park 2006(박신영)>

[객원 에디터 4기 / 이태린 기자]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22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사실상 확정 지으며 폐막할 전망이다. 이번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당 대회 대표 2,296명과 함께 당의 중요 정책을 토의하고 결정하며 당의 헌법을 뜻하는 당장(黨章)을 개정하고, 향후 5년간 있을 새 중앙의원 200여 명과 후보위원, 중앙기율검사위원 등을 선출할 예정이다. 

이번 당대회가 무엇보다 주목받는 이유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전 중국의 지도자들은 모두 길게는 10년 동안 집권했다. 만약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이 다시 국가주석으로 뽑히게 된다면 시 주석은 최초로 3연임을 하는 최초의 중국 주석이 되며, 인민 영수라는 칭호도 부여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인민 영수란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죽을 때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미로 현재까지는 중국을 건설했던 마오쩌둥에게만 사용됐던 호칭이다. 관영 매체에서 시진핑 주석의 성과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반영하는 등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암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시 주석의 3연임 확정을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은 마냥 순탄할 것이라고 보이진 않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 내외에서 중국인들이 시 주석의 3연임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강력한 봉쇄 정책인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중국인들의 피로감과 불편함이 쌓이면서 중국 곳곳에서 곳곳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강력한 방역 조치의 영향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졌기 때문이다. 중국 국내총생산의 3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해 온 부동산 관련 산업의 침체는 계속 악화되고 있으며, 중국 당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5%로 발표했지만, 최근에는 3% 경제성장률도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미국과의 전략 경쟁은 더욱 심해지면서 중국인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이는 당대회를 앞두고 일어났던 시위 사례가 가장 잘 보여준다. 10월 13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고가도로 쓰퉁차오의 한 다리에서 현수막 시위가 일어났다. 다리 위에는 흰색 바탕의 긴 천에 붉은색으로 글씨가 써져 있는 현수막 여러 개가 달려있었다. 현수막에는 중국어로 쓰인 ‘핵산(PCR) 말고 밥이 필요하다’, ‘영수(領袖) 말고 선거권을 요구한다’, ‘노비 말고 공민이 돼야 한다’, ‘나라의 도적인 시진핑을 파면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 문구들이 의미하는 바로는 시 주석이 코로나를 이유로 경제를 악화시켰고, 마오쩌둥이 누렸던 인민영수의 자리를 탐하고, 중국인을 일만 하는 노비처럼 부리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시위자는 다리 위에 현수막을 걸고 불을 피워 이목을 끌었지만 곧바로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체포된 남성은 펑짜이저우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인터넷에서 활동해왔던 인물로 추정되고 있다. 그는 독일 사이트 리서치 게이트에 두 편의 정치 에세이를 게재한 바 있으며 여기에는 시 주석을 어떻게 타도할지에 대한 계획과 구호가 담겨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이 두 편의 에세이는 모두 삭제된 상태다. 이런 소식에 일부 네티즌들은 그와 그의 가족의 중국 탈출을 돕고 싶다고 했다. 왜냐하면 중국에서는 과거부터 반정부적인 활동을 한 사람들이 실종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를 소셜미디어에 올린 중국 인권변호사가 실종된 적이 있었다. 그는 2018년 20일 중국 베이징으로 돌아간 뒤 연락이 끊긴 상태가 되고, 그가 올린 홍콩 시위 영상도 웨이보에서 삭제됐다. 또한 이번 16일에 있었던 시위와 반 시진핑 문구가 적힌 전단지를 SNS에 공유한 혐의로 공안에 연행되었던 상하이의 60대 은퇴 교수도 현재 실종 상태이다. 

이런 펑짜이저우의 용기 있었던 시위를 시작으로 중국 곳곳에서 시위 문구가 적힌 낙서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10월 15일에는 베이징의 영화자료관 화장실 바닥에 당대회가 시작되는 16일에 도심에서 경적을 울리며 시위에 동참해달라는 문구와 함께 현수막에 쓰여있었던 글과 비슷한 내용의 글이 발견되었다. 베이징뿐만 아니라 상하이와 광둥성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낙서가 발견되었으며, 산시성의 한 버스정류장, 그리고 저장성의 한 상점 화장실에도 쓰여있었다.

중국 내에서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영국에서는 10월 16일, 중국 영사관 앞에서 중국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던 남성이 집단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BBC 방송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영국 맨체스터 주재 중국 영사관 앞에서 열린 시진핑 주석 규탄 시위 도중 영사관에서 헬멧과 보호복으로 무장한 사람들 최소 8명이 나와 홍콩 출신 시위자 1명을 안으로 끌고 가 구타했다. 다행히도 영국 경찰이 피해자를 영사관 밖으로 끌어내면서 폭행은 멈췄다. 그러나 영사관은 영국 영토 안에 있지만 상대국의 동의 없이는 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매우 우려된다’라고 했다. 또한 영사관 안에서 발생한 범죄는 영국 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는 있긴 하지만 보통 영사관 직원들은 외교관 면책특권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처벌이 힘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영국에서 시위가 일어난 것처럼 미국과 호주 등 다른 해외국에서도 지지글과 사진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으로선 이런 내용이 전파되면 공산당과 시 주석의 지지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국 내에서 강력히 차단하고 있다. 시위 목격자들이 퍼뜨린 내용, 사진, 그리고 동영상 등은 중국 당국의 사이버 공간 차단으로 삭제되고 있으며 중국의 주요 SNS 플랫폼들에서는 이날 시위를 상징하는 ‘Sitong Bridge’, ‘brave man’, ‘bridge’ 등의 단어들의 검색을 제한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 웨이보와 메신저 앱 위챗에서는 쓰퉁차오 시위에 관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업로드하면 계정이 정지되거나 삭제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제재와 더불어 중국 당국은 애초에 현수막 시위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에서의 반정부적인 시위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이번 시위를 통해 얼마나 많은 중국인들이 현재 정부를 비난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지금도 일부 중국인들은 펑짜이저우의 트위터 계정에 몰려가 감사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당국이 온라인 검열을 강화하고 있으나 시위에 대한 지지가 은밀하게 계속 퍼지고 있어 이 시위가 씨앗이 돼 전면적인 반 시진핑 시위로 확대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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