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위즈덤 네이처] 독특하고 고된 환경에서 사는 극한 미생물

< Illustration by Yujeong Lee (이유정) >

[위즈덤 아고라 / 장석현 기자] 극한미생물이란 극한의 온도, 염도, 압력 등의 환경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을 뜻하는데, 기초 및 응용 분야에서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극한미생물이 이러한 특이한 특성들을 지니게 된 계기는 바로 고세균이기 때문이다. 생명체는 크게 진정세균역, 고세균역, 진핵생물역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진핵생물(Eukaryotes)은 다분화된 세포소기관과 막으로 둘러싸인 핵을 가지고 있으며, 진정세균(Eubacteria)은 핵이 없는 박테리아다. 마지막으로 고세균(Archaea)은 막성 세포소기관은 물론이고 핵도 없어 무사분열을 하며 세포의 호흡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도 없이 호흡을 한다. 이런 특징들은 고세균의 생존성을 높였으며, 그 결과 고대 지구와 매우 유사한 거친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었던 것이다.

고세균이 주로 서식하는 환경들은 대부분 깊은 바다 같은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지역이다.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 필수 조건인 햇빛, 산소와 물이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살아간다는 의미다. 

미생물들이 어떻게 십수 년간 햇빛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바로 화학합성(Chemosynthesis)이라는 과정을 통해서다. 더 구체적으로, 수소와 일산화탄소는 극한환경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기체들이다. 미생물들은 두 기체를 화학합성에 사용하여 에너지를 발생시켜 탄수화물을 합성시킨다. 많은 연구진들은 이러한 생존전략이 심해에서 발견되는 생명체일수록 더욱 빈번하게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지구의 해양 암석권은 다양한 지질학적, 생물학적 과정으로 인해 용해된 수소와 일산화탄소 가스가 많이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기체 이외에도 황화수소를 소화시켜 유기물을 합성하는 미생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러한 발견들은 지구상의 생명체가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화학합성을 처음 발견한 호주 모나쉬대학의 미생물학자 크리스 그리닝 교수는 첫 번째 생명체는 아마도 태양빛이 아닌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여 심해 분출구에서 출현하였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지구 탄생 이후 37억 년이 지난 후에도 바다의 많은 미생물들이 여전히 이 고에너지가스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했으며, 우리는 지금 이것을 완전히 간과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극한미생물은 지구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 빈대학은 지구상에서 방사능을 가장 잘 견디는 미생물인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Deinococcus Radiodurans)를 가지고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실험을 한 결과,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 1년 이상 생존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미생물들을 수분이 제거된 채 1년 이상 우주정거장 밖에서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방사능에 그대로 노출시켰다. 연구진들은 데이노코쿠스를 다시 지구로 데려와 수분을 공급한 다음, 지구에 있는 종과 비교해 본 결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관찰하였다. 다만, 한 가지 특이점은 미생물 표면에 혹 형태의 물집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연구진들은 물집 안에 영양분을 보관하거나 독성 물질을 배출하는데 필요한 단백질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추측했으며 이는 우주환경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라디오두란스의 우주 환경 노출 전과 후 – 마이크로바이옴 제공>

이에 더해 도쿄 약대는 데이노코쿠스균가 생존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집락(colony)을 꼽았다. 집락이란 같은 종의 미생물들이 한 장소에서 일정 기간 집단을 이루어 사는 것을 의미한다. 집락 외부에 있는 미생물들이 죽으면서 안쪽 미생물들을 덮는 일종의 보호층을 만들었는데, 연구진들은 0.5mm의 집락을 이룬 데이노코쿠스가 우주 환경에 3년간 생존했음을 확인했고, 최대 45년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데이노코쿠스 실험은 생명의 기원을 찾는 연구와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판스퍼미아 이론(Panspermia)’은 지구 생명체가 소행성에 묻어온 외계 미생물에서 비롯되었다는 가설인데, 우주환경에서 미생물이 생존 가능하다면 판스퍼미아도 충분히 가능한 이론인 셈이다. 이렇게 극한미생물 연구는 생명의 기원에 대한 놀라운 발견들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현재까지도 진화생물학 분야에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더군다나 극한미생물은 아직까지 인간에게 해로운 병을 일으키는 종류는 발견되지 않아 안전한 미생물로 취급되고 있다. 오히려 산업적으로 유용한 특성이 많아서 ‘미래의 블루오션’이라고 주목받고 있으며,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서도 매우 흔하게 적용되고 있다. 

코로나 진단을 위해 받던 PCR검사는 사실 섭씨 70~90도의 고온에서 서식하는 테르무스 아쿠아티쿠스(Thermus Aquaticus)라는 극한미생물의 효소를 사용한다. 가령, PCR은 특정 DNA 범위를 증폭하기 전에 고온을 이용해 DNA의 이중나선을 떨어트린다. DNA 단편들을 연결하는 DNA Ligase 효소는 대부분 열에 약한 바이러스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쉽게 분리된다. 또한, 기존의 많은 효소 단백질들은 열에 매우 약해 50도만 넘겨도 변성되어 DNA를 추가로 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테르무스 아쿠아티쿠스는 열에 굉장히 강한 Taq 중합효소(Taq Polymerase)를 만들어내고, 이 효소가 그 역할을 대신하였다. 

추가로, 극한미생물은 환경오염을 많이 유발하고 에너지 소비량이 높은 플렌트 및 화학공정 산업들을 매우 친환경적인 공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1995년 덴마크의 Novo Nordisk사는 극한미생물을 사용하여 Pulpzyme이라는 효소를 개발하였는데, 이 효소는 종이 원료인 펄프를 쉽게 분해하고 제지 개발과정에서 갈색색소를 제거해 표백에 필요한 염소량을 감소시켜 폐수처리 과정에서 사용되는 비용과 시간을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 

극한미생물은 식품산업에서 전분당을 가공할 때 쓰이기도 한다. 원래 전분으로부터 물엿이나 포도당을 만들 때 염산과 황산 같은 강산을 넣고 가열해서 당화를 한 다음, 강알칼리로 중화를 시키고 정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바로 ‘산당화엿’이라는 기술인데, 강산으로 인해 인체에 해로운 부산물들이 발생할 수 있고 오폐수를 유발한다. 하지만 이제는 초고온성 균주인 Pyrococcus가 지니고 있는 효소인 아밀라아제(Amylase)를 사용하고 있다. 고온에서 가열할 때 아밀라아제와 함께 섞으면 전분이 분해되어 일명 ‘효소당화엿’을 얻게 된다. 효소당화엿을 다시 글루코아밀라아제 효소와 함께 처리할 경우,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포도당이 만들어진다. 

융복합 기술이 현재 과학계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지금, 극한미생물을 이용한 복합바이오 연구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극한 미생물 이용기술은 매우 미래지향적이며 기존 기술에 매우 큰 파급효과를 주기 때문에 국가전략기술로의 추진이 적극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져 더 많은 발견과 독자적인 신산업이 구축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위즈덤 네이처] 우리 몸부터 자연까지,‘모든 곳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능력자,’ 미생물의 대한 이야기를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칼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장석현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로 미생물의 세계에 만나 보세요. 

Leave a Reply

error: Content is protected !!