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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가톨릭 아동 성범죄… 70년간 33만 명 성적 학대

프랑스 가톨릭 조사위 결과 발표 

70년간 성적 학대 확인 아동 33만 명

Illustration by Chaeyoung Shim

[객원에디터 2기 / 하민솔 기자] 프랑스 가톨릭 아동 성범죄 조사위가 5일, 프랑스 가톨릭 교회의 성적 학대와 소아 성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1950년부터 2020년까지 가톨릭 사제 및 관계자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아이들이 33만 명이라는 충격적인 보고가 있었다. 가톨릭 관련 관계자들에게 성학대를 당했던 피해자들은 주로 8살에서 13살 사이의 소년들이었으며 가해자들은 대부분 내부 징계조차 받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번 조사위는 22명의 법조인, 의사, 역사학자, 사회학자, 신학자로 구성되었다. 조사위는 2018년 프랑스의 한 신부가 75명의 소년을 성추행한 사건을 계기로 꾸려졌으며 전화 핫라인을 통해 진술을 요청했고 그 결과, 6500건을 넘는 피해자 증언을 집대성했다. 5일 날 발표된 보고서는 약 2,500페이지로 2년 반을 걸쳐서 조사를 했으며 교회, 법원, 경찰의 기록보관소 자료들도 참고했고, 목격자, 피해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성되었다.

외신에 따르면 가톨릭 교회에서 성적 학대를 당한 미성년자는 총 21만 6천 명이라고 밝혔으며, 교회가 운영하거나 관련된 기관에서 발생한 학대를 합치면 피해자는 33만 명으로 증가한다. 피해자들의 80%는 8살에서 13세 소년이었다. 성 학대 가해자는 최소 3천 명으로 이 중 ⅔는 ‘성직자’이다. 

장 마크 소배 조사위원장은 성적 학대를 당한 피해자의 60%는 아직까지 감정이나 성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프랑스 가톨릭 당국이 “체계적으로 학대 사실을 은폐해왔다”라고 지적했으며 이에 대해 재발 방지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프랑스 주교회는 아동 성범죄 문제에 대해 학대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해성사의 비밀유지가 프랑스 법 위에 있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발언을 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프랑스 정부는 대변인을 통해 법 위에는 아무것 없으며 아동 성범죄 혐의와 관련해서는 고해성사에서 들은 어떤 것이라고 경찰에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우리의 우선순위는 피해자들입니다. 우리 당국은 명백히 이 일을 처리하면서 이 원칙을 분명히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세속주의인 ‘라이시테(laïcité)’는 원래 정교분리 또는 세속주의로 해석되는 데에 그치지만 프랑스 사회에서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프랑스 정부는 ‘라이시테’는 양심의 자유 (Liberté de conscience)를 보장하며, 신앙과 신념, 표현의 자유를 공공질서를 존중하는 틀 안에서 인정한다라고 설명했다. ‘라이시테’는 공공기관과 종교단체와의 분리 역시 강조되며 국가는 중립성을 지키며 모든 시민은 법 앞에서 종교나 신념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를 지닌다라고도 설명된다. 

이번 사건에 프랑스의 세속주의인 ‘라이시테(laïcité)’가 영향을 미쳤는데, 이는 프랑스 세속주의가 사적인 영역 안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헌법 제1조에는 “프랑스는 분할될 수 없고, 종교에 의해 통치되지 않으며 민주 사회주의 공화국이다”라고 명시되어있으며 이는 곧, 사적 영역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공적 영역에서는 종교적 색채를 띠는 일을 금지한다는 의미이다. 국가가 종교문제에 대해서 중립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세속 규칙을 지키고 있지만, 이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 달리 프랑스의 경우에는 소아성애를 은폐한 교회와 연결된 기숙학교 또는 국가 기관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그 결과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교황청은 2018년 전 세계 곳곳에서 성직자들이 과거에 성학대를 했다는 논란이 터지자 대응책을 마련하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월, 잇따른 성직자의 성학대 논란이 일자, 38년 만에 교회법을 개정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사제나 신도를 대상으로 성직을 박탈하고 처벌을 가능하도록 했다. 

가톨릭 교회에서 성학대를 당했다는 폭로가 전 세계 곳곳에서 밝혀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호주에서는 30여 년간 사제 및 신도에게 4천444명이 성학대를 당한 사실을 폭로했으며, 독일에서는 가톨릭 사제들이 1946년부터 2014년까지 약 70년 동안 최소 3766명의 아동을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2018년에는 칠레에서 성범죄를 교회 측에서 은폐했다는 비판에 주교 32명이 사퇴를 했다. 

하지만 가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가 않은데, 이에 대해 AFP는 “대부분의 경우 학대 행위가 프랑스법의 영역을 넘어 일어났기에 기소될 가능성이 낮고, 교회 차원에서 가해자들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라고 지적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요 일반 알현을 통해 “피해자들이 겪은 트라우마에 대해 나의 슬픔과 고통을 표하고 싶다. 이 사건은 나의 수치이자 우리의 수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와 우리 모두 함께 기도하자”며 “지금은 치욕의 시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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