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컴퓨팅 

‘폰 노이만’ 구조의 대체, 뉴로모픽 컴퓨팅 

유의미한 신호만 받아들여 불필요한 전력소모 절감

<자료 제공: Intel Corporation>

[위즈덤 아고라 /김현동 기자] 현재 컴퓨터는 헝가리 출신 과학자 폰 노이만이 개발한 ‘폰 노이만’ 구조를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이 구조는 크게 데이터와 명령어가 저장된 메모리 영역과 연산을 처리하는 연산장치 (CPU)로 나뉘며 이 두 영역 사이에는 ‘버스’라는 통로가 존재해 필요에 따라 즉시 명령어 및 데이터가 CPU에 도달한다. 하지만 명령어와 데이터가 ‘버스’라는 하나의 길을 통해서만 이동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병목이 발생하게 돼 발열과 전력 소모가 커지게 되면서 속도와 효율성 측면에서 한계에 도달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전력 소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OpenAI에서 개발한 자연어처리 모델 GPT-3은 한번 학습시키는데 드는 전력이 시간당 1.3 기가와트로, 우리나라 전체에서 1분간 사용되는 전력량과 비슷하다. 인공 지능의 활발히 진행되는 연구에 맞춰 전력 소모를 줄일 새로운 컴퓨터 구조가 시급하다.

‘폰 노이만’ 구조를 대체하기 위해 현재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구조가 바로 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컴퓨팅이다. 우리의 뇌는 1000억 개의 뉴런과 100조 개의 시냅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병렬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고도의 발전된 사고를 하지만 전구를 하나 밝히는 정도인 20와트의 에너지만 사용한다. 그 이유는 뉴런은 불필요한 신호는 무시하고 의미 있는 신호만 받아들여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뉴런은 의미 있는 자극이 오면 신호가 강해져 스파이크처럼 솟아오르며 시냅스를 통해 인근 뉴런에 전달된다. 스파이크 신호 사이 간격이 짧을수록 시냅스 연결이 강화되면서 유의미한 정보가 저장된다. 뇌는 중요한 자극만 전달하기 때문에 효율이 높고 감각 신호를 아날로그 형태로 정교하게 전달할 수 있다. 신호에 시간을 더한 생체 신경망의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는 스파이크 신경망(SNN)이 최근 뉴로모픽 컴퓨팅 연구의 핵심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 연구진은 뉴로모픽 컴퓨팅을 이용해 인공지능의 전력 소모를 기존 반도체의 16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Nature Machine Intelligence’에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진은 신호를 전송한 뒤 휴지기에 들어가는 뇌 신경망을 모방했으며 한번 신호를 전달하면 강제로 재전송을 일시 멈추는 후과분극(AHP, after-hyperpolarizing) 효과 또한 재현했다. 인텔의 뉴로모픽 반도체 ‘로이히’에 이를 적용해 장단기 메모리(LSTM, Long Short-Term Memory) 기법의 인공지능 연산을 확인한 결과 전력 소모를 절감했음을 확인했다.

우리나라 연구진 역시 뉴로모픽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과학기술원(KAIST) 최양규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와 박인규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인간의 후각 뉴런을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 모듈을 개발했다고 2022년 7월 4일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반도체식 금속산화물 기반 가스 센서와 단일 트랜지스터 기반 뉴런 소자를 활용해 가스를 인식해 스파이크 신호로 바로 출력 가능한 뉴로모픽 반도체 모듈을 개발한 것이다. 

다만 뉴로모픽 컴퓨팅은 아직 한계가 명확하다. 인간의 뇌에 대한 지식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며 아직 가장 초보적인 형태의 신경망 모방만 가능한 수준이다. 단기간에 엄청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인공지능의 수요가 커지는 만큼 전력 소모를 보다 효과적으로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뉴로모픽 컴퓨팅은 계속 주목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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