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이코노미]중동전쟁으로 인한 소비자 물가 상승과 나라별 청년층 경제 부담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윤채원 기자]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다. 이란은 걸프 지역 미군 기지와 중동 일대에 보복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날렸고, 세계 원유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다. 세계 원유는 중동·북해·미국 등에서 생산되며, 각각 국제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브렌트유·WTI로 거래된다. 그중 중동산 원유는 대부분 아시아로 수출되는데, 유일한 뱃길이 호르무즈 해협이다. 전쟁 중 생산 시설 피해, 위험 해역을 꺼리는 유조선들, 산유국들의 감산까지 겹치면서 국제 유가는 전쟁 직후 배럴당 $80~82를 넘었고, 전쟁이 길어지면서 $120 근처까지 치솟았다.

유가가 오르면 기름으로 움직이는 트럭·배의 운송비가 오르고, 천연가스로 만드는 비료 가격도 오르며, 발전소 연료비가 올라 전기료도 상승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 IMF에 따르면 유가 10% 상승 시 인플레이션은 0.4%p 오르고 경제성장률은 0.15%p 떨어진다. 유가 상승은 환율에도 영향을 준다. 1974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협약에서 사우디가 원유 대금을 달러로만 받기로 하고 미국은 안보 보장을 약속하면서 지금까지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유지됐다. 이후 OPEC 전체로 퍼지면서 원유 거래는 달러 결제가 표준이 됐다. 원유를 사려면 달러가 필요하므로, 유가가 오를수록 달러 수요도 증가한다. 게다가 전쟁이 나면 투자자들은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달러를 찾는다. 미국이 전쟁 당사국임에도 달러가 강해지는 것은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순 에너지 수출국이라는 점까지 더해져, 전쟁 이후 달러 인덱스는 수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가 강해지면 다른 나라 통화는 약해지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수입 물가가 더 크게 오른다.

다만 이번 전쟁은 갑자기 안정된 세계에 떨어진 충격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 주요국들은 경기 방어를 위해 금리를 최대로 낮추고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다. 경기는 살아났지만 물가가 뒤따라 올랐고, 여기에 러-우 전쟁발 에너지 충격과 전 세계적인 관세 전쟁까지 겹쳤다. 이번 전쟁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인플레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AI 자동화로 일자리는 줄고 있다. 전문가들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이 피해는 고르게 분산되지 않는다. 자산이 있는 사람은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일부 방어가 되지만, 자산이 없는 청년층은 오르는 물가를 고스란히 받는다. 돈이 있는 사람은 더 벌고, 없는 사람은 더 잃는 양극화의 사이클이다. 이 글은 코로나 이후의 인플레와 양극화, 관세 전쟁, 그리고 이번 중동 전쟁이 미국·한국·일본 청년들의 삶에 소비자 물가 상승과 각 나라별 이슈를 통해 어떠한 부담을 형성했는지 들여다보고, 또 이 세 나라가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 – 학비라는 이름의 빚

2026년 2월 기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4% 상승으로, 전쟁 직전까지 인플레이션이 서서히 잡혀가는 추세였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휘발유 가격은 전쟁 개시 이후 20% 급등해 갤런당 $3.58까지 올랐고, 전기료는 이미 전년 대비 4.8%, 도시가스는 10.9% 올랐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연말까지 CPI가 3.5%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렇게 물가가 다시 오르면 가처분소득이 줄고, 가처분소득이 줄면 미국 청년들에게 떠오르는 문제는 학비 부담이다.

