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네이처] 부산 조류경보 수돗물 사태… 녹조가 위험한 이유와 대책
[위즈덤 아고라 / 장석현 기자] 최근 부산에서는 수돗물에서 발생한 흙냄새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와 관련한 민원이 약 200건 이상 접수되자 부산시는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재난안전문자를 보냈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다독이는 문자였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꼭 썩은 냄새 같다”, “샤워를 할 수 없다” 등의 불쾌감과 걱정을 토로하는 많은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 의하면 이 사태는 바로 ‘지오스민(Geosmin)’이라는 물질이 그 원인이었다.
지오스민이란 환경부 지정 유해 남조류의 일종인 ‘아나베나(Anabaena), 오실라토리아(Oscillatoria),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등이 증식하거나 사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흙냄새 유발 물질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물의 유속이 느리며, 주변 산업단지에서 다양한 영양물질이 유입되는 지리적 특성을 지닌 낙동강은 남조류가 성장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다. 특히 이번 여름은 전년 평균 기온보다 1.6도 더 높은 상황에서 많은 비까지 동반되어 남조류와 녹조류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녹조현상이 더욱 심했다고 한다.
부산의 수돗물은 침전지와 모래여과조의 재래식 처리방식과 오존처리와 입상활성탄 처리를 하는 고도정수처리방식으로 처리한다. 지오스민은 맛과 냄새 유발물질이기 때문에 환경부의 물 감시항목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노후밸브 교체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재래식 처리만 거치고 고도정수처리는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농도의 조류가 발생함으로써 지오스민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는 것이 본부의 설명이다.
지오스민 이외에도, 녹조가 위험한 것은 고도의 정수과정에도 남조류 독소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100% 제거됐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체내에 유입될 경우, 간 손상을 일으키기도 하며, 농작물에도 독소가 그대로 축적되는 사례도 있었다. 실제로 2023년 환경운동연합 주최 ‘낙동강 영산강 녹조 독소 분석 결과 기자회견’에서 인근 노지 재배 쌀에서 표준 독성 가이드라인의 5배가량에 이르는 양이 검출되었고, 2년 연속 농산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기도 했다. 또한 정수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기는 발암물질인 ‘총 트리할로메탄’도 문제인데, 이는 정수과정에 투입된 염소가 유기물과 만나 생성되는 독성물질이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하루빨리 낙동강 본류를 살리기 위해 낙동강 보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실, 환경부는 사건이 발생하기 1주일 전인 6월 1일 녹조를 예방하고 저감 하기 위한 ‘녹조 종합 대책’을 발표했었다. 여름철 녹조가 자주 발생하는 낙동강 유역에 녹조제거 선박을 대거 투입하고 중장기적인 컨트롤을 위해 국가녹조대응센터를 설립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환경단체들은 이를 발표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부산지역에서 악취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또한, 이들은 “수돗물 관리기준을 초과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라고 지적했으며, 수돗물 검사를 전면 개편하는 대책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환경부의 ‘녹조 종합 대책’은 사전예방, 사후대응, 관리체계 등 3개의 분야로 나눠 비상과 중장기대책을 동시에 추진한다. 사전예방으로는 낙동강 인근 야적퇴비를 수거하는 것이다. 야적퇴비에서 나오는 질소와 인 등의 오염물질이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사후대응으로는 녹조 제거시설을 집중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특히 낙동강에는 단 3대의 녹조 재거 선박만이 있으나, 내년까지 20대를 추가 도입한다. 관리체계로는, 낙동강 물금 취수장에서 수심 8m 이하의 심층 취수가 가능한 취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남조류는 수심이 깊을수록 개체 수가 감소하는데, 현재는 수심 2~3m의 낮은 수심에서 원수를 취수하여 남조류가 특히나 더 많이 발견된다. 또한,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지자체는 취수구 주변에 조류 차단막을 설치하여 남조류 유입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편, 흙냄새가 수돗물에서 난다는 신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몇 년간 꾸준히 논란되어왔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사람은 극소량의 지오스민에도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희석시켜 만든 적은 양이라고 하더라도, 인체는 쉽게 이것을 감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도화된 정수과정을 거친 수돗물이라고 해도 증가한 남조류로 인해 배출된 지오스민 양이 많아지면서 악취가 더욱 심해졌던 것이다.
현재까지는 지오스민이 포함된 물을 100℃까지 끓어 냄새를 휘발시키는 것 이외에는 제거방법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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