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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을 보호하는 ‘실버존’

<Illustration by Yujin Jeon 2007(전유진) >

[객원 에디터 7기 / 이지윤 기자]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이라면 모두 한 번씩 학교 근처에 있는 “어린이 보호 구역”에 가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복잡한 대중교통 속에서 인지, 판단 능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곳이 바로 어린이 보호 구역이다. 그렇다면 젊은 사람들보다 신체 기능이 저하된 노인들을 위한 보호 시스템은 없을까? 이에 대한 답으로, 2008년에 도입된 노인 보호구역인 “실버존”을 들 수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노인복지시설과 같이 노인들이 자주 찾는 장소 인근 도로는 실버존으로 지정된다. 이 지역에서 운전자는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해야 하며, 주정차가 금지되어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운전자는 최대 16만 원의 과태료를 부담하게 된다. 

실버존이 오랫동안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은 여전히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2023년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체 교통사고는 감소했지만 65세 이상 노인의 교통사고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추가로, 도로교통공단의 연구원 이세원은 한국에서 노인 보행 중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OECD 평균의 네 배인 약 7.7명에 달하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버존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노인 교통사고가 감소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로, 늘어나는 노인 인구와 노인복지시설에 비해 실버존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2023년 말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인구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약 97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9%를 차지하며 이는 서울의 인구 940만 명보다 많다. 현재의 실버존 수로는 이렇게 많은 노인 인구를 충분히 포괄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서울의 노인 인구가 많은 관악구에서도 실버존은 단 12곳에 불과하다. 또한, 노인들이 자주 찾는 병원, 교회, 노인복지시설 등 차량 통행량이 많은 장소 주변을 실버존으로 지정하는 것은 교통 상황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어려움이 있다. 이로 인해 차량 속도 제한을 설정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실정이다.

노인 교통사고가 줄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실버존 자체가 노인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인들이 자주 찾는 경로당 주변의 도로에는 보행자 보호 울타리가 부족하며, 실버존 내에서의 서행과 주정차 금지 같은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많은 노인 보행자들이 차량이 갑자기 가속할 때 급작스럽게 출발하는 차량과 충돌할 뻔한 경험이 있으며, 급하게 모퉁이를 도는 차량과의 사고 위험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실버존의 수를 늘리는 것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미 지정된 실버존의 철저한 관리가 필수적이며, 설치된 안전시설이나 간판이 기준에 부합하게 설치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들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각 실버존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여 각 지역에 맞는 맞춤형 해결책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실버존이 실제로 그 목적을 달성하며 노인 보행자들의 안전을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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