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는 줄여도, 치아 부식까지 막을 수는 없는 제로 음료

[객원 에디터 12기 / 이채원 기자] 최근 건강 관리와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무설탕 음료, 그중에서도 제로 탄산음료의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제로 탄산음료 시장은 2021년 5,412억 원, 2023년 1조 3,391억 원, 2024년 1조 8,216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이제는 주스 시장을 훨씬 앞서는 규모를 자랑한다. 제로 탄산음료를 즐겨 마시는 대다수의 소비자는 설탕이 들어 있지 않아 칼로리가 낮고 충치가 생길 가능성도 적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로 탄산음료를 건강 음료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설탕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치아 건강이 완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로 음료에는 설탕 대신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등 단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가 들어가는데, 이 감미료들은 일반적으로 충치를 직접 유발하지 않는다. 입안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충치 원인균인 뮤탄스균은 당분(설탕, 포도당, 과당 등)을 먹이로 삼는다. 이 당류를 섭취하고 분해하는 과정에서 젖산 등의 산성 물질을 배출하며, 이로 인해 치아 표면의 무기질이 손실되면서 충치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제로 음료에 사용되는 인공 감미료는 단맛을 내지만 일반적인 당류와는 화학적 구조와 대사 방식이 달라 충치균이 쉽게 이용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러한 감미료는 일반적인 당류에 비해 충치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제로 탄산음료도 치아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 그 원인은 당분이 아닌 음료 자체의 산성도다. 충치균이 당을 대사해 산을 배출하면서 발생하는 충치와 달리, ‘치아 부식증’은 세균의 작용 없이 음료에 포함된 산성 성분이 치아 표면을 직접적으로 손상하는 현상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pH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pH는 용액의 산성 또는 염기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소 이온의 활동도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일반적으로 pH는 0부터 14까지의 범위로 설명하며, pH 7은 중성으로 대표적으로 순수한 물이 이에 해당한다. pH가 0에 가까울수록 산성이 강하고, 14에 가까울수록 염기성이 강하다.
치아의 가장 바깥쪽 보호층인 법랑질은 구강 내 환경의 pH가 약 5.5 이하로 떨어지면 무기질이 손실되기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무기질이 손실되는 기준은 침의 성분과 치아 주변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진다. 대부분의 제로 탄산음료에는 맛과 청량감을 위해 탄산, 인산, 구연산 등의 산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음료는 대체로 pH 2.5~3.5 수준의 산성을 띠며, 치아가 반복적으로 산성 환경에 노출되면 법랑질이 직접 손상될 수 있다.
산성 음료에 치아가 노출되면 법랑질 표면의 칼슘과 인산염 등 무기질 성분이 빠져나가는 탈회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치아 표면이 약해지거나 민감해질 수 있다. 이때 바로 칫솔질을 하면 산에 의해 약해진 법랑질이 칫솔모와 치약 속 연마제의 마찰로 인해 추가적인 마모를 겪을 수 있다. 치약의 연마제는 치아 표면의 착색과 치태 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지만, 산성 환경에 노출된 직후에는 치아 표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제로 탄산음료를 마신 직후에는 양치질을 피하고, 침이 산을 중화하고 치아 표면의 무기질 회복을 돕는 재광화 과정이 진행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산성 음료를 마신 뒤에는 최소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양치하는 것이 권장된다.
그렇다면 제로 탄산음료를 즐기면서도 치아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조건 음료 섭취를 줄이는 것보다는 구강 내 산 노출을 줄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음료를 마실 때 빨대를 사용하면 음료가 치아에 직접 닿는 정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음료를 마신 직후 물로 입안을 가볍게 헹구면 입안에 남아 있는 산성 성분을 희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음료를 오랜 시간 조금씩 마시는 습관보다는 짧은 시간에 마시고, 하루 동안 산성 음료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횟수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제로 음료는 당류 섭취를 줄이고 칼로리를 관리하는 측면에서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설탕’이라는 조건이 치아 건강까지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음료의 산성 특성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적절한 섭취 습관과 양치 방법을 실천한다면, 음료 소비와 자연치아 보존을 함께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