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여름밤, 잠 못드는 뇌… 기후위기가 수면에 미치는 영향

열대야가 뇌와 수면 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2기 / 이채원 기자] 매년 여름이 되면 TV 뉴스에선 어김없이 ‘역대급 폭염’, ‘열대야’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탓에 많은 사람이 무더위를 그저 평범한 여름의 일부로 받아들이곤 한다. 하지만 여름밤의 더위는 단순히 땀을 흘리게 하고 불쾌감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밤사이 지속되는 고온 현상은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인 뇌와 일상의 컨디션을 좌우하는 수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야간 고온 현상이 수면을 방해한다는 사실은 단순한 체감이나 주관적인 경험만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연구진이 전 세계 68개국 약 4만 7천 명의 스마트워치 수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야간 고온 현상으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이 1년에 평균 약 44시간의 수면을 손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밤사이 최저기온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는 열대야가 이어지면 잠에 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자다가 여러 차례 깨는 일이 잦아진다. 그렇다면 밤 기온이 상승하는 것만으로도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체온 조절과 관련이 있다. 인간의 몸은 잠들기 시작할 때 심부 체온(체내 체온)을 약 1도 정도 낮춰야 정상적인 수면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 낮 동안 뜨거워진 대기가 밤에도 식지 않아 열대야가 지속되면, 체온 조절을 담당하는 뇌의 시상하부는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밤새 계속해서 작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뇌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신경계 또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되며, 잠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방해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몸은 잠들 준비를 마쳤다고 느끼지 못해 결과적으로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높은 기온의 영향은 잠드는 순간에만 그치지 않는다. 멜라토닌 분비가 원활하지 않고 체온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으면, 밤사이에 자꾸 잠에서 깨어나는 ‘수면 분절’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기억을 정리하는 ‘REM 수면’과 뇌의 피로를 해소하고 뇌 속에 쌓인 노폐물을 걷어내는 ‘서파 수면’ 단계를 안정적으로 거쳐야 한다. 하지만 지속되는 열대야로 인해 수면이 반복해서 끊기면 이 회복 단계들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뇌도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갖지 못하게 된다. 이는 충분한 시간 동안 잠을 잤더라도 아침에 개운하지 않고 피로가 남는 이유 중 하나다.

밤사이 충분한 휴식과 회복을 얻지 못한 뇌는 우리에게 어떤 신호를 보낼까? 뇌가 밤사이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한다면, 생각과 판단을 담당하는 대뇌의 앞부분인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낮 동안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지고 기억력이 저하되며, 피로가 쉽게 쌓이거나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즉, 기후변화는 단순히 신체적 더위와 불쾌감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일상적인 인지 기능과 감정 조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구 온난화는 주로 빙하가 녹거나 북극곰의 서식지 상실처럼 거대한 환경 변화의 관점에서 다뤄져 왔다. 그러나 기후 위기는 멀리 떨어진 자연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기온이 높아지는 밤마다 우리의 수면을 방해하고, 뇌의 회복과 일상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일은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한 과제이기도 하다.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우리의 수면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뇌 역시 기후 위기 대응이 필요한 중요한 대상 중 하나로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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