미국 청년들에게 학비는 이미 오랜 문제였다. 2025-26학년도 기준 공립 4년제 주내 학비는 연간 $11,950, 사립은 $45,000이며 기숙사·식비까지 포함한 총 재학 비용은 사립 기준 연간 $65,000을 넘는다. 졸업생의 약 65%가 학자금 대출을 안고 졸업하며, 미국 전체 학자금 부채는 $1.77조로 모기지 다음으로 큰 소비자 부채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교육 예산 삭감이 더해져, 공화당은 저소득층 학생 대상 무상 학자금 보조인 펠 그랜트 수혜 자격을 대폭 축소하고, 대학원생 전액 대출 프로그램인 Grad PLUS를 폐지했다. 지원은 줄고 물가는 오른다. 학비를 대출로 메우고, 그 대출을 갚기 위해 취업 시장으로 나가지만 AI 자동화로 인해 취업시장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교육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실질적 계층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거의 유일한 공식 통로다. 그런데 그 통로가 돈으로 막히기 시작하면 문제는 단순한 개인 부담을 넘어선다.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직장을 얻고, 좋은 직장을 얻은 사람이 더 많은 자산을 쌓는다. 반대로 학비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은 처음부터 다른 출발선에 선다. 교육 기회의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으로, 소득 불평등은 다음 세대의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한 번 굳어지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굴레다.

한국 – 집값이라는 이름의 장벽

전쟁 직전 한국 CPI는 2026년 1~2월 연속 2.0%로 한국은행 목표치에 안착하는 듯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3월 2.2%로 다시 올랐고, 특히 교통비가 전월 대비 5.0% 급등했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호르무즈 봉쇄는 단순한 지정학적 사건이 아니라 수입 물가 직격탄이 됐다. 여기에 원화 약세까지 겹쳐 달러가 강해질수록 원화로 기름을 사는 비용이 더 올라간다.

한국 청년들에게 이 물가 상승은 이미 한계에 달한 상황에 추가로 얹힌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서울 집값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25년 한 해 약 8.7% 올라 20년 만에 가장 빠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은 약 14억 원으로, 전국 평균 4억 7천만 원의 세 배다. 2026년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은 약 1만 6천 가구로, 직전 3년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전세 시장도 무너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2025년 12월 기준 148만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서울 4인 가구 중위소득의 약 24%에 해당한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목돈 없이 서울에 자리 잡으려는 청년들의 선택지는 줄고 있다. 집값 문제는 임금 구조와 맞물려 더 복잡하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2025년 10월, 정부는 서울 25개 구 전체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생애최초 구매자 LTV를 40%로 제한했다. 2026년부터는 청년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기존 2만 7천 가구에서 3만 5천 가구로 늘리고, 청년 월세 지원도 한시 사업에서 상시 사업으로 전환해 매달 최대 20만 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이 반복해서 실패한 이유가 있다.

첫째, 공급을 늘리는 대신 수요를 억누르는 방식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은 수요 억제를 의도했지만, 실제로는 희소성을 공식화해 오히려 시장이 가격을 올리는 근거가 됐다. 현금 부자들은 강남 등 고급 지역으로 집중됐고, 서민과 청년은 밀려났다. 역대 정부가 수십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집값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했다.

둘째, 금리 문제다. 코로나 이후 유동성이 명목 성장률을 초과해 풀리면서 자산 가격 압력이 쌓였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된 2024년 이후 모기지 금리도 내려가면서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시중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올라 2025년 9월 기준 가중평균 3.96%를 기록했다. 금리를 내리면 집값이 더 오르고, 올리면 가계부채를 짊어진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어느 방향으로도 정치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딜레마다.

한국의 집값 문제 해법은 결국 공급이다. 서울 집중 자체를 완화하고, 좋은 일자리가 서울 외에도 생길 수 있는 구조를 병행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극단적으로 크기 때문에, 청년들은 첫 직장부터 대기업을 노린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사회 진출이 늦어지고, 결혼과 출산도 미뤄진다. 집값 문제는 단순히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한국 청년들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문제다.

일본 – 고령화라는 이름의 세대간 청구서

일본 CPI는 BOJ 목표치 2%를 45개월 연속 초과한 상태에서 전쟁을 맞았다. 일본은 원유를 거의 전량 수입한다. 유가 상승은 일본이 원한 인플레가 아니다. 임금 상승으로 소비가 늘고 물가가 오르는 선순환이 아니라, 수입 비용이 올라 물가가 오르는 구조다. 기업과 가계 모두 비용만 늘고 소득은 그대로다.

