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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대법, 가이드라인 제시

대법, “고령자고용 차별금지 위반”

요건 4가지… 정당한 목적, 적정 감액, 업무강도 완화, 감액 재원 적절 사용

< Illustration by Yeony Jung >

[위즈덤 아고라 / 임서연 기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임금피크제는 위법이라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고령자 고용법상 차별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을 차별하는 임금피크제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임금피크제 도입 후, 기준과 정당성 관련 판단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 

임금피크제란 일정 연령(피크 연령)이 지난 장기근속 직원의 임금을 줄여 고용을 유지하는 제도로 워크셰어링(Work Sharing) 형태의 일종이다. 일정 근속연수가 되어 임금이 피크에 다다른 이후에는 다시 일정 퍼센트(%)씩 감소하도록 임금체계를 설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7월 1일 신용보증기금에서 처음으로 도입하여 적용하였고, 2013년 정년을 기존 55세에서 60세로 의무화하는 ‘60세 정년 연장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임직원 300인 이상 기업은 2016년 1월부터, 300인 미만 기업은 2017년 1월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어나게 되었다. 즉, 기업이 정년을 연장한 만큼 직급이 높은 고령자의 임금을 줄여 신규채용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제도이다.

대법원 1부는 26일 A 씨가 한국 전자기술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연구원은 2009년 1월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1991년 입사한 A 씨는 2011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은 뒤 2014년 퇴직했다. 이후, A 씨는 퇴직 후 연구원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 차별을 금지한 고령자 고용촉진법을 위반했다며 퇴직 때까지의 임금 차액(약 1억 83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회사 측은 노사 합의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고 맞섰지만 1심은 “노사 합의를 거쳤어도 법령에 어긋나는 취업규칙이라면 효력이 없다”라며 A 씨에게 약 1억 4600만 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2심 또한 약 1억 3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날 대법원은 합법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 필요한 4가지 요건을 제시했는데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 임금 감액의 적정성, 적절한 임금 감소 보완 조치 여부, 감액 재원이 도입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이다. 경영상 위기가 있거나, 정년 연장 또는 업무 강도 완화 등의 조치와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은 유효하다는 의미이다. 

이번 판결로 정년 유지형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순히 인건비 절감만을 목적으로 한 임금피크제에 대한 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크다. 재계에서는 경영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빠른 대처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 당일,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대법원 판단에 의거해 임금피크제의 운영 여부와 임금 보전 방식에 대한 설명을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사측에 발송했다. 또한, 3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사무직 노조는 내달 본격적으로 시작될 임금단체협상에 앞서 확정한 올해 단체협상 요구안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포함했다. 이처럼 대기업 임금 협상에서 노사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27일, 정년 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모두 무효가 아니며 임금피크제 효력은 판단 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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