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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커플도 가족으로 인정” 가족의 개념이 넓어진다.

민법상 혈연·혼인 중심 가족 정의 변경 추진

‘혼외자’ 등 차별적 용어 개선

미혼모·부의 출생신고 상 차별적 요소 해소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적 표현 등을 점검·개선하는 「가족 다양성 모니터링 사업」 실시

< Illustration by Hyunjoo Choung >

[ 위즈덤 아고라 / 김규인 기자 ] 정부는 혼인·혈연 중심인 가족 개념을 비혼, 동거도 포함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가족의 범위를 명시한 민법 제779조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등을 가족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건강가정 기본법에서도 가족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향후 5년간 가족정책 추진의 근간이 될 「제4차 건강가정 기본계획(2021~2025)」을 4월 27일,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 발표하였다. 

1인 가구 증가 등 가족 형태와 가족 생애주기의 다변화, 가족 구성원 개인 권리에 대한 관심 증대 등 최근의 급격한 가족 변화를 반영하였으며, 정책의 기본 관점을 다양성, 보편성, 성평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정하여, 전문가 및 현장 의견수렴,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마련한 것이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중이 전체의 30.2%, 2인 이하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58.0%에 달하며, 최근까지 전형적 가족으로 인식되어 왔던 ‘부부와 미혼자녀’로 이루어진 가구 비중은 2019년 29.8%로 감소하고 있다. 또한, 혼인과 출산의 감소 등으로 인한 가족 구성 지연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이 맞물려 가족의 생애주기도 다변화되고 있다.

  <가구 구성과 혼인건수 및 조혼인율 – 인구동향조사 통계청 제공>

기존의 전통적 개념의 가족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 가족 구성원 개인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증대되고 있으며, 가족 내 성역할에 대한 전반적 인식은 변화하고 있으나, 사회적 여건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 법에서 가족을 차별하는 규정과 용어를 찾아 바꾸는 작업도 추진된다. 여가부는 자녀 성을 정할 때, 아버지 성을 따르는 부성 우선 원칙이 미혼모와 자녀에게 차별적인 인식을 야기한다고 보고 법무부에 개정을 요청했다. 현행 민법 제781조 1항은 “자(子)는 부(父)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母)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라고 정하고 있다. 자녀의 성을 결정할 시점도 혼인신고가 아닌 출생신고 때로 변경된다. 또한, 혼인 중, 혼인 외 출생자로 가르는 법률혼 부모 중심의 친자관계 법 개정도 검토한다.

하지만 혼인·혈연 중심 가족 개념이 모호해질 경우, 제도 악용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동거를 가족으로 인정할 경우 정부 지원금과 복지혜택을 노리고 위장 동거를 하는 사례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법무부는 호주제 폐지를 계기로 2005년 혈연·혼인 관계를 토대로 가족을 정의했는데 법적 연결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미 대법원 판례에서 사실혼을 인정하고 있고 이미 한부모·다문화 등 개별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민법을 개정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제4차 기본계획의 추진방향은, ① (다양성)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으며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 조성에 초점을 두었으며, ② (보편성) 한부모・다문화가족 등에 대한 맞춤형 지원은 지속 강화하되 보편적 가족 지원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확장하였고, ③ (성평등) 남녀 모두의 일하고 돌볼 권리의 균형을 중시하는 성평등 관점의 정책 기조를 강화하였다. 

계획의 명칭을 ‘2025 세상 모든 가족 함께’로 하고, ‘모든 가족, 모든 구성원을 존중하는 사회’ 구현을 비전으로 하여 ① 세상 모든 가족을 포용하는 사회기반 구축, ② 모든 가족의 안정적 생활여건 보장, ③ 가족 다양성에 대응하는 사회적 돌봄 체계 강화, ④ 함께 일하고 돌보는 사회 환경 조성의 4개 영역별 정책과제를 마련하였다.

◇ ① 세상 모든 가족을 포용하는 사회기반 구축

미혼부 자녀의 출생 신고 시 모의 정보를 일부 알고 있는 경우 그리고 모의 비협조 시에도 법원을 통해 출생 신고가 가능하도록 요건을 완화한다.

현실의 다양한 가족의 자녀에게 차별과 불편을 야기하는 현행 자녀의 성(姓) 결정방식을 자녀 출생신고 시에 부모가 협의하여 부 또는 모의 성(姓)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것과 ‘혼중자’, ‘혼외자’ 등 차별적 용어 개선을 검토한다.

◇ ② 모든 가족의 안정적 생활여건 보장

한부모, 다문화 등 다양한 가족 특성을 고려해 자녀 양육 지원을 확대한다. 다문화 가족은 영유아기·학령기 자녀를 위한 방문교육 및 언어발달 지원, 청소년의 이중언어 역량 개발 및 중도입국 청소년 조기 적응 지원 등을 확대하며 청소년 부모에게는 임신·출산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고, 자녀양육, 학업 지속, 생활안정 등을 위한 종합적 지원방안을 마련한다.

◇ ③ 가족 다양성에 대응하는 사회적 돌봄 체계 강화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가족의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해 다양한 사회적 돌봄을 확충하며 돌봄의 질과 사회적 가치 제고를 위해 공적 돌봄시설을 지속 확충하고, 돌봄 종사자 처우개선, 가족돌봄자 지원을 추진한다.

◇ ④ 함께 일하고 돌보는 사회 환경 조성

일하는 사람의 돌볼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 이용 활성화 등을 통해 돌봄 친화적 일터를 조성한다. 성평등한 돌봄의 확산, 돌봄 친화적인 지역사회 조성 노력을 강화하여 남·녀 모두에게 일과 생활, 돌봄이 조화로운 사회 여건을 조성한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가족의 개인화, 다양화, 계층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며,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고 안정적 생활 여건을 보장하며, 함께 돌보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다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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