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한동욱 기자] 주말 저녁 “한 번만 더 봐야지” 하다가 새벽까지 본 적이 있는가? 또는 유튜브에서 추천 동영상을 클릭하다가 전혀 모르는 다큐멘터리를 봤던 적은 있는가?
우리는 플랫폼 안에서 각자의 ‘취향’대로 선택했다고 믿지만, 사실은 우리를 화면에 묶어두기 위해 AI 추천 알고리즘으로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다. 도대체 어떻게 데이터를 활용하기에 인공지능이 내 마음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걸까? 이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뇌는 예측할 수 없는 보상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데, 알고리즘은 이 점을 활용해 언제 어떤 콘텐츠가 나올지 모르는 ‘간헐적 보상 구조’를 만든다. 그 결과 우리는 스스로 멈추기 어려운 상태에 빠진다.
우선 시작하기에 앞서, 알고리즘이 우리의 취향을 저격하는 데에는 콘텐츠 기반 필터링(Content-based Filtering)과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이라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콘텐츠 기반 필터링은 당신의 과거를 분석한다. 만약 당신이 SF 영화를 즐겨 봤다면, AI는 영상의 장르, 감독, 배우, 키워드 등을 분석해 비슷한 속성을 가진 다른 SF 영화를 추천한다. 협업 필터링은 당신과 비슷한 ‘타인’을 분석한다. “A 영상을 끝까지 본 사람들은 B 영상도 좋아하더라”라는 거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나와 시청 패턴이 비슷한 사람들이 즐겨 본 새로운 영상을 내 피드에 띄워준다.
하지만 이러한 두 가지 방법에도 물론 단점은 존재한다.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 방식이 등장했는데, 이 방식은 각 방법의 단점을 보완하고 정확도를 높인다.
알고리즘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넷플릭스가 있다. 넷플릭스는 단순히 어떤 영화를 추천할지 결정하지 않는다. 어떤 포스터를 보여줄지도 사용자 데이터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같은 영화라도 로맨스를 좋아하는 시청자에게는 로맨틱한 썸네일을, 액션을 좋아하는 시청자에게는 폭파 장면이나 추격전이 담긴 썸네일을 노출한다.
또 다른 플랫폼인 유튜브도 고유의 알고리즘 방식을 갖고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제1원칙은 “시청자를 최대한 오래 머물게 하는 것(Watch Time)”이다. 과거에는 ‘조회수’가 높은 영상을 추천했지만, 낚시성 콘텐츠가 늘어나자 유튜브는 ‘시청 유지 시간’ 중심으로 방향을 바꿨다. 유튜브의 AI는 사용자가 영상을 클릭한 뒤 몇 분 만에 이탈하는지, 좋아요나 댓글을 남기는지, 그리고 이 영상을 본 뒤 다음으로 어떤 영상을 클릭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이러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유튜브는 이른바 ‘토끼굴(Rabbit Hole)’ 현상을 만들어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천으로 사용자가 앱을 종료할 타이밍을 빼앗아 버리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플랫폼의 목표가 반드시 ‘좋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콘텐츠가 더 많이 노출되는 구조 속에서, 자극적이거나 극단적인 콘텐츠가 더 쉽게 확산된다.
이러한 AI의 맞춤 추천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내 취향에 맞는 콘텐츠만 골라주는 엄청난 편리함을 제공한다. 하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부작용도 낳는다. AI가 내가 좋아할 만한, 나와 비슷한 생각의 콘텐츠만 계속 제공하다 보니, 사용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편향된 정보의 거품(Bubble) 안에 갇히게 된다. 다른 관점이나 새로운 장르를 접할 기회를 알고리즘에 의해 제한당하는 것이다. 이는 각자의 플랫폼에서 비슷한 장르만 반복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확장된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전혀 다른 정보만 접하게 되면서, 사람들 사이의 인식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현대 기술이 만들어낸 가장 매력적이고 정교한 비서다. 하지만 내 취향이 온전히 나의 것인지, 아니면 협업 필터링처럼 수천만 개의 데이터가 만들어낸 결과물인지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알고리즘의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끔은 시청 기록을 삭제해 AI를 초기화하거나, 내 피드에 절대 뜨지 않을 새로운 검색어를 직접 입력해 보자. 이렇게 알고리즘이 그려놓은 범위를 벗어날 때, 진짜 나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동시에, 알고리즘에 의해 형성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위즈덤 TECH] 인공지능(AI)은 현대 사회에 아주 강력한 엔진입니다. 그리고 이 엔진을 움직이는 연료는 데이터입니다. 우리가 매일 누르는 ‘좋아요’, 인터넷 검색 기록, 스마트폰 위치 정보까지, 무심코 생성한 데이터들은 즉시 AI를 학습시키고 진화시키는데 핵심 자원이 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어떻게 상호작용 하며, 우리의 일상, 산업, 미래를 혁신하고 있는지 알아볼 예정입니다. 동시에 편안함 뒤에 숨겨진 데이터 편향성, 사생활 침해, 저작권 논란 등 우리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윤리적인 문제들도 함께 고민합니다. 데이터가 인공지능이 되는 과정부터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까지, 한동욱 기자의 ‘위즈덤 TECH’와 함께 일상 속 AI의 세계를 차근차근 탐험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