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ech] – 가상화 혁명, 역전의 시대

by Sungbin Park (GEMS Founders School Year 13)

우리들은 일상생활에 스마트폰을 필수적으로 사용합니다. 스마트폰은 우리가 모르는 길을 알려주거나 멀리 있는 사람들과도 대화는 물론, 은행 업무, 취미와 사생활 공유 등 인터넷 공간의 모든 활동에 필수적입니다. 이렇게 보면 스마트폰은 단순히 우리의 삶을 행복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존재 같지만 부작용도 존재합니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을 너무 편하게 만들어주자 더욱 의존하게 되었고, 사진과 연락처, 개인 정보, 금융기록, 내가 좋아하는 장소와 정보들이 담겨있어 실제 자신보다 더 정확한 정보가 담겨있는 공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핸드폰은 우리 신체의 일부가 되어 하루라도 없으면 마치 인생이 멈춘 것 같은 착각까지 듭니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역전이 되는 이런 현상을 이제 우리는 가상화 혁명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가상화 혁명은 2010년대에 빠르게 일어났는데, 2010년에 아이폰 4, 인스타그램, 우버, 카카오톡 등이 나오면서 가속화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이 단순히 사진을 올리는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소통 공간이 되면서 이제는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고스란히 담는 공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반면에 현재 우리들은 오히려 소셜 없는 사람을 만나면 불편함 또는 불투명함을 느끼며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현재 가상에서 보이는 스스로를  더 민감하게 신경을 쓰며 살고 있고, 실제 자신으로 있고 싶지 않아 인스타그램 필터에 디지털 픽셀로 연출된 사진 속에 빠져 있습니다. 행동도 가상과 현실이 역전되는 것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수 없으면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없는 경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부끄러운 경험은 아예 하지도 않습니다. 여행도 마찬가지로 예전처럼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경험이 목적이었지만 현재는 가상세계에 24시간 동기화되기 위한 행위처럼 바뀌고 있습니다.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도 서로 스마트폰을 보며, 사진을 업로드하는 모습을 흔하게 보는 지금,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시대가 변해버린 것입니다.

최근에 일어난 N번방 사건에서 ‘박사’라는 아이디로 박사방을 운영했던 범죄자 조주빈을 보면 현실과 가상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26세로 인하공전을 졸업했고 대학시절 학보사의 편집장을 맡았을 정도로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공부를 잘하지는 않았지만 체포되기 전까지 봉사활동을 하며 현실에서는 평범하고 인간미까지 있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에 그의 행동은 정반대였습니다. 그는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해서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한 영상물을 제작하고 협조하지 않으면 다시 유포한다고 협박해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등 비열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우리는 이제 현실 세계에서만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AI와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세상은 점점 가상세계가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N번방 사건보다도 더욱 심각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날 수 있고 현실을 부정하는 일도 많아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핸드폰을 안 쓸 수는 없습니다.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실 속의 자신을 잃지 않고 가상세계와 맞추어가며 살아가는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즉, 가상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이 있다면 민감하게 반응하고, 현실 세계의 나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