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0기 / 최서연 기자] 최근 인스타그램, 트위터(X), 틱톡 등 각종 SNS에서 연예인, 특히 K-pop 아이돌과 관련된 한 가지 이슈가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주제는 외모나 무대, 예능이 아니다. 바로 아이돌의 과잉 경호에 대한 팬들과 시민들의 불만이다. 일부 소속사와 경호팀이 불필요할 정도로 과도한 경호를 벌여 일반 시민과 팬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K-pop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활동 무대 역시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장되고 있다. 그에 따라 아이돌의 해외 스케줄, 팬미팅, 콘서트, 사인회 등 팬들과의 대면 활동도 늘어났다. 하지만 이러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아이돌 콘서트 티켓은 적게는 12만 원대에서 많게는 20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팬사인회 응모권은 한 앨범당 한 장이 들어 있어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100~150장, 혹은 600장에 달하는 앨범을 구매하는 팬들도 있다. 그러나 최근 시세로 앨범 한 장은 약 1만 8천 원에서 2만 5천 원으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이처럼 팬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 좋아하는 아이돌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마치 일반 관람객이 아닌 통제 대상처럼 취급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현장에서는 팬들이 아이돌 주변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막거나, 주변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과잉 경호는 아이돌을 신격화하고, ‘모든 것이 그들 우선’인 현장을 만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이 가장 두드러진 장소는 공항이다.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해외 출국 또는 귀국 시 공항을 이용하지만, ‘공항 패션’을 취재하기 위해 몰린 기자들과 팬들로 인해 공항의 질서는 종종 마비된다. 연예인들은 이러한 혼잡을 알면서도 공항을 일종의 홍보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찬받은 의상을 선보이거나, 카메라를 의식한 행동, 과도한 인력 배치로 인해 일반 승객들의 이동이나 탑승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논란이 컸던 그룹은 ‘라이즈’와 ‘하츠투하츠’다. 이들이 해외 일정을 마치고 입국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경호 인력과 팬들이 몰리며, 당시 입국장의 질서는 완전히 붕괴되었다. 이로 인해 다른 승객들의 절차가 지연되고, 시민들이 직접 항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당시 소속사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멤버들 역시 아무 일 없다는 듯 포즈를 취하거나 미소를 짓는 모습만 보였다. 이러한 태도는 팬들과 시민들의 비판을 더욱 키웠다. 일부 팬들은 그 과정에서 밀리거나 넘어져 부상을 입어, 전치 4주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항뿐 아니라 팬미팅 현장에서도 지나친 신원 확인 절차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M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밴드 ‘데이식스’의 팬미팅에서는 팬들에게 학생생활기록부(생기부)까지 요구하는 본인 인증 절차가 진행돼 논란이 일었다. 물론 팬과 아티스트의 안전을 위해 일정 수준의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방식이 지나치게 과도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한, 몇몇 아이돌의 팬미팅에서는 팬들이 아이돌에게 인사를 건넬 때 1초도 머무르지 못하게 한다거나 경호 인력이 팬을 밀며 이동시키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팬들은 “고가의 티켓과 앨범을 수십 장 사며 행사를 준비했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아이돌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이돌 경호의 본래 목적은 아티스트와 팬, 그리고 시민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소속사와 경호팀의 경직된 운영 방식은 오히려 시민과 팬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온라인상에서는 “누구를 위한 경호인가”, “경호가 아니라 차단”이라는 비판적인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K-pop의 세계적 영향력은 분명 크지만, 그만큼 산업의 성숙함도 함께 요구된다. 단순히 ‘아이돌을 보호하기 위한 경호’가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타인을 배려하며 팬·시민·아티스트 모두가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경호 문화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