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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가뭄에 모습을 드러낸 유물들

가뭄에 뜻밖에 유물들 등장, 수위가 낮아지면서 나타난 ‘헝거 스톤’

< Illustration by Hana Lee 2008 (이하나) >

[객원 에디터 4기 / 이태린 기자]  올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밴쿠버 공항에서 발표한 8월 기후 기록에 따르면 올해 8월은 전 세계 평균 20.3C를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더웠던 8월로 남았다. 그런데 역대급 가뭄으로 세계 곳곳에서 뜻밖의 유물들과 현장들이 나타나고 있다. 

스페인 카세레스주에서는 7000년 전 세워진 스페인판 스톤헨지, 과달페랄의 고인돌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고인돌은 1926년 최초로 발견되었지만, 1963년 프랑코 독재 정권 시절 댐을 건설하며 물에 잠기고 말았다. 그러나 역대급 가뭄으로 발데카냐스 저수지 (Valdecaas-demningen)의 수위가 28%가량 내려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이뿐만 아니라 스페인 아스 콘차스 저수지에서는 기원후 약 120년 로마군이 사용했던 요새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동안 저수지가 건설된 이후부터 물에 잠겨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가뭄으로 물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요새 전체가 나타났다. 

한편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공룡 계곡 주립공원 (Dinosaur Valley State Park)’에서 약 약 1억 1,300만 년 전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었다. 공원 내 계곡이 마르면서 모습을 드러낸 이 발자국은 키 4.5m 체중 7t에 달하는 육식 공룡인 아크로칸토사우루스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지어 그 길이가 30m가량 이어져 세계에서 가장 긴 거리로 찍힌 공룡 발자국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시아 대륙에서는 중국에서 학술적으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월 21일, 쓰촨성에 위치한 러산대불의 받침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수위로는 받침대가 잠기며 강수량이 높을 경우 발까지 물이 잠기기도 하는데, 가뭄으로 받침대가 드러난 것이다. 링원대불(凌雲大佛)이라고도 불리는 러산대불은 높이가 최대 71m에 달하는 중국 최대 규모의 석불이다. 불교 성지로도 유명함과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선정되어 많은 사람이 받침대까지 드러난 러산대불의 모습을 보러 찾아오고 있다.

또한, 양쯔강도 폭염과 가뭄으로 지속적인 피해를 보아 올해 수위가 평년의 반도 미치지 못했다. 그 결과, 강바닥에서 약 600년 전 명나라 시대 당시 제작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이 발견되었다. 심지어 보존 상태가 좋아서 학술 가치가 높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제대로 연구되지 못했던 현장이나 발견되지 않았던 유물들이 흔치 않은 기회이기에 고고학계에서는 뜨거운 반응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제 세계 2차 대전의 흔적이 나타나면서 어떤 유물들은 지역 사람들의 생활에 피해를 주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지난 18일 세르비아의 다뉴브강은 100년 만의 최저 수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강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제 세계 2차 대전 당시 소련군의 공격에 후퇴하다 침몰한 최소 20척의 독일 군함들의 모습이 속속 드러났다. 하지만 군함 안에 탄약과 폭발물이 그대로 실려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다 보니 주변 선박들의 경로를 바꾸면서 선박 운행에 피해를 줬다. 이탈리아 포강에서는 8월 초, 제 세계 2차 대전 당시 사용되던 450kg짜리 불발탄이 발견되었다. 포탄을 해체하기 위해 인근 주민 3천여 명이 대피하고 지역 통행이 일시 중지되어 불편함을 주었다.

<가뭄에 모습을 드러낸 헝거스톤의 모습 – 가디언 홈페이지 갈무리 >

비록 이런 유물들과 유적들이 발견되기도 하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코 기후 재난에 대한 경고이다.

독일 엘베강에 위치한 헝거 스톤이 역대급 가뭄에 답하듯 모습을 보였다. 헝거 스톤은 강물이 마르면 노출되는데, ‘배고픔의 돌’ 또는 ‘슬픔의 돌’로도 불리며 극심한 가뭄을 예고하는 것으로 사용되어 왔다.

가장 유명한 헝거스톤에 적힌 ‘내가 보이면 울어라(Wenn du mich siehst dann weine)’라는 문구처럼 어쩌면 인류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기후 재난 속으로 들어온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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