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해결치 못하는 한국, 대체 무슨 문제인가
2030세대, 타 연령대보다 코로나 우울감·자살생각 높아
자살률 순위 낮추기 위해 15년간 노력, 성과는 못 내
국회미래연구원, ‘사회의 힘’ 강해져야 한다 주장
[위즈덤 아고라 / 전시현 객원기자] OECD 자살률 순위를 낮추기 위해 15년간 국내에서 여러 정책이 시행됐지만 사실상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민 5명 중 1명은 우울 위험군에 속할 만큼 정신건강을 위협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이가 12%에 달했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2·4분기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2분기 조사 결과 우울 위험군(3월 22.8%→ 6월 18.1%), 자살생각 비율(3월 16.3% → 6월 12.4%) 등이 감소해 전 분기 대비 다소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우울, 자살생각 비율이 높은 수준이다.
특히, 여성과 젊은 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20대, 30대 우울 위험군 비율은 각각 24.3%, 22.6%로, 50·60대(각각 13.5%)에 비해 1.5배 이상 높아, 젊은 층이 코로나19로 인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우울 점수(남성 4.7점, 여성 5.3점)와 우울 위험군(남성 17.2%, 여성 18.9%)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6월 자살생각 비율은 12.4%로 3월 조사 결과인 16.3%에 비해 3.9% p 감소했다. 다만, 2019년 4.6% (2021 자살예방 백서)의 약 2.5배 수준으로,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자살 문제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미래연구원은 미래전략에 대한 심층 분석 결과를 적시 제공하는 브리프형 보고서인 「국가 미래전략 Insight」 제22호 (표제: 높은 자살률,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가)를 발간했다.
저자인 박상훈 거버넌스그룹장외 4인은 지난 2004년부터 자살예방을 위한 여러 정책이 시행됐지만 큰 효과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해 자살방지와 자살위험 억제에 초점을 둔 기존 접근의 문제점이자 한계라고 지적했다. 자살자를 사회 부적응자로 취급하거나 자살을 막지 못한 유가족에게 죄책감을 갖게 하는 것도 잘못임을 설명하며 기존의 상식화된 접근과 안이한 행정적 접근 방식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다.
박 그룹장은 자살을 개인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개인 중심이 아닌 ‘사회적 자살률’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자살률은 해당 국가의 국민통합 정도를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회지표로 연대와 결속, 공동체성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의 힘’의 정도를 보여준다. 사회의 힘이 더 강해져야 자살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개개인에 집중한 자살위험 요인 제거와 관리, 정신적 문제에 대한 의료적 접근만으로는 높은 자살률에 대응하기 어려우며 안전망 확충에서 불공정한 노동시장 개선에 이르기까지 사회경제 정책의 토대 위에서 자살예방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외 자살예방 성공사례로 분류되고 있는 나라의 공통점은 각 나라의 자원과 환경에 근거해 사회 통합적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핀란드는 사회보장정책을 기초로 한 심리 종합적 접근인 심리부 검정책을 개발해 대응했고, 덴마크는 다각적 관점에서 복지지원정책을 세분화해 추진했다.
복지부는 “7월 코로나 재확산에 따라 확진자 수 증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심리 방역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으로, 건강한 일상 복귀를 위해 전 국민 심리지원을 한층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장기간 코로나 블루가 지속되는 만큼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코로나 우울 예방 프로그램 운영을 활성화하고, 심리상담 핫라인(1577-0199), 모바일 앱 등 비대면 심리지원과 마음 안심버스 등을 활용한 찾아가는 심리지원을 강화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