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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환경 오염의 주범 패스트패션 규제 나섰다

EU, 2030년까지 패스트패션 종식 예정

미세 플라스틱 배출 억제 하는 등 친환경 목표

<Illustration by Hana Lee>

[위즈덤 아고라 / 임서연 기자] 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유럽 내에서 판매되는 의류가 더 오래 사용되고 수리하기 쉽도록 유도하는 규제 도입을 예고했다. 2030년까지 재활용 섬유 일정 비율 이상 사용 의무화, 일정 수준 이상의 내구성, 재고품 대량 폐기 금지 규정을 제안하는 등 자라, H&M과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에 대한 규제를 밝혔다. 

패스트 패션이란 생산에서 유통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한 형태의 의류전문점을 말한다. 과거 패스트패션은 IT 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킹 시스템을 자랑하며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패러다임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환경보호를 중요시하는 시대가 오면서 대량으로 물건을 제작하고 유행이 지나면 한 시즌도 채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소각될 때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집행위원회는 세부적으로 패션 대기업들이 미판매 제품의 매립 양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싱크 에비셔스 위원은 “이런 정보 공개가 그 기업의 평판을 매우 효과적으로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했다. 즉, 미판매 의류 폐기량 정보가 공개될 경우 소비자 선호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새 규정은 미세 플라스틱의 배출을 억제하고, 의류 산업의 글로벌 노동 조건의 개선도 추구하고 있다. 패스트패션은 미세 플라스틱 양산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으며 EU는 환경으로 배출되는 미세 플라스틱 중 35%는 폴리에스터나 아크릴 소재 의복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낭비 방지 및 순환경제법’을 제정해 2025년 1월 1일부터 자국 내 판매되는 모든 세탁기에 미세 플라스틱 합성섬유 필터 장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영국도 2025년까지 모든 신규 가정용 및 상업용 세탁기에 미세섬유 필터를 도입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패션산업은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에스터 섬유 제조, 재고 의류 폐기 등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고탄소 업종으로 손꼽힌다. 그중 패스트 패션은 초고속 패션으로 대체되고 있어 많은 지속 가능성 노력은 이 산업의 소비에 거의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유럽환경청(EEA)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기준 유럽의 섬유 소비는 환경과 기후변화 영향이 네 번째로 높은 소비 부문이다. 물과 토지 이용 측면에서는 세 번째, 원자재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는 다섯 번째로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 15년 동안 의류 생산량은 두 배로 늘었고 실제로 이 옷을 입는 시간은 거의 40%나 줄어들었다”며” “EU에서는 가격 하락으로 인해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많은 옷을 사면서도 그 과정에서 더 적은 돈을 쓰는 것을 목격했다”라고 보도했다. 

프랜스 팀머만 집행위 부위원장은 “우리는 지속 가능한 제품들이 표준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입은 옷은 3번 이상 세탁한 후에도 계속 입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모든 섬유는 오래 지속되고 재활용이 가능하며, 재활용 섬유로 만들어지고 위험 물질을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재사용과 수리 부문을 촉진하고 섬유 폐기물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필환경 ESG 시대, 패션산업 친환경 트렌드와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패션산업의 친환경 흐름에 대해 설명했다. 섬유(업스트림), 염색가공(미드스트림), 완제품 제조 및 유통(다운스트림)의 공정으로 나눠보자면, 업스트림에서는 재활용 폴리에스터 섬유 시장이 성장 중이며, 비건 소재를 활용하는 패션기업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또한, 3단계 미드스트림에서는 염색 가공 공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고자 염색기술 혁신과 자투리 원단 업사이클링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다운스트림에서는 패션 플랫폼 경쟁 속에서 친환경 패션 전문 플랫폼도 등장하고 있으며, 재고관리 측면에서도 크라우드 펀딩, 가상 피팅룸 및 구독 경제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환경친화적으로 진보 중이다. 

보고서는 “이런 친환경 흐름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ESG 경영과 탄소중립 전환에 힘입어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린워싱에 유의하며 전략적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등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가리킨다. 

이에 한국 정부도 재활용 섬유의 원재료인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폐기 관련 제도를 명확히 규정하고, 친환경 패션 관련 국제인증 획득 또는 낙후된 생산설비 현대화와 같은 세심한 지원에서 나서야 한다고 보고서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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