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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북한 형제국’ 쿠바와 수교… 북한의 반응은?

북한, 수교 발표 이후 일본, 서방으로 눈 돌려

서방 대사관 재가동 움직임 포착

<Illustration by Shinyoung Park 2006(박신영) >

[객원 에디터 7기 / 신승우 기자] 지난 2월 14일, 우리나라와 ‘북한 형제국’인 쿠바와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 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쿠바는 우리나라의 193번째 수교국이고, 유엔 회원국 중 미수교국은 시리아뿐이다.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는 1959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로 우리나라와 교류를 단절했고 북한과 외교관계를 이어갔다. 외교부는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극비리에 협상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년간 다각도의 물밑 접촉 시도가 있었으며 쿠바의 결단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중남미 카리브 지역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인 쿠바와의 외교 관계 수립은 우리의 대중남미 외교 강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써,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우리의 외교 지평을 더욱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수교 발표 직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과거 동유럽 국가를 포함해 북한과 우호 관계였던 대 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며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와 쿠바의 수교 발표 이후 북한은 이번 수교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수교 발표 다음 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직접 나서 북한 일본 정상회담에 호응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정일 82주년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과 관련한 행사에도 불참했다. 일각에서는 한-쿠바 수교로 인해 김정은이 외교적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여정 부부장은 “일본이 우리의 정당 방위권에 대하여 부당하게 걸고 드는 악습을 털어버리고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 관계 전망의 장애물로만 놓지 않는다면 두 나라가 가까워지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기시다 후미오)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기시다 총리의 방북 가능성을 언급하며 북일 관계 개선에 여지를 보였다.

북한에서는 코로나 19 이후 4년 만의 서방국의 평양 주재 대사관 재개 동향도 포착됐다. 독일 외무부 측이 평양을 방문했고, 스웨덴대사 임명자도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영국 외무부의 대표단이 방북할 것으로 보이며 스위스대사관의 평양 복귀 의사도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최근 유럽 국가에 문을 여는 모습은 한국-쿠바 수교에 대응하는 측면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3월 중순 러시아 대선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거론된다. 원주 한라대 정대진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을 더욱 강화하면서 한국과 쿠바의 수교에 따른 충격을 만회하려는 것” 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사상 단속을 강화하면서 민심 이반을 방지하고 내부 결속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수교에 관해 직접적인 언급이나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교 발표 이후 들려오는 중국 대사의 방북, 북일관계 개선 언급, 서방국 대사관의 재가동 움직임과 푸틴의 방북 가능성 관측은 북한이 우리나라와 쿠바의 수교에 대해 인지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인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쿠바 수교에 따른 외교적 압박과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국지도발이나 국면전환용 북-일 또는 북-러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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