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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 표절’은 괜찮은가?

원작 인식 여부 관계없이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어

“곡을 만드는 데 얼마나 엄격해야 하는지 경종을 울리는 것”

사카모토 류이치…”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으로 볼 수 없다”

< Illustration by Yeony Jung >

[위즈덤 아고라 / 우연주 기자] 최근 대중적인 지지도가 높은 작곡가 유희열의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문화·예술계에서 표절 논란은 늘 있었지만 그의 해명 이후에도 유희열에 대한 하차 여론이 여전하다. 

유희열은 서울대 출신 작곡가로 28년간 대중의 사랑을 받은 가수이다.  2009년부터 진행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물론 JTBC ‘뉴페스타’, ‘유명가수전-배틀어게인’에 출연 중이며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오랜 팬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가 표절 논란에 휩싸이게 된 건 신곡 ‘아주 사적인 밤’이 세계적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를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하지만 사카모토 류이치는 입장문에서 “두 곡의 유사성은 있지만, 제 작품 ‘아쿠아(Aqua)’를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나의 악곡에 대한 그의 큰 존경심을 알 수 있다”라고 했다.

유희열은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중에 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면서 “발표 당시 저의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충분히 살피지 못하고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유씨의 해명에 대해 “무의식은 변명이 될 수 없다”며 과거 조지 해리슨의 ‘My Sweet Lord’는 ‘의도하지 않은 무의식적인 표절’이라고 판결 받은 미국의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미국 음악계는‘유사성’을 피하고자 갖은 노력을 한다”며 “유사한 곡이 없는지 계속 검증해 본다”고 덧붙였다.

임 평론가는 특히 한 곡을 만드는 데 얼마나 엄격해야 하는지 일깨워준다는 입장이다. “반박이나 변명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라 작곡가들이 재출발의 상황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리학자들은 표절하는 사람들은 정보의 출처를 잘못 기억하기 때문에 잠복기억에 휘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잠복기억이란 여러 기억을 축적하면서 두뇌가 정보를 거르는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처럼 나타나기 전까지 대부분 알아채지 못하고 흘러가는 실제 기억이라는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테오도어 플러노이의 실증 실험에 따르면,  3~9%의 실험참여자는 타인의 생각을 자신의 것처럼 잘못 회상하거나 제3자의 생각을 자신의 것처럼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표절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잠복기억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실제 현상으로 두뇌가 작동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표절을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되기에는 어렵다. 표절에 대한 인식과 도덕적 기준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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