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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중대재해 처벌법이 가야할 길

Illustration by Sihyun Jeun (NAS Dubai Year 10)

by Yoeeun Lee (NLCS Dubai Grade 9)

건설과 제조업 분야가 발달된 우리나라에서 중대재해는 꾸준히 일어났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벌금만 내면 그뿐이라는 생각으로 노동자들을 사지에 몰아넣었다. 최근에도 노후화된 개방형 컨테이너가 오작동하여 23살 일용직 노동자 이선호 씨가 300㎏ 무게의 날개에 깔려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률이 1위로, 최악의 산재 국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OECD 국가들의 산업재해 사망률 평균이 2.6인 반면, 우리나라는 7.0가 넘는다.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에 882명이나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2019년도의 재해자수는 109,242명이었고, 사망자수는 2020명이었다. 하루에 평균 5명의 생명이 산재로 인해 사망하고 있으며,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사고 발생률은 300인 이상 사업장에 비해 3.8배 높게 분석됐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안전장치가 완전히 설치되지 않은 소규모 영세 기업에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가 산업재해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기업의 안전불감증과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에 대한 심각성은 김용균 씨의 사망으로 재조명되었다.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용균 씨는 홀로 야간작업을 하다가 컨테이너 벨트에 끼여서 사망하였다. 결국 4시간 여가 지나고 다음 근로자가 올 때까지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고 발견당시 김용균씨는 끔찍한 모습이었다.  2인 1조의 규칙도 지켜지지 않았고, 야간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불빛이 약한 환경에서 일하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것이다. 더군다나 김용균 씨 사망 이후, 5개 발전소에서 68명의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했다. 이로 인해 중대재해 처벌법의 중요성이 드러났고, 산업현장에 대한 안전점검의 기업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리고 지난 1월, 중대재해 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5인 미만의 사업장들은 처벌에서 제외됐고, 50인 미만의 사업장들은 3년간 유예를 주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에 등 해당 공무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었다. 

중대재해 처벌법은 이름부터 문제가 있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법 이름에 기업을 빼면서 사용자 측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시행을 하더라도 당장 이법의 적용을 받는 기업은 1%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 사업장 중 70%는 5인 미만 사업장이며,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사업장도 약 29%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대다수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이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법이 적용이 되면 대기업들은 위험한 일은 5인 미만의 하청 업체에게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풍낙엽처럼 현장에서 중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사람은 줄지 않을 것이다. 하청업체들은 안전장치를 설치할 돈이 많지 않고, 안전불감증이 다른 곳보다 월등히 큰 편이다.

2020년 5월 22일, 광주 폐기물 종합 재활용 처리공장에서 혼자 일하다 파쇄기에 몸이 빨려 들어가 숨진 고 김재순 씨의 1주기가 지났다. 당시 회사 측에서는 김재순 씨가 본인의 업무도 아닌데 스스로 하다가 일어난 일이라며 노동자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재순 씨의 아버지가 CCTV를 찾아봤을 때, 파쇄 업무는 늘 재순 씨가 하던 일이었고, 그가 일하던 파쇄기 부근에는 센서장치도 없고, 사다리, 안전봉은 물론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안전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위험한 일을 할 때 무조건 2인 1조여야 하지만, 혼자 일을 했다. 경고판도 있어야 했고, 사전 교육도 있어야 했지만 이 업체에서는 그런 것들이 일체 없었다. 이 업체는 사고 후 영업정지를 풀기 위해 안전장치를 설치했지만, 몇 달 뒤 현장을 가보니 안전망은 떨어져 있었고, 결국 원상태로 돌아왔다. 효율성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영세업장의 특성상 공무원의 정기적인 검사와 단속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또한, 이 업체는 김재순 씨의 사망사건에 대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안전보건법 167조의 2항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다시 죄를 저지른 자는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가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고로 6년 전 60대 노동자가 사망한 사례가 있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고 발생 후, 6년이 지나 해당 법에 적용이 되지 않아 집행유예로 끝날 것을 알았기 때문에 사과할 필요가 없던 것이다. 노동자들이 다치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장치가 있어야 하지만, 굳이 기업 입장에서는 비싼 설치비를 낼 필요도 없고, 피해자 측에 사과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내년부터 법적용을 받는 대형 사업장의 경우는 어떨까? 지난해 11월, 대전의 한국타이어에서는 기계 오작동으로 기계에 끼어 두개골 파열되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 회사에서 4년 동안 일하다 다친 경우는 395 건이나 된다. 더군다나 한국타이어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정기 안전점검이 실시하던 중에 사고가 일어났다. 안전장치를 설치했다고 해도, 오작동이나 관리 감독이 소홀하면 이는 곧바로 중대재해의 원인 중 하나가 된다. 사업장은 사고 후, 설비투자를 조건으로 사업을 재계했지만 실질적으로 안전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효율성을 높이는 설비에 투자를 할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사업장의 실질적인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자신들이 추천하는 기관에서 점검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타당한 요구이지만 안전보건진단업체는 노동청이 기관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측에서 적합한 업체에게 맡기는 거라는 원칙적인 답변만 할 뿐이었다. 안전보건공단은 기업으로부터 산재보험료를 받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어렵다. 결국 사업장은 안전보건공단에게는 일종의 고객이고, 그렇기 때문에 기금의 규모가 큰 50인 이상 사업장은 중대재해 처벌법에서 빠져나가기 쉽다는 결론이 나온다. 기업의 책임을 제대로 밝히려면 관리 감독 기관의 공정한 역할이 중요한데, 이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밖에 없다. 

