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의 변화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1기 / 이채은 기자] 한국 드라마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 24부작, 20부작이 일반적이던 드라마는 이제 16부작을 넘어 12부작까지 줄어들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인기를 끌던 웹툰이나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한국 드라마 산업에는 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제작비 증가가 꼽힌다. 특히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의 영향이 크다. 글로벌 회사는 제작비 100% 지원을 대가로 IP(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제작비 규모는 커졌지만, 국내 제작사들은 작품에 대한 권리를 잃게 됐다. 그래서 굿즈와 같은 2차 저작물과 파생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워졌으며, 작품이 흥행하더라도 그에 따른 장기적인 수익을 가져가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 

제작비가 증가하면서 주연 배우들의 출연료 또한 급격히 올랐고, 현재까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24년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가 드라마 산업의 위기와 해결 방안을 논의한 자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문제는 인기 배우들의 높은 출연료였다. 현재 드라마 산업이 흥행을 위해 인기 배우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없지 적지 않은 만큼, 출연료 문제는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로 남았다. 

높아진 제작비는 국내 제작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영화, 드라마 제작사 11곳 가운데 흑자를 기록한 곳은 5곳에 불과했다. 심지어 ‘파묘’ 같은 천만영화를 제작한 제작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제작사가 10억대의 흑자에 그쳤다. 대형 제작사들 역시 적자를  피하지 못했으며, 일부 제작사는 영업손실률이 100%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자본 규모가 작은 국내 제작사들에게 현재의 제작비 수준은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제작비 증가는 드라마 회차뿐만 아니라 드라마 편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방송 또는 공개 시점을 기준으로 국내 방송사와 OTT의 드라마는 2022년 135편에서 2023년 125편으로 1년 만에 7.4% 가량 감소했다. 제작비 부담은 커진 반면 TV 시청률은 하락하면서 방송사와 제작사들의 흥행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제작사들은 이미 팬층을 확보한 웹툰 원작 드라마화라는 방식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올해만 해도 약 15편의 웹툰 원작 드라마가 제작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빛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프로그램 제작 규모가 축소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어 일부 스태프들은 1년 중 약 4개월을 사실상 실업 상태로 보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의 기사 속 인터뷰에 따르면 한 관계자는 유명 배우의 출연료를 맞추기 위해 제작사로부터 스태프의 인건비를 줄일 수 없냐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배우가 아니면 편성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늘어난 제작비는 현장의 스태프들에게까지 충분히 돌아가지 못하면서, 스태프들은 처우 악화는 물론 고용 불안까지 동시에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현장을 떠나는 스태프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 드라마가 전세계적으로 수출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글로벌 OTT의 투자가 한국 콘텐츠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해외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국내 제작사는 물론 작품의 IP까지 잃게될 수 있다. 한국 드라마 산업이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과의 협력을 이어가가면서 국내 제작사들과 제작 환경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제작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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