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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네이처] ‘머리 크기와 지능은 비례한다’···거짓 혹은 진실?

내 머리 크기, 내 지능을 나타내는 것인가? 

 < OpenAI의 DALL·E 제공 >

[ 위즈덤 아고라 / 김정서 기자] ‘머리 크기와 지능은 비례한다.’는 가설은 살면서 종종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머리 크기는 지문처럼 사람마다 제각각인데, 실제로 머리 크기와 지능은 비례할까? 

역사를 한 번 들여다보자. 인류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뇌가 클수록 머리가 좋은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게 된다. 원시 인류보다 현생 인류는 평균 뇌 용량이 2~3배 커졌기 때문이다. 4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 용량은 380cc~450cc이고, 그 이후 나타난 호모 하빌리스의 뇌 용량은 530cc~800cc로 커졌고, 20만~5만 년 전에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의 뇌 용량은 1,300cc~1,600cc이다. 현재 우리 인간의 뇌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3배로 증가한 사실을 주목해 보면, ‘뇌가 클수록 머리가 좋은 것은 당연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뇌는 현대로 올수록 왜 크기가 커진 것일까? 마우리시오 곤살레스포레로 영국 세인트앤드루대 연구원 팀에 의하면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뇌가 커졌다. 해당 연구팀은 뇌가 커진 배경을 ‘생태 지능 가설’, 음식 찾기 등 환경에 적응해 생존하기 위해 뇌가 커졌다는 가설, 때문이라고 네이처(5월 23일 자)에 발표했다. 

19세기 미국의 자연 인류학자 사무엘 조지 모턴(Samuel George Morton)은 두개골이 클수록 지능이 좋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했는데, 그 결과 두개골 크기는 백인이 가장 크고, 흑인이 가장 작았다. 그는 ‘뇌가 큰 백인종이 지능도 가장 높다’라는 주장을 펼쳤는데, 이 연구결과는 과학적 인종주의라는 비판을 받았고 과학자의 주관이 연구에 개입된 사례로 남겨졌다. 2011년 6월 과학 저널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모턴의 두개골 측정 연구는 정확하지만 ‘두개골이 클수록 지능도 높다’는 주장까지 옳다고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즉, 현재까지 ‘뇌가 클수록 머리가 좋은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주는 연구 결과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워싱턴 대학의 정신의학 행동과학과 교수인 윌리엄 칼빈(WIlliam Calvin) 박사는 “뇌의 크기가 지능 향상과 무관하다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고, 우리는 이를 찾아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출처: TJ의 책장 정리-티스토리>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을 아는가? 프랑스의 문학 비평가 아나톨 프랑스는 어떤가? 이들은 과학과 문학 분야에서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뇌 용량은 일반인에 비해 적다고 알려져 있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생물의 지능을 좌우하는 것은 뇌의 크기가 아닌 ‘대뇌피질’이라고 주장한다. 대뇌피질은 대뇌 표면의 회백질로 이루어진 부분이다. 해당 과학자들 말에 따르면 이들은 언어를 이해하는 영역으로 알려진 측두엽이 크고 학습 판단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많이 접혀있어 침팬지와 비슷한 용량의 뇌를 가졌지만, 지능은 훨씬 발달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지능이 대뇌피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가설에 힘을 실어주는 연구 결과가 한 가지 더 있다. 미국 국립 정신건강 연구사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대뇌피질의 발달 과정 실험은 대뇌피질 두께와 지능지수(IQ)가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지능지수가 평균보다 높은 아이들은 7살 정도까지 대뇌피질이 매우 얇았고 12살이 되면서 급속도로 두꺼워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지능지수가 평균 정도인 아이들은 처음부터 대뇌피질이 두꺼운 편이었다. 즉 얇은 대뇌피질이 두꺼워지는 과정에서 지능지수가 점차 발달한다는 이야기이다.

현재 인류는 뇌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영국 케임브리지대 진화 전문가인 마르타 라를 박사팀은 인류의 체구와 뇌 크기가 선사시대보다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2011년 6월 영국 왕립협회에 발표한 바 있다. ‘뇌가 커지면 지능이 높아진다’는 가설에 이루어보았을 때 현재 인류는 퇴보하고 있다는 것일까? 라를 박사의 답변에 의하면 아니다. 그는 뇌 크기가 줄어드는 것도 진화의 일부분으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즉, 인간의 뇌가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더 효율적으로 쓰도록 바뀌었다는 것이다.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고 분업화되면서 직접 고민하고 생각하는 활동이 줄었다는 게 현재 연구자들의 분석이다. 

제브 크로넨버그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원 팀은 새로운 3세대 게놈 해독 기술을 이용해 현생인류 두 명과 고릴라, 수마트라 오랑우탄의 게놈 전체를 해독한 뒤 인류의 뇌를 키우는 데 관여한 유전자를 밝혀내 ‘사이언스’ 8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 대뇌피질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속 작은 세포인 ‘방사신경교세포’와 관련된 유전자들의 활성이 침팬지에 비해 인류가 41%나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뇌의 크기를 제한하기 위한 ‘고삐’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특정 기능을 잃어버린 것이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머리 크기와 지능은 비례한다.’는 가설은 현재까지 완벽하게 해결된 가설이 아니다. 다만 많은 연구 결과가 머리 크기와 지능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뇌처럼 복잡한 유기화합물을 단순히 크기에 비례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위즈덤 네이처]생화학이란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반응이나 생명현상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최근에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라고 하면 모두가 아는 정도로 진화론은 대중화되었습니다. 한 생물이 진화하는 것에 대한 증거로는 이를 구성하는 유전자나 단백질 등의 생화학적 특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생물체가 현재에 존재하기까지 어떤 내외부 환경을 겪어 진화를 했는지 고찰해보는 컬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김정서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로의 생화학 속 진화론의 세계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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