부산 경동 건설 정순규 씨의 추락사고도 관리감독의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정순규 씨는 비계에서 추락했고, 실제 이곳의 비계는 안전거리보다 많이 떨어져 있었다. 안정망도 없었고, 난간에는 위험상황에 잡을 수 있는 봉도 없었다. 하지만 며칠 후, 유가족들이 찾은 현장은 안전망도 있었고, 비계 위치도 조정되어 있었으며 안전 난관도 설치가 되어 있었다. 원래 사건 현장을 훼손하면 안 되지만, 사건 현장이 안전장치가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 결국 법정에서 사측은 정순규 씨의 추락사고가 자기 과실사를 주장했다. 지난 12일, 검찰은 경동건설 하청업체 노동자 정순규 씨의 산재 추락사 사건과 관련해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이사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결국 사업주는 처벌을 피해 간 것이다. 현장 사진으로 8가지 이상의 문제점이 발견됐지만 법정에서 정 씨가 숨진 현장의 안전규정 위반은 미끄러짐 방지 장치, 안전고리 연결구, 경고판 미설치 등 3가지만 명시되었다. 경동건설 측 변호인단은 “안전한 계단식 통로로 갈 것인지, 위험하지만 보다 빠르게 사다리를 이용할 것인지는 망인의 선택”이었다며 고인의 책임이 크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이에 정순규 씨 아들은 “현재 목격자도 없고 CCTV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경동건설은 현장을 바꾼 뒤 아버지 부주의로 사다리에서 추락했다는 것을 사실로 몰아가고 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지난해 재판 과정에서 고인이 현장의 안전관리 감독자라고 주장하며 사측은 ‘관리감독자 지정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유족이 필적감정을 맡긴 결과 이름과 친필서명 모두 위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기업을 더 믿었다.

중대재해 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법에 구멍을 메꾸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의 경우에서는 2010년 “사이다 판결”이라고 불리는 브요른 사망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19살이었던 브요론은 직업훈련을 마치고 유리공장에서 일하다가, 기계에 깔려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독일 법원은 관련 직원, 대표, 그리고 관리들을 처벌하였고 그중에서 대표 2명은 벌금형이 아닌 자유형을 선고했다. 사장의 명령을 받아 실행에 옮겼을 뿐인 직원도, 관리·감독을 맡고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공무원도 처벌을 피하지 못했다.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우선 5인 미만의 사업장에게도 중대재해 처벌법은 적용되어야 한다. 영세업장의 현실에서 과도한 벌금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매출에 따른 처벌 범위를 정하는 시행령이나 안전조치를 철저히 하는 영세사업장에게 세금 혜택이나 국가사업 시 가산점을 주는 당근책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담당 공무원들의 태만이나 안전 점검 부주의로 인한 사고 시에는 처벌규정을 두어 사고시 노동자의 편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시행령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연대 의식이 중요하다. 내 일이 아니라는 무관심은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청춘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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