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세상에서 가장 쓴 맛, 게임 칩의 비밀

‘쓴맛의 왕’, 데나토늄 벤조에이트

사람들이 쓴맛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

<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7기 / 김려원 기자] 휴대용 게임팩인 닌텐도 스위치의 게임 칩에는 쓴맛을 내는 화학 물질인 ‘데나토늄 벤조에이트’가 칠해져 있다. 이 물질은 ‘쓴맛의 왕’으로 불리며 지구상 가장 쓴 물질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게임 칩이 이렇게까지 쓴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닌텐도 스위치의 게임 칩은 가로 3.4cm, 세로 2.3cm로 어린아이도 쉽게 입에 넣을 수 있는 크기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칩을 입에 넣어 생기는 안전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입에 닿는 순간 강한 쓴맛이 느껴지는 화학 물질을 바른 것이다. 

한국식품연구원 감각인지 연구단의 류미라 책임연구원은 “사람의 혀에 있는 수용체는 다른 수용체와 다르게 한 수용체가 다양한 작용기와 결합한다”라며 “이 때문에 단맛이나 짠맛 등 다른 맛에 비해 쓴맛에 유독 민감하다”라고 밝혔다. 특히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섯 가지 맛 중 쓴맛은 독성 물질 섭취를 막기 위해 발달하여 더욱 중요하고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쓴맛이 극대화된 물질인 데나토늄 벤조에이트는 1958년 영국의 제약회사인 맥팔렌 스미스가 국소마취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 사람은 이 물질이 농도가 0.05ppm(1kg에 0,005mg 들어가 있는 정도)만 돼도 쓴맛을 감지할 수 있다. 쓴맛을 감지하는 수용체는 25개로 다른 맛 수용체들에 비해 확연히 많다. 반면, 단맛 수용체와 감칠맛 수용체 단백질은 두 개 밖에 되지 않는다. 

인간이 보유한 쓴맛 수용체는 총 25종의 TAS2 Rs가 있는데, 그중 8개(TAS2 R4, TAS2 R8, TAS2 R10, TAS2 R16, TAS2 R39, TAS2 R43, TAS2 R46, TAS2 R47)가 데나토늄 벤조에이트와 만나 쓴맛을 느끼게 한다. 혀의 표면에 보이는 돌기 안에는 세포 약 50~100개로 이루어진 미뢰가 있는데, 이 세포에 미각수용체 단백질이 박혀 있어 특정 맛 분자들이 이 수용체들과 결합해 세포를 활성화해 뇌로 신호를 보내 맛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TAS2R46는 한 개의 쓴맛 분자와 작용하는 것이 아닌, 실험된 쓴맛 분자 가운데 약 28%와 반응했다. 그리고 현재 25종의 쓴맛 수용체들을 대표해 연구되고 있다. 다른 맛 수용체들에 비해 쓴맛 수용체가 많은 이유는 우리 몸에 독이 될 수 있는 물질들이 너무 많아 다양한 구조들과 모두 결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 쓴맛 때문에 데나토늄 벤조에이트는 대부분 섭취를 막기 위한 고미제로 사용된다. 한국 닌텐도는 공식 홈페이지에 “게임팩에 발라진 물질은 건강에 해롭지 않으므로 안심해도 된다”라고 밝혔지만 산업안전보건법 41조 규정에 따르면 데나토늄 벤조에이트는 ‘물질안전보건자료 작성·비치 대상물’로 유해 물질로 분류된다.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따르면 몸무게가 1kg인 쥐가 데나토늄 벤조에이트를 584mg을 섭취했을 때 절반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해물질 데이터베이스인 해즈맵에서도 데나토늄 벤조에이트를 흡입 혹은 접촉한 경우 두드러기와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글이 약 2,000건에 이른다. 

이러한 이유로 이나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화학물질 정보연구부장은 “섣부른 호기심에 계속 맛을 보는 행위는 삼가는 것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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