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돼지의 몸에서 인간을 위한 장기를 기르다, 이종장기이식

이종장기이식의 원리와 연구동향, 현실화 가능성

<출처: 아퓨어스 – 메디키네틱스의 무균 미니피그>

[객원에디터2기|김채현기자] 최근 글로벌 미래 의료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연구는 바로 이종장기이식이다. 이종장기이식이란 말 그대로 동종, 인간과 인간 사이의 장기 이식이 아닌, 이종, 즉 인간과 동물 사이의 장기이식을 일컫는다. 오직 인간에게 장기를 보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길러진 동물들로부터의 이식을 받는 것이다. 이 중 돼지의 유전자를 변형한 형질변화돼지가 현재 이종장기이식의 기증자이다.

사실 이종장기이식은 최근에 시작된 연구가 아니다. 이종장기개발 전문 기업, 제넨바이오의 김성주 대표이사는 “사실 이종 장기식은 동종 장기이식보다 먼저 연구된 분야”라며 “이종장기이식은 19세기에도 진행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라고 했다. 물론 면역학에 대한 연구가 없던 당시의 이종장기이식은 결코 성공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1960년대가 되어서야 그 문제가 종 간의 면역 체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한 이후 동종 장기이식의 잇따른 성공으로 이종장기이식에 대한 연구는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이종장기이식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첫 번째는 현대의 동종 장기이식에서 오는 한계점 때문이다. 최근 전 세계가 고령화로 발전하게 되면서 의료계는 더욱 많은 장기기증이 필요로 하게 되었으나 장기기증자는 오히려 줄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기술의 발전에도 장기이식을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환자의 비율은 감소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 장기 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2015년 약 3만 명에서 2019년 4만 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2015년 501명에서 2018년 449명으로 오히려 감소하였다. 이종장기이식은 이러한 윤리적, 사회적 동종 장기기증의 문제점을 타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다.

다음으로는 무균돼지의 등장이다. 무균돼지는 바이러스로부터 완전한 돼지를 일컫는데, 돼지의 장기가 인간의 면역체계와 결합했을 때 면역체계간의 충돌을 감소시켜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돼지 고유의 항원과 인간 항원의 대립을 해결할 수 있는 면역억제제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오늘날 이종장기이식의 숙제는 바로 이 면역반응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장기이식 시, 돼지 고유의 항원으로 우리 몸에서는 항체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항원 항체 결합이 일어나고 t 세포가 항원을 공격함으로써 기증된 장기는 몇 분 안에 괴사 하게 된다. 이는 혈액 기증 원리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항원을 가지고 있지 않은 O형은 누구에게나 혈액 기증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고유의 항원(A, B, A와 B 등)을 가지는 다른 혈액형은 면역 거부반응으로 인해 O형에게 혈액 기증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면역 거부 반응은 동종 간에 장기이식에도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종장기이식에는 일반 세포성 거부반응과 더불어 항체성 거부반응이 일어나서 더 위험하다.

<출처: 불교신문 – ‘크리스퍼’로 불리는 유전자 가위기술>

하지만 최근에는 이른바 ‘유전자 가위’ 기술의 발전으로 돼지 고유의 항원을 제거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는 mRNA 백신의 원리에도 적용되는 기술로, 돼지의 유전자에서 항원을 생성할 수 있는 유전자를 제거해 항원의 생성을 막는다. 이러한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형질변화돼지를 만들고, 배아 복제 과정을 거쳐 인간에게 기증될 장기를 복제한다. 면역거부반응 조절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어있는 만큼, 국제 바이오기업들은 면역억제제 개발의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5년 국내 바이오 기업은 무균돼지의 췌도를 원숭이에 이식하는 실험을 도입했고, 2018년에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는 최초로 세계 이종이식학회(International Xenotransplantation Agency) 가이드라인에 만족하는 연구결과를 내며 세계 장기이식협회의 주목을 받았다. 췌도이식이란 췌장의 인슐린 분비세포인 췌도만을 분리하여 당뇨병 환자들의 치료를 목표로 하는 시술이다. 마침내 2021년 8월 24일, 메디게이트에 따르면 제넨바이오는 식품의약품 안전처에 췌도 이식 임상시험계획승인신청을 제출했다. 나아가 지난 9월, 국내에서 주최한 ‘2021년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에서 이종장기이식은 주요 미래 의료기술로서 국제기구와 바이오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로 거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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