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동양 하루살이의 출몰로 5월 밤 외출이 두렵다

5센티미터의 대형 하루살이가 서울밤을 뒤덮는다

“징그러워”…위생해충은 아니지만 빛을 따라 한 버에 떼로 출몰…혐오감을 일으킴

<출처: k-insect >

[객원 에디터 5기 / 장수빈 기자] 요즘 한강 주변에 밤 산책을 나가면 수백 마리의 벌레가 불빛을 향해 허공을 날아다닌다. 간판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벌레들이 붙어 있다. 손가락으로 치면 무게감이 느껴질 정도로 큰 몸집을 자랑하는 이 벌레의 이름은 ‘동양하루살이’이다. 날개를 펼치면 크기가 5㎝ 정도이다. 

최근 JTBC 사회부 함민정 기자의 동양하루살이 취재 뉴스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동양하루살이에 대한 관심이 더해졌다. 취재를 나갔던 기자의 온몸에 동양하루살이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영상은 수일동안 화제가 되었다. ‘팅커벨’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불리던 동양하루살이는 그 이름과 달리 시민들의 여름 삶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양하루살이는 유속이 완만하고 오염되지 않은 강의 모래바닥을 좋아하며, 주로 봄에서 여름까지 10∼30회 탈피 과정을 거쳐 성충으로 진화한다. 성충이 불빛을 따라 군무를 하면서 짝짓기를 하면 알 2천∼3천 개를 산란한다. 동양하루살이는 성충이 되는 5~6월쯤에 집중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깨끗한 물인 2 급수 이상의 하천 등에 서식하는 수서곤충으로 한강 접경 지역인 서울 강동구, 광진구, 송파구, 성동구 등과 경기도 양평, 남양주, 하남 등에서 관측된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가물고 기온이 높은 날이 이어지면서 개체 수 급증하게 되었다. 수년째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개체수 증가를 억제하려고 피나는 노력을 했으나 개체수가 줄었는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이다. 오히려 해마다 피해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특히 상수원보호구역의 경우 약을 뿌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 주변에서는 개체 수가 폭증할 수밖에 없다. 

동양하루살이의 경우 위험해충은 아니나 크기가 크고 징그러워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며 여름에 한강주변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한 간 주변 자영업자들은 저녁 장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 가게를 일찍 닫을 수밖에 없다. 하루살이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하려면 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데 그러면 전기 요금이 더 많이 나오게 되고 한 두 테이블의 손님을 받느니 아예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이 손해를 덜 본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피해가 극심한 한강 인근 지역 자치구들은 동양하루살이 퇴치를 위해 각자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광진구는 ‘위생해충 살충기’를 현재 유동 인구가 많은 동서울터미널과 전통시장 등 66곳에 설치된 것에 이어 벌레 발생이 쉬운 주택가와 공원, 한강변을 중심으로 44대 추가 운영하기로 했다. 설치 대수를 늘려 촘촘한 방역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송파구는 동양하루살이에 대한 설명문과 대처 요령이 담긴 안내문을 구 전체 공무원에게 배포했다. 서울 성동구도 이달부터 9월까지 한강 산책로 등에 해충퇴치기 353대를 가동하고 한강 접경 지역 풀숲 등에 방역 소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성동구청은 동양하루살이로 피해를 보고 있는 구민들을 위해 “동양하루살이 떼를 마주친다면 놀라지 말고 이렇게 대응해 달라”며 대처 요령을 전했다. 

사실 동양하루살이를 방제한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방제 뜻풀이는 ‘농작물을 병충해로부터 예방하거나 구제함’인데 동양하루살이는 이렇다 할 피해를 일으키지 않는다. 굳이 실질적인 피해를 찾자면 상가 등의 유리창에 붙어 영업을 어렵게 한다는 것과 ‘사람이 보기에 징그러워 불쾌하다’라는 것뿐이다. 그저 징그럽다는 이유로 곤충을 제거하는 인간중심적인 일은 종종 벌어진다.

국립생태원 박영준 박사는 “하루살이는 수명이 길지도 않고 입이 퇴화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 같은 종도 아니므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라면서 “동양하루살이가 서식하는 곳에 인간이 사는 것으로 당연히 같이 살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배연재 교수는 “하루살이가 너무 많이 도심으로 날아오는 상황이 불편을 초래하기는 하니 하루살이를 유인하는 불빛을 줄이는 등 지자체가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다”라면서 “다만 하루살이가 생태계에서 유익한 역할을 하는 곤충이므로 시민이 불편을 일부 감수해야 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동양하루살이는 굳이 분류하면 해충이 아니라 익충이라고 한다. 생태계에든, 인간에게든 해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길어야 일주일로 반짝하고 사라질 동양하루살이에게 저녁산책시간을 잠시 양보하는 자애로운 마음을 갖는 것은 어떨까 싶다.

Leave a Reply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