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인간의 몸에 컴퓨터 칩을 심는 기술, ‘칩 임플란트’

<FREEPIK 제공 >

[객원 에디터 6기 / 한동욱 기자]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기술은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마이크로 칩 기술은 결제 시스템에서의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제는 마이크로 칩이 단순히 신용카드에 내장된 것을 넘어 인체에 적용되면서 손끝에서의 결제 경험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인간의 몸에 컴퓨터 칩을 심는 기술을 ‘칩 임플란트’라고 부른다. 이미 손이나 발에 칩을 이식하는 역사는 20년이 넘었고,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였던 의료용 마이크로칩 시장 규모는 2035년이면 30억 달러(약 3조 9000억 원)가 될 전망이라고 사업의 성공을 낙관했다. 

마이크로 칩을 활용한 손 결제는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편의성을 보여준다. 손에 삽입된 작은 마이크로 칩은 결제 터치 포인트를 확장시켜 손끝에서 간편한 결제를 경험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도입으로 현금이나 카드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며, 빠르고 안전한 거래가 가능해진다. 칩을 살 밑에 이식시키면 결제 시 불빛이 들어오고 터치만 하면 된다. 추가로 마이크로 칩 이식 수술은 많이 아프지 않다고 한다. 직접 이식받은 사람에 의하면, 살을 잠깐 꼬집는 정도라고 한다.

비접촉 칩 결제 방식에는 2가지가 있다. ‘NFC 기술(근거리 무선 통신)’과 ‘RFID 기술 ‘(무선 주파수 인식)’이다. NFC 기술은 주로 스마트 폰으로 근거리 결제를 할 때 사용되고, RFID 기술은 신용카드나 직불 카드로 결제할 때 사용된다. 이런 것과 같이 이미 칩 기술은 우리와 가까이하고 있다. NFC는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로, 주로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동작한다. 일반적으로 4cm 이내의 짧은 거리에서 통신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반대로 RFID는 더 넓은 범위에서 동작할 수 있다. 물론 주파수에 따라 다르지만, RFID 시스템은 수 미터에서 수 십 미터까지의 거리에서 동작할 수 있다. 응용 분야 또한 다르다.  NFC는 주로 소규모 데이터 전송에 사용된다. 스마트폰이나 카드와 같은 단말기 간의 터치로 정보를 주고받는 데 많이 사용된다. 결제 시스템, 티켓, 스마트폰 간의 파일 공유 등이 예이다. RFID는 주로 물체나 동물 등의 태그를 읽거나 쓰는 데 사용된다. 물류 및 재고 관리, 동물 식별, 자동차 톨게이트 등의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다.

동물에게도 이 칩은 유용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동물에게 칩을 심으면, 동물의 주인이나 동물 보호 단체 등이 RFID 리더기를 사용하여 동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것은 길을 잃거나 도난당한 반려동물을 신속하게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또한 칩에는 동물의 기본적인 의료 정보와 주인의 연락처 등이 저장될 수 있다. 긴급 상황에서 의료진이나 구조자가 동물의 건강 상태와 소유자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칩은 동물의 신체에 삽입되어 있기 때문에, 목줄이나 태그와 같은 외부에서 분실될 수 있는 부품과 달리 영구적으로 동물을 특별하게 식별할 수 있다. 이는 영구적인 식별 번호를 애완동물에게 제공할 수 있다. 특별한 기능으로 일부 칩에는 동물의 예방 접종 기록을 저장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 소유자가 동물의 건강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프랑스는 이미 1999년부터 4개월 이상 된 모든 개들에게 임플란트가 의무화됐고 한국에선 2014년부터 준주거지 이상의 지역에 있는 2개월 이상 반려견에 한정해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내장형과 외장형 무선 식별 장치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체내 마이크로칩 삽입이 강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 Walletmor 홈페이지 갈무리 >

스웨덴에서는 2018년에 국영 철도회사가 손가락에 이식된 칩으로 기차를 탈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3500명이 넘는 스웨덴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표를 예약하고 표가 없어도 손을 대기만 하면 탑승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몸에 심은 칩을 통해 결제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회사도 등장했다. 영국의 핀테크 스타트업 ‘월렛모어’는 2021년부터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술이 적용된 칩을 사람 몸에 심고, ‘RFID 기술’(무선 주파수 인식)을 통해 직접적인 접촉 없이 신용카드를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판매하고 있다. 판매되는 칩은 1g이 안 되는 가벼운 무게에 안테나로 구성된 천연 원료로 만들어졌으며, 현재까지 1000개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 

마이크로 칩에는 물론 단점도 있다. 칩이 동물의 체내에서 이동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칩이 정확한 위치에 삽입되지 않았을 때 또는 동물이 크게 움직일 때 칩이 이동할 수 있다. 이 경우 정확한 식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일부 마이크로칩은 전원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액티브 RFID 기술을 사용하는 칩은 외부 리더에 의존하여 작동된다. 따라서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는 식별이 어려워 불편을 줄 수 있다.

또한, 사생활 침해 논란도 있다. 2017년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 소프트웨어 회사는 직원들의 몸에 칩 이식을 했다가 일부 직원들의 반발이 있었다. 출퇴근 시간이나  컴퓨터에 접속유무 등이 칩에 기록되기 때문에 개인의 동선과 근무 패턴 등이 회사에 노출된다며 반발했던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 단체는 사생활 침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고, 그 결과 캘리포니아, 위스콘신 등 미국 11주가 동의 없이 칩 이식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작은 크기와 높은 성능, 저전력 소비, 더 나은 통신 기능에 대한 열망은 칩 임플란트의 기술에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전문가들은 칩 임플란트가 궁극적으로 성공하려면 몸속에서 영원히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성원 DGIST 교수는 “칩이 몸 안에 들어가면 그 주변이 곪아서 이물질을 배출하는데, 이것 때문에 전극 장치가 조금씩 떨어져 나간다”며 “이런 현상 탓에 고성능 칩을 몸에 심더라도 1년 이상 꾸준히 제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칩 이식 개발사들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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