명목임금은 수십 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물가 상승 속도가 더 빨라 실질임금은 계속 줄었다. 일본 청년들의 문제는 물가 이전에 이미 구조적으로 쌓여 있었다. 일본은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된 나라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약 30%다. 일하는 사람이 줄고 부양 받는 사람이 늘면, 그 비용은 지금 일하는 세대가 부담한다. 2026년 회계연도 예산에서 사회보장 관련 지출은 사상 최대인 39조 6백억 엔으로, 고령화에 따른 의료·요양 비용 증가로 전년 대비 7,600억 엔 늘었다. 이 돈은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충당되며, 청년 세대의 월급에서 빠져나간다.

또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사나에노믹스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재정 확대 기조를 유지하는 한, 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 지출은 계속 늘고, 그 부담은 현재 청년 세대가 미래에 갚아야 할 빚으로 남는다.

미국·한국·일본 청년들이 겪는 문제는 형태는 달라도 뿌리는 같다. 코로나 이후 각국 정부가 풀어놓은 유동성이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고, 자산이 없는 청년 세대는 혜택에서 소외됐다. 러-우 전쟁, 관세 전쟁, 이번 중동 전쟁이 차례로 인플레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 청년은 학비, 한국 청년은 집값, 일본 청년은 고령화라는 벽을 마주하고 있다.

미국의 학비 문제와 한국의 사교육 문제는 표면은 다르지만 구조는 같다. 미국에서는 대학 학비가, 한국에서는 학원비가 격차를 만든다. 두 나라 모두 돈이 교육 기회를 결정하는 구조다. 일본의 고령화를 보면 한국이 뒤따를 길을 미리 볼 수 있다. 청년이 줄고 부양 부담이 늘수록, 일하는 청년 세대가 짊어지는 무게는 더 커진다.

이번 중동 전쟁은 청년 지갑만 건드린 것이 아니라 세계 질서도 흔들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중국 선박은 통행을 허용했고, 위안화로 결제하는 유조선에도 길을 열었다. 러시아는 전쟁 전 에너지 수익이 급감했지만, 유가 급등으로 2026년 최대 1,510억 달러 추가 수익이 예상된다. 미국이 러시아 제재를 완화하는 움직임도 빨라졌다. 미국이 중동의 수렁에 빠지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달러 패권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진 않지만, 세계를 지배하던 통화는 서서히 침식된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국가는 경제적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을까? 단기 물가 충격은 정부와 중앙은행 정책으로 일부 완충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는 자원 문제와 구조적 양극화 문제는 별개다. 자원 문제 해결을 위해 에너지 투자가 필요하다. 이번 전쟁은 중동 에너지 의존의 취약성을 보여줬다. 재생에너지 전환과 에너지원 다변화는 기후 정책을 넘어서 물가 안정과 국가 안보 문제다.

구조적 양극화 핵심은 교육이다. 단, 학벌을 쌓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사고력, 판단력,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 그 기회를 국가가 공공재로 보장해야 한다.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단순 기술이 아닌 내면적 역량을 가진 사람이 살아남는다. 그 역량을 돈으로 결정하게 놔두면, 양극화는 어떤 전쟁보다 더 오래, 더 깊게 사회를 갉아먹는다.


[위즈덤 이코노미]최근 국제 무역의 재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세계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 그리고 나라와 나라 사이의 연결은 긴밀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경제는 각 주체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 고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제 경제는 연결을 통해 발전하지만, 그 연결을 통해 위험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국제경제학은 이러한 상호의존적 관계를 분석하며, 각 나라의 무역·금융·산업 정책 등을 통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위즈덤 아고라 윤채원 기자의 ‘위즈덤 이코노미’은 복잡하게 얽힌 국제 경제의 연결 관계를 통해 독자와 함께 변화하는 세계를 보다 넓은 시각으로 이해하고 배우고자 합니다.

Leave a Reply

Back To Top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