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호주와 중국의 외교적 갈등은 신냉전 시대의 서막인가

by Seokhyun Jang 2006

2차 대전이 끝나고 시작된 냉전시대는 미국의 자본주의와 소련의 사회주의가 대립한 경제체계의 대결이었지만, 1991년 소련이 붕괴되고 나서 미국이 전 세계의 패권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이 경제성장과 더불어 일대일로 정책으로 영향력을 키우며 패권국가에 도전하고 있다. 더군다나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국가로 미국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체제 경쟁을 하며 신냉전시대가 도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호주와 중국과의 관계가 심상치 않은데, 최근 미국과 호주는 AUKUS 안보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핵잠수함 기술 이전까지 약속받아 중국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호주는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특히, 중국은 호주에게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이자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새로운 시장이었던 만큼, 호주는 중국을 굉장히 환영했다. 호주는 중국에 대해 동맹이나 정치 체계는 모두 제쳐두고 오직 경제 및 무역 파트너의 관계로만 유지하면서 이미 수출의 4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호주를 속국으로 여긴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나오며 두 나라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호주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 북한보다 약간 높은 수준인 것을 보면, 반중 감정과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호주의 대중 관계의 변화는 2016년, 샘 데스 티에리 전 상원의원(노동당)이 유후 그룹 회장인 황샹 모와 수상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시작되었다. 호주 언론은 호주 정치인과 중국 공산당의 커넥션을 의심했고 좌파인 노동당과 우파인 자유당을 막론하고 차이나 머니로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2017년 호주의 생활방식과 민주주의 보호하기 위해 의회는 ‘외국 간섭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는 누가 봐도 중국을 겨낭한 법안이었다. 또한, 5G 기술 주도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충돌했을 때, 호주는 영국과 함께 제일 먼저 화웨이 제재에 동참했고, 지난해 코로나 19 발원지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면서 양국의 관계는 긴장감이 돌았다. 그러자 중국은 호주에 대한 14가지 불만사항을 호주 정부에 전달했다. 이는 호주의 권리와 주권을 무시한 행동으로, 중국의 숨은 의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해 모리슨 총리는 ‘일대일로 협정이 호주에 가져올 이익이 없다’며 지난해 12월, 호주의 대외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외국과 체결한 협정을 외교장관이 폐기할 수 있는 ‘대외관계법’을 제정했다. 그리고 빅토리아 주는 4월, 일대일로 MOU 2건을 파기하며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보복을 시작했고, 호주는 6월에 이런 중국의 행위를 WTO에 제소했다. 

실제로 중국은 호주의 깊은 곳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었다. 2019년 7월, 호주 퀸즐랜드 대학에서 있던 사건은 호주 사람들에게 이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10여 명의 학생이 캠퍼스 내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평화시위를 하고 있었다. 굉장히 일상적인 평화시위였지만, 순식간에 중국 유학생들이 200~300명이 시위 학생들을 둘러싸더니 위협적인 행동을 이어갔다. 단순히 피켓을 찢는 행동에서 그치지 않고, 폭력이 오갔으며, 중국 국가까지 틀며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이후, 중국 학생들은 시위를 주도한 파블로 학생의 SNS를 통해 가족들의 살해 협박까지 하며, 중국 민족주의자들의 표적이 되었다. 더군다나 대학본부에서는 중국 학생들에게 징계를 내리는 않았고, 평화로운 시위를 이어가던 파블로에게 무려 186 페이지 가량의 보고서를 작성하며, 16개의 혐의를 적용해 퇴학을 주장했으며, 그 결과, 파플로는 2년 정학이 내려졌다. 더군다나 파블로 학생의 징계를 위해 학교 측은 변호사 비용으로 한화 2억 6천만 원 이상을 썼지만, 중국 학생들은 찾는 데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대학본부가 학생들의 편이 아니라 중국 편을 든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확대되기 시작했고, 친중 성향으로 알려졌던 부총장은 의심을 사게 되었다. 실제로 호주 대학들은 학교 재정의 약 20%를 중국 유학생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중국의 행동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중국이 세계의 ‘왕도’ 국가가 되는 것이다. 리더 국가는 현재 세계 질서 및 외교적인 무대에서 갖는 힘과 영향력은 막강하다. 중국이 말하는 ‘왕도’ 즉, 다시 한번 패권국가가 되는 것이 시진핑이 꿈꾸는 ‘중국몽’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소리 없는 침략’ 전략을 하고 있으며, 특히, 작고 가난한 나라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며 투자를 했다가 이후, 막대한 부채를 유도해 공항이나 항구 같은 시설을 넘겨받으면서 중국의 동맹국으로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작은 섬나라인 바누아투의 경우, 산토섬에 대형 관광 크루즈선을 유치한다며 대규모 항구를 만들었지만, 막대한 부채를 지도록 만들어 시설을 넘겨받았다. 이는 군사용으로 전환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호주 북동쪽 앞바다에 중국 군함이 들어온다면 호주 대도시들이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회색 전쟁 또한 눈여겨 볼만한 일이다. 회색지대 군사작전이란 상대 국가가 군사적인 반격할 만한 수준의 도발을 하는 것으로, 경제봉쇄라든가 무역제재, 사이버 공격, 허위 정보 유포나 기만 작전 같은 것도 포함된다. 중국이 꾸준히 대만 영공을 침범하는 것도 이런 심리전에 포함된다. 중국은 아직 미국을 상대로 직접적인 침범을 할 수 있을만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회색지대 군사작전을 통해 도발하고 있는 것이다.

호주와 중국과의 갈등은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호주에서 석탄 수입이 중단되자 중국은 심각한 전력난에 부딪혔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장이 돌아가지 못하고, 제품들이 원활히 공급이 안돼 공급 병목현상이 발생하며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판데믹 상황에서 상품 가격이 올라가고 원자재 가격까지 상승하고 있어 스태그 플레이션 즉, 장기 침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또한 중국은 석탄 등에서 생산되는 요소수 수출을 금지했는데,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차량용 요소수를 90% 이상 의존하고 있어 요소수 대란으로 이어졌다. 요소수 대란을 통해, 우리나라는 무역 다각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고 미중 신냉전시대가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미중 신냉전의 갈등 속에 점점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미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외교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다며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유럽 국가들과 호주 및 뉴질랜드도 미국의 보이콧에 동참하려는 모양새다. 더군다나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나라에게 기존 전통적인 한미동맹으로만 유지하는 것이 아닌, 기술 및 정보 동맹으로 확대하여 더욱 적극적으로 중국 견제에 동참해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를 둘러싼 특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고 하지만 신냉전시대가 심화될수록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압박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이 중국과 무역 의존도가 높은 산업분야를 점검해 수출과 수입에 있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다각화를 이루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중 관계 사이에서 최대한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끈을 놓지 않도록 외교적인 총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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