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채만 한 컴퓨터에서 손안에 들어오는 휴대폰까지… 전자기기 소형화의 역사
첫 컴퓨터 에니악… 구동 속도 100KHz에 불과해…
에어팟 프로에 탑재된 H1 칩셋… 아이폰 4와 동급의 연산 성능을 보여줘…
[객원 에디터 6기 / 손석현 기자] 지난 주말, 필자는 기사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요즘 기사 주제가 잘 안 잡히는 것 같아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쯤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에 대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필자가 차고 있는 애플 워치에 비해 크기는 거대한데, 어떻게 애플워치가 에니악보다 성능이 훨씬 좋을 수 있는 걸까? 전자기기 소형화의 원인을 필자는 몇 가지 기술의 발전으로 추려냈다: 첫째는 더 정밀해져 가는 공정, 둘째는 새로운 구조의 발견, 셋째는 소프트웨어의 발전이다.
에니악의 회로를 구현하는 것은 진공관, 캐패시터, 그리고 기계식 스위치가 필요했다. 진공관은 에니악의 신호를 처리하는데 쓰였으며, 콜라 한 캔 크기의 텅 빈 모양이었던 진공관은 부피로나 내구성으로나 굉장히 비효율적이었다. 시간이 지나 커다란 진공관은 수많은 트랜지스터가 들어있는 손톱만 한 칩으로 대체되었고, 기계들이 인간보다 정밀한 공정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시대가 옴에 따라 전자기기 부품들은 나노 단위로 줄어들 수 있게 되었다.
한편,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전자기기의 구조는 변화해 왔다. 브라운관 모니터는 빛을 굴절시키기 위해 곡률을 넣어 화면을 만들었으며, 그 이외에도 전자총, 자기 코일 등의 커다란 부품을 TV 안에 넣어야 했기에 무게도 기본 20kg을 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한참 이후에 나온 LCD는 백라이트, 편광 판, 그리고 트랜지스터로 인해 두께랑 무게가 비약적으로 축소되었으며, 이는 자체 발광이 가능한 OLED까지 이어져, 쟁반 한 장 두께의 상상도 못 할 만큼 얇은 TV의 탄생을 이루어냈다.
또한, 전자기기의 보급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사람들은 전자기기를 더욱 쉽게 바꿀 수 있게 되었고, 제조사들은 수리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어졌다. 이에 따라 회사들은 일체형 배터리를 탑재한 휴대폰이나, 부품이 나사로 조여진 게 아닌 납땜된 컴퓨터, 접착제로 화면을 붙인 시계 등의 방식으로 부피를 더 줄여나가 휴대성을 경쟁력으로 삼기 시작했다. 구조를 통한 소형화가 하나의 기술이 된 것이다.
반면, 소프트웨어의 발전도 무시할 수 없다. 카메라를 예시로 들어보자. 휴대폰 카메라는 광학적으로 디지털카메라에게 불리했으나, 인공지능으로 사진의 열화 된 부분을 보정하는 기술 덕분에 훌륭한 결과물을 생산해 낼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스트리밍이 활성화되며 오락기는 더 이상 높은 연산 성능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되는 시점까지 오게 되었다. 고성능 컴퓨터에서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빠른 인터넷만 있다면 세상 어디에서든지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조사들은 소프트웨어가 발전함에 따라 고성능의 하드웨어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은 물론, 아예 몇몇 부품을 생략할 수도 있게 되었다.
기술은 이미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어, 1995년엔 에니악 가동 50주년 기념으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에니악과 대등한 성능의 “칩 위의 에니악”이란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발명품을 내놓았다. 뇌에 이식하는 칩 “뉴럴링크”의 개발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는 현재의 슈퍼컴퓨터 수준의 컴퓨터가 뇌 속에서 작동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