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 에디터 11기 / 김지나 기자] 2026년 4월 25일 오후 1시, 하노이 한국국제학교 급식실은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열기로 가득 찼다. 제7기 주니어 평통 활동의 하나로열린 ‘AI 기반 통일 음식 만들기’ 행사는 단순한 요리 수업을 넘어, 남북의 분단된 역사를 식탁 위에서 재해석하는 깊이 있는 문화 교류의 장이었다. 하노이라는 이국땅에서 대한민국 학생으로서 경험한 이번 행사는 나에게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물질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서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만두를 빚는 과정은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했다. 고기, 채소, 두부 등 성질이 다른 재료들이 잘게 다져져 하나로 뭉쳐질 때 비로소 만두의 온전한 맛이 탄생하듯, 70년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남과 북이 결합하는 과정 역시 이와 같다. 남쪽의 자유로운 창의성과 북쪽의 묵묵한 끈기가 만두 속 재료처럼 최상의 궁합을 이룰 때, 우리는 외풍에도 터지지 않는 단단한 대한민국을 빚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행사의 진정한 가치는 ‘터진 만두’를 마주한 순간에 있었다. 처음 빚은 만두가 터져 속이 삐져나올 때 우리는 당황했지만, 이내 그것이 남북 관계의 역사와 닮았음을 깨달았다. 때로는 대화가 단절되고 평화의 약속이 어긋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터졌다는 결과가 아니라 터진 자리를 다시 채우고 손끝에 힘을 주어 재차 빚어내는 회복탄력성이다. 오늘 만든 찹쌀 동그랑땡이 찹쌀의 점성으로 재료들을 단단히 결속시켰듯, 우리는 실패를 딛고 다시 결속하는 숙련의 과정을 통해 비로소 통일로 향하는 것이다. 작은 만두 하나에서 이러한 가치를 읽어낼 수 있는 학생이 곧 통일 시대를 이끌어갈 ‘준비된 시민’이 아닐까 감히 자부해 본다.
이러한 경험은 하노이에 거주하는 나에게 더 넓은 학술적 질문을 던졌다. 전 세계에 분포된 약 700만 재외동포들에게 북한 음식은 단순한 미식의 대상이 아니다. 인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주민 사회에서 고향의 음식을 공유하는 행위는 분단된 정체성을 복원하고 민족적 연대감을 확인하는 고도의 문화적 실천이다. 2025년과 2026년의 재외동포 통일 의식 조사 자료를 종합해 보면, 해외 거주 한인들의 약 68.2%가 통일을 민족 정체성과 직결된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북한 음식을 매개로 한 문화 교류 행사가 진행될 경우, 남북의 이질감을 극복하고 화합을 도모하는 긍정적 인식이 약 74% 이상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노이에 사는 학생으로서 느끼는 ‘음식의 힘’은 더욱 각별하다. 이곳에서 맛보는 북한 음식은 잃어버린 고향의 기억이자, 언어와 이념의 장벽을 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평화로운 도구이다. 이는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다중적 정체성을 가진 재외동포들이 ‘글로벌 평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구심점이 된다. 하노이에서의 활동은 분단된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남북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여 포용하는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결국 통일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정성을 다해 빚어가는 일상의 식탁 위에 있었다. 터진 만두를 보며 낙담하는 대신 왜 터졌는지 고민하고 다시 빚어내듯, 지금의 어려움은 실패가 아닌 더 완벽한 통일을 위한 준비 과정일 뿐이다. 오늘 우리가 하노이에서 빚어낸 것은 단순히 만두와 동그랑땡이 아니다.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 가장 풍부한 맛을 낼 통일 한국의 요리를 준비하는 연습을 하고있다.
어쩌면 진정한 통일은, 남북의 재료가 서로의 맛을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식탁 위에서 증명해 낼 때 가장 먼저 시작될지도 모른다. 하노이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빚어낸 이 작은 만두들이, 언젠가 한반도 전역에 평화라는 풍미를 가득 채울 날을 기대해 본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하노이라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통일 문제를 재해석하는 재외동포 청소년의 외교적·사회적 역할을 더 강조한다. 2026년 현재 재외동포청의 국제사회 통일 인식 연구에 따르면, 해외에 거주하는 청년층의 민족 정체성 확립과 통일 지향적 태도는 현지 다문화 사회와의 긍정적인 상호작용 및 민간 외교 역량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특히 남북한의 이질적 요소를 음식이라는 매개체로 융합하고 이를 디지털 및 AI 기반 분석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은, 분단된 한반도의 문제를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협력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우리가 하노이에서 경험한 이 작은 식탁 위의 융합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향후 국제 평화 구축과 한반도 통일의 당위성을 세계 시민 사회에 전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학술적·문화적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