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필수전문의료인 부족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Illustration by Yeony Jung 2006 (정연이) >

[위즈덤 아고라 / 이민채 기자] 지난 7월 24일, 국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의 한 간호사가 뇌지주막하 출혈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간호사가 새벽 근무를 하던 중 쓰러졌는데 병원에 있었음에도 수술할 의사가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였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전부터 존재하던 필수의료 전문의 부족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서울과 지역 간의 의료격차의 민낯도  들여다보며 하루빨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저출산과 노인인구의 문제를 직격탄으로 맞게 될 터라 신속히 이에 대한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필수의료 전문의 부족의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의 의대 정원은 2500명에서 3548명으로 늘었지만 병원에서 주로 환자의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곳 중 하나인 외과는 배출 인원이 지난 30년간 2배 이상 줄었다. 반면, 노동강도가 낮고, 외과보다는 비교적 워라밸이 높은 피부과, 정신 치료과, 재활의학과 등 수술이 없거나 의료수가가 높은 과를 선택하는 전공의가 많아졌다.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해 고령, 중증 환자가 늘면서 지난 10년간 심장 수술은 30-40%, 폐 수술은 70% 이상 증가하였지만 신경외과와 흉부외과는 전공의가 없어 교수가 당직까지 서야 하는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도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개두술이 필요했을 당시, 병원에 있던 개두술 담당 신경외과 교수진이 단 두 명밖에 없었는데 그중 한 명은 외국 학회 참석, 나머지는 개인 휴가로 인해 부재중이어서 수술이 불가능했던 상태였다. 이처럼 외과는 병원에서 꼭 필요하지만 지원자가 턱없이 부족해 고귀한 생명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외과를 회피하는 이유는 고강도의 노동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필수의료 전문의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의사 1인당 업무량이 점점 늘어 고단한 삶이 불 보듯 뻔하다. 또한, 필수의료분야의 낮은 수가도 진료과 선택에 영향을 준다. 이번 아산병원 간호사 사례에서 필요한 뇌 혈종 제거를 위한 개두술의 의료 수가는 약 142만 원에 불과하며, 일본의 662만 원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난이도가 높은 수술은 더 많은 의료진과 수술도구 및 생명 장치가 필요한데, 병원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수술과 진료과를 달가워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어서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어나는 의료사고나 분쟁은 잇따르는 민·형사상 부담이 크다는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책임보험, 조정·중재, 합의, 형사처벌 특례조항 등 비형사적 구제 방법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 사회의 젊은 층이 워라밸을 추구하고 있다. 즉, 젊은 의사들은 고강도의 노동이 필요한 외과와 같은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업무를 기피하고 있다. 반면 부담이 적고 편한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와 같은 과로 학교 성적 최상위 학생들의 지원이 몰리는 추세다.

필수의료 전문의 부족은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격차를 심화시킨다. 최근 사회 전반의 젊은 층이 다양한 이유로 수도권으로 몰리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의료진들도 마찬가지이다. 2019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서울에는 3.1명, 세종과 경북에는 각각 1.0명 가까이 기록되었고 이는 서울에 지방에 비해 의사 수가 3배나 더 많다는 뜻이다. 또한, 인구 10만 명 당 제때에 치료를 받았더라면 조기 사망하지 않았을 사망자 수를 표현하는 치료 가능 사망률은 서울에서는 36명인데 충북은 50명으로, 의료 격차로 생사가 갈리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서울도 필수의료 전문의가 부족한 상태인데, 지방에는 오랜 기간 숙련된 의료진이 더더욱 부족해 위급한 환자가 생겨도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렵다. 위급 상황에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인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환자는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더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연령이 많고 고위험 환자일 경우 좋은 시설을 갖춘 서울의 병원으로 몰리게 되고, 이들을 따라 의료진도 서울로 몰리게 되어 지방에는 좋은 실력을 갖춘 의사와 시설이 부족하게 된다. 이렇게 서울과 지방간의 의료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차이 나게 된다.

최근에 필수의료 기피과 문제와 지역 간의 의료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 의대와 의대 정원 확대 같은 대안이 나왔다. 하지만 이로 인해 2020년 8월, 상당한 규모의 의사 파업까지 일어나 얼마나 찬반 의견이 갈리는지 알 수 있다. 

공공 의대는 대학 졸업 후의 이공계 학생들 중 뽑힌 학생들이 의대가 없는 지역에 설립된 공공의료대학원에 배치되어 필수 분야 인력을 양상해 공공의료기관에 배치하는 방안이다. 의사가 부족한 지역으로 선발된 지역 의사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필수 의료 분야에서 10년간 의무로 근무해야 한다. 의무 복무기간인 10년을 채우지 못할 시에는 장학금 반환과 의사면허 취소된다. 하지만 10년 의무 복무 기간이 종료된 지역 의사는 국립대학병원, 중앙 국립의료원, 서울대학교 병원 등 공공보건 의료기관에 우선 채용된다.

공공의대 설립에 찬성하는 의견으로는 수도권과 지방간의 의료 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된다는 점이었다. 반면에 10년 의무 복무는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 의무 복무가 의료의 질을 낮춘다는 점, 의무 복무 기간 종료 후 의사들의 수도권으로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래서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데에 초점을 맞춘 공공 의대 의무복무 계획에 세금을 쓰는 대신 대신 시골 지역에 개원하는 의사들에 대한 보상체계에 쓰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이 있는데, 의대 정원을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늘려서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400명은 산부인과, 소아과 등 중증 필수 분야 300명, 역학조사관, 중증 외상 등 특수 분야 50명, 기초과학, 제약 바이오 등 의사과학자 50명으로 필수 의료 분야 의료진을 추가로 모집한다. 10년 간 추가 양성될 전체 4000명의 의사 중 3000명이 선발되어 지역 의사 특별전형으로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게 된다. 이 대안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으며 찬성하는 의견으로는 OECD 평균 의사 수 수준에 한참을 못 미치는 의료진 부족 문제 해결, 감염병 유행 시 인력 부족 상태 예방, 그리고 의료 취약 지역과 기피과 종사 인력을 확충한다는 점이었다. 반면에 반대하는 의견으로는 현재 감소하고 있는 대한민국 인구와 의사 증가율을 고려하면 의사는 충분하다는 점, OECD에 비해 우리나라 1인당 평균 외래진료가 이미 거의 2배로 매우 높다는 점으로 굳이 의사 수 확보가 필요 없다는 점이었다.

필수 의료 전문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해결책은 뭐가 있을까? 우선, 필수 의료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필수 의료의 범위에 대한 개념을 확립해야 이에 맞는 해결책이 세워질 수 있다. 이를 정의할 때는 진료 과목이 아니라 진료 행위, 질환명, 의학적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필수 의료 전문의 수를 확보하려면 먼저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소아과 등 기피과가 ‘비인기과’가 된 가장 큰 이유인 복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이루려면 일단 기피과 의사 수를 확보하기 위해 의료수가를 높여주고, 정부가 개입해 의료사고나 분쟁을 잇따르는 민·형사상 소송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필수 의료 전문의들의 복지를 높이기 위해 애써야 한다. 필수 의료 전문의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사회적인 문제는 단지 정부 한 기관만이 해결책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정부, 의료계, 국민들이 모두 한 사회에서 지속해서 함께하